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비후보 “손수조만 보면 힘 빠져”…젊음‧패기 ‘1등’文 여론조사 압도적 1위…‘낙관론’ 경계 “노 대통령도…”
  • ▲ 부산 사상을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와 손수조 새누리당 예비후보.  ⓒ 연합뉴스, 손수조 예비후보 블로그
    ▲ 부산 사상을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와 손수조 새누리당 예비후보. ⓒ 연합뉴스, 손수조 예비후보 블로그

    “문재인은 국회의원만 해라. 대통령은 박근혜 찍어야지.”
    [부산=최유경 기자] 부산 사상구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김지국씨(60)는 이번 4.11 총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김씨는 41년 간 사상에서 산 ‘토박이’다.

    그는 “손님들에게 문재인을 물어보면 똑똑하고 정치를 좀 할 사람이라고 한다. 부산이라고 무조건 새누리당 찍어줄 줄 아느냐”고 했다.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사람 괜찮아 보인다. 사상이 드디어 발전하게 생겼다”고 했다.

    사상구는 ‘사상공단’으로 대표되는 부산의 공업지대이다. 그러나 최근 공단이 하나 둘씩 문을 닫으면서 인구감소와 낙후된 인프라에 지역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엔 새누리당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손수조에 대해 물었다. “손수조? 그게 누구야.” 기자가 27세로 ‘돈 안쓰는 선거운동’하는 후보라고 설명하자 “스물일곱살이 뭐한다고 그런데 나오냐. 누가 찍어 주냐. 나이 먹은 사람도 (정치를) 잘 모른다고 하는데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철현은 안나오냐”고 물었다.

    사상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열씨(58)는 “손수조 후보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서 자란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대통령 후보가 될 사람이 이기지 않겠나”며 문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 “2000년 盧대통령도 선거 1주일 전까지 앞섰다”

    문 후보의 높은 인기는 각종 여론조사에도 반영돼 있다. 지난 24일 문화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는 여당 어떤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 문 후보는 권철현 전 주일대사와 양자대결에서 16.5%P 높은 46.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손수조 예비후보가 나설 경우 격차는 32.1%P로 벌어졌다.

    문 후보 측은 낙관론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문 후보측 관계자는 “2000년 노무현 대통령이 북강서을에 출마했을 당시 3일에 한 번씩 여론조사를 했는데 15% 앞서는 것으로 쭉 가다가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뚝뚝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35.7%의 득표에 그쳐 고배를 마셨다.

  • ▲ 4ㆍ11 총선에서 부산사상에 공천 신청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1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지역구 공천 심사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 4ㆍ11 총선에서 부산사상에 공천 신청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1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지역구 공천 심사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노무현이란 인물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민주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서였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점이 정당에 대한 ‘반감’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는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 후보는 이날 주례1동 새마을금고 정기총회를 찾았다. 행사가 열리기 전 유권자들에게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문 후보외에도 새누리당의 김대식, 신상진, 김수임 예비후보가 이곳을 찾았다.

    행사 시작이 임박한 가운데 문 후보는 “안녕하세요” “네 부탁드릴게요”라며 참석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다. 빠른 속도로 3분여 만에 100여석을 거의 다 돌 때 쯤이었다. 한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여기가 국회의원 후보 선거하는 자리인가, 예비후보들 전부 나가요.” 이때 행사장에서 명함을 돌리며 인사하던 후보는 문 후보뿐이었다.

    황급히 밖으로 빠져나온 문 후보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과 입구에서 인사를 계속해 나갔다. 후보들 간 화제는 단연 손수조 예비후보였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대단한 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한데 따른 것. 신 후보가 “당이 어린애를 내놓으려 한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지역구민 관점에서 보지 않고 중앙당에서…”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 ‘문재인 김 빼기용’으로 손수조 카드를 검토 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대선급’인 문 후보가 총선에서 손 후보를 제치더라도 싱거운 싸움으로 평가 돼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에서 주도적으로 손 후보를 민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손수조 “문재인 김빼기용? 저를 만나보신 분이라면…”

    같은날 만난 손 후보는 ‘문재인 김빼기용’으로 거론된다는 질문에 “저를 만나보신 분이라면 아마 다르게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저를 안만나 보셨기 때문에 갖는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정홍원 공천위원장도 저를 면접에서 오롯이 보여드렸더니 감동 받았다고 하시지 않았나.”

    자신감이 묻어났다. 평가를 뒤집을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경력으로 초/중/고 12년 반장을 적었을 만큼 ‘초짜’ 정치인이지만 패기만큼은 1등이 분명했다. 다른 후보 측도 손 후보의 ‘에너지’를 인정했다.

    지난 6일 사상구에서 대보름달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렸다. 꽤 큰 지역 행사여서 여야 예비후보들이 총출동했다. 이때 한 후보가 뒤늦게 달려오는 손 후보를 보고 “아, 오늘 장사 다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손수조 후보만 보면 기운이 쭉 빠져서…”라고 했다.

  • ▲ '이른바' 동(洞)투어에 나선 손수조 새누리당 예비후보. ⓒ 손수조 예비후보 블로그
    ▲ '이른바' 동(洞)투어에 나선 손수조 새누리당 예비후보. ⓒ 손수조 예비후보 블로그

    이날 손 후보는 ‘동(洞)투어’로 사상구 모라3동을 찾았다. 동투어란 예비후보의 선거운동기간인 2주간 사상구의 12개 동을 돌며 민원을 듣겠다며 기획한 캠페인이다. 손 후보의 양손엔 각각 펜과 작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

    “어머니, 지역에서 뭐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사장님, 개선됐으면 하는 점 얘기해주세요.”

    인근 상가를 돌며 지역주민에게 살갑게 다가서는 그에게 “선거 몇 번 치러본 것 같다”고 말하자 연신 “고맙다”고 했다.

    한 시민은 손 후보를 알아보며 “메모해야죠. 오늘은 돈 얼마 썼어요?”라고 물었다. 매일 블로그에 손 후보가 선거 일기를 쓰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열심히 잘해보이소”라며 격려도 잊지 않았다.

    너무(?) 젊은 탓에 재미있는 상황도 벌어졌다. 손 후보가 거리에서 명함을 건네며 “깨끗하게 돈 안쓰고 정치하겠다고 나왔다”면서 5분여 간 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공약을 설명했다. 손 후보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이번엔 손수조 뽑아주세요”라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본인이 나간다고?”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손 후보는 “정치인은 안믿어, 다 드럽다”고 소리치는 한 할아버지에게 “한꺼번에 바꿀 순 없어요. 하나씩 하나씩 할게요”라며 폭 안기기도 했다. 반면에 한 중년의 여성은 손 후보가 건넨 명함을 받은 뒤 냉소적인 시선으로 “어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상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강수현(58)씨는 “새누리당이 손 후보를 참신하다고 하는데 나이가 어리다고 참신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선거에서 줄곧 새누리당을 뽑았지만 이번엔 문 후보를 뽑겠다고 귀띔했다. “참신한 것으로 치면 문 후보의 이미지가 더 참신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이 1년만 할라고 지역구 국회의원 나오진 않았겠지?”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27일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단수후보 신청자 위주로 선정된 명단에 손 후보는 빠져있었다. 대신 손 후보가 속한 사상구는 ‘전략공천지’로 분류됐다. 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