사건 폭로한 이모씨 “이면계약서 직접 봤다…환치기된 13억 잔금으로 받아”
  • ‘박연차 게이트’가 3년 만에 다시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뉴저지의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27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극비리에 조사했다.

    대검 중수부는 28일 이번에 문제가 된 13억원(미화 100만 달러)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을 조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은 “문제의 13억원은 내 돈이 아니다. 2009년 당시 나는 구속수감돼 있어서 이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공여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은 박 전 회장은 심장질환 치료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병원에 머물고 있다.

  • ▲ 지난해 1월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속영장이 집행돼 승용차에 올라 앉아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월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속영장이 집행돼 승용차에 올라 앉아 있다. ⓒ연합뉴스

    ■ 13억원은 누구의 돈인가

    검찰 수사의 핵심은 2009년 1월 환치기돼 경연희(43)씨 손에 들어간 13억원이 누구의 돈이고, 어떤 명목이었냐를 밝히는 것이다.

    경씨는 주택구입 대금으로 추정되는 13억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로 정연씨 친구의 선배다. 경씨는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 강변에 있는 ‘허드슨 클럽’ 아파트를 정연씨에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경씨에게 “노정연씨가 집값 잔금으로 보내준 돈”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카지노 딜러 이모씨 형제와 ‘환치기’에 개입한 은모(54)씨를 소환조사했다.

    13억원 돈상자 제보자인 이씨 형제는 수사 의뢰에 담긴 내용대로 진술했고 은씨는 “노씨 돈인지는 모르는데 환치기한 100만달러를 경씨에게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연씨 돈인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환치기’로 13억원이 100만달러로 바뀌어 경씨 손에 들어간 것은 확인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재 경씨의 귀국을 계속 종용하고 있다. 검찰은 27일 경씨의 아버지(전 삼성계열사 최고위임원 출신)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경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귀국해 조사에 응하라’는 뜻을 전했다.

    3년 전 중수부 수사팀 관계자는 “정연씨는 당시 2007년 5월에 (어머니인 권양숙 여사에게 받은) 5만달러를 계약금으로 내고 그해 9월에 박연차 전 회장에게 부탁해 40만달러를 홍콩계 미국인 왕모씨에게 송금해 집값 가운데 45만달러를 치렀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5만달러 계약금’은 믿지 않았고 대신 권 여사가 2007년 6월 박연차 전 회장에게 받은 100만달러와 40만달러가 집값으로 들어갔고, 플러스 알파(a)가 더 있을 것으로 의심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6월 당시 박 전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위해 출국을 앞둔 권 여사에게 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급하게 환전한 100만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수사에서 드러났다.

  • ▲ 28일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검찰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28일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검찰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권은 오늘도 치열한 공방중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은 “노무현 정권 비자금 관련자들이 출마해선 안된다”며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특히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의 아파트 소유를 위해 경씨와 이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의원이 ‘이면계약서’라며 공개한 문건에는 영문으로 2007년 10월5일, 경씨와 노정연의 상호 동의 하에 24th Avenue Port Imperial, Unit #435, West New York, NJ 07093의 소유권이 노정연에게로 이전됐다고 적혀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명의는 2년 동안 경씨로 돼 있지만 소유권은 노정연에게 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마지막 부분에는 두 사람의 자필 서명과 서명일(2007년 10월8일)이 기록돼 있다. 문건에 등장하는 부동산은 미국 뉴저지주의 아파트 ‘허드슨클럽’ 435호로, 현재 경씨 소유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또 정연씨가 구입한 미국의 뉴저지 아파트라며 사진 한장을 소개하고 “(정연씨가) 245만불의 고급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잔금으로 추정되는 13억원 돈상자와 이에 대한 출처 및 이를 환치기한 것 등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즉각 소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통합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9일 한명숙 대표를 비롯해 문성근, 박지원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을 향해 정연씨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검찰이 정연씨를 수사하는 것에 대해 “국민심판을 앞둔 MB 정권의 치졸하고 비열한 선거개입”이라 비판했다.

    그는 “보수언론이 기사화하고 보수단체가 의뢰하자 검찰이 즉각 수사를 시작했다. 각본이 있는 의도된 수사임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검찰수사를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몬 정치검찰의 기획 표적수사’라고 정의내리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모욕과 상처, 슬픔이 아직 우리 가슴에 남아있는데 이 무슨 행태냐”며 검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허드슨강에 바로 접해 있어 맨해튼 마천루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수영장과 스파, 헬스클럽, 소극장, 클럽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허드슨강에 바로 접해 있어 맨해튼 마천루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수영장과 스파, 헬스클럽, 소극장, 클럽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 ‘허드슨클럽’, 어떤 아파트길래···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클럽’은 뉴욕주와 뉴저지주가 맞닿은 허드슨강변에 위치한 미국 내 최고급 주거단지 중의 하나다.

    경씨는 5층 콘도형 건물인 이 아파트 중 꼭대기 층에 두 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00호는 맨해튼이 곧바로 내려다보이는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침실 3개와 넓은 거실과 식당 등이 있는 복식 구조로 전망이 가장 좋아 다른 층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435호는 강변과는 조금 거리가 있으며, 침실이 2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는 2007년 경씨로부터 두 채 중 한 채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꼭대기 층에서 창문을 열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맨해튼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허드슨클럽에는 실내농구장, 피트니스센터, 수영과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야외 풀장, 자쿠지, 소극장과 클럽라운지도 완비돼 있다. 최고급 주택단지인 만큼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단지 내부에는 경비원들이 수시로 순찰을 돈다.

    이 아파트는 상당수 한국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동산업자는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임대를 놓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씨가 자주 출입한 폭스우즈 카지노는 뉴욕 주와 코네티컷 주가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허드슨클럽 아파트에서는 자동차로 3∼4시간 거리. 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경씨는 카지노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이종혁 의원이 공개한 노정연-경연희씨의 미국 아파트 이면계약서 ⓒ뉴데일리
    ▲ 이종혁 의원이 공개한 노정연-경연희씨의 미국 아파트 이면계약서 ⓒ뉴데일리

    ■ “경씨, 1천만 달러를 도박으로 날려”

    이번 ‘13억 돈상자’ 사건을 폭로한 이달호(미국명 돈 리)씨는 정연씨에게 집을 판 경씨를 ‘6년간 1천만달러 가까이 도박으로 날린 도박중독자’로 지칭했다.

    경씨가 자주 다녔던 카지노의 매니저였던 그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씨가 정연씨에게 집을 240만달러에 팔았는데 이면계약서가 있다고 말했고 나도 이면계약서를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2009년 1월에 자신과 함께 카지노에 있던 경씨가 정연씨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전화를 걸었으며 한국에서 13억원을 환치기한 100만달러가 경씨 손에 전달됐다고도 말했다.

    이씨는 “경씨가 2007년 6월 미국 시애틀을 방문한 권양숙 여사와 식사하고 왔다면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100만달러를 자신에게 주더라고 얘기했다”는 말도 했다.

    이씨는 ‘환치기’ 방법을 자세히 진술하기도 했다. 경씨와 형의 부탁으로 ‘환치기’를 도와준 이씨의 동생은 “경씨가 정연씨와 통화한 후 지정한 장소인 경기 과천의 전철역 출구 앞에 2009년 1월10일 오전 10시쯤 갔더니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나이 지긋한 남성이 나타났고, 그의 안내로 간 비닐하우스에 13억원이 든 사과·라면 박스 7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 동생은 집에 옮겨 온 돈 상자의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제공했다.

    이씨 동생은 또 “경씨에게 다시 13억원 가운데 절반을 수입자동차 딜러인 은모(54)씨에게 전달해달라는 전화가 왔고, 그 말대로 아우디 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은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했다. 이씨 동생은 또 13억원 환치기는 은씨와 자신(30만달러), 경씨 본인이 맡아 처리했는데, 미국에서 돈을 받은 경씨가 노정연씨와 “생각보다 빨리 왔네”라고 통화하는 것을 형이 직접 들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