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는 새누리당을 <보수의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 정옥임-원희목, 원칙 없는 비대위의 희생양?

    비대위는 새누리당을 <보수의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7일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 배제 지역구를 일부 확정하자, 해당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온 의원들은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송파병을 제외한 강남3구와 분당 갑, 을, 그리고 양천갑 지역 등 9곳이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을 배제할 것이라고 했고, 8일 이 결정을 공추위(공천심사위원회)에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다.

    이미 양천갑과 강남을 지역구에서 보름이상 표밭갈이를 하던 정옥임, 원희목 의원은 진퇴양난의 모양새가 된 것이다. 새누리당에 공천신청 자체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다른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하거나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다른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하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고, 출마를 포기하는 것도 그렇고, 당을 떠난다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황당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7일 정옥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당시 양천갑에서 자당 후보가 패배했음을 거론, "청와대ㆍ정부부처 공직자, 현 지역구 의원의 출마는 가능한데 비례대표만 출마를 봉쇄하는 게 기회균등 원칙에 합치하느냐"고 따졌다. 또한 원희목 의원은 <‘강남을’ 주민과의 약속 지키겠습니다>는 글을 통해 “그동안 지지와 격려로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며 당의 결정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폭보다 못한 원칙을 가진 비대위

    적게는 보름, 길게는 두 달 가까이 지역을 누비며 표밭갈이를 한 비례대표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다는 뒤늦은 공천원칙을 내놓고 지키라는 것은 상식에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형법상의 불소급의 원칙에도 어긋나며,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기회균등)에도 불합치 되는 원칙이다. 한마디로 조폭들도 이러한 기준으로 조직을 장악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남을은 공성진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사고 지역이며, 양천갑은 원희룡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지역구다. 원희목 의원과 정옥임 의원은 당협위원장이 있는 지역구를 피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공천경쟁에 뒤어든 것이다. 최소한 이들은 새누리당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으로 판단되며, 이들의 공천불가는 새누리당의 몰상식한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다.

    7일, 당명을 바꾸기 위한 의총(의원총회)에 두 의원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비대위의 결정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되며, 의총불참이 하나의 항의표시였을 것이다. 당명과 로고를 확정하는 자리인데, 새누리당이 첫 번째 한 일이 상식도 없고, 원칙도 없는 비례대표 공천 제외를 지역을 확정한 것이다.

    공천학살의 신호탄이 아닌가?

    비대위의 행보가 이번 일만 아니다. 나경원 의원이 1월 27일 총선출마를 선언하자 비대위 2인자인 김종인씨는 총선출마에 딴지를 걸고 나왔다. 이어 오늘(8일)은 이상돈씨가 이재오, 나경원, 홍준표 의원을 겨냥해 <공천불가>에 불을 지폈다. 한마디로 새나라당은 박근혜당이라는 공식을 확인시키기 위한 친이계 공천학살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원희목 의원은 무슨 뒷거래가 있은지는 모르지만 하룻만에 불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노선과 상반되는 의결에 참여해 왔던 정옥임 의원을 타킷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번 9곳의 비례대표 의원 공천불가 확정은 새누리당을 박근혜 1인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속칭 <간보기>수순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새누리당을 <보수의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 비대위가 구성되면서 그 인선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었다. 부적격자들의 집합소라는 말을 들을만큼 혹평을 당했다. 그리고 비대위가 내놓는 쇄신의 방향과 방식에 대해서도 연일 구설수에 올랐고, 비대위는 그들만의 도그마에 갇힌 모습을 연출했던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들을 총알받이로 삼아서 전횡을 일삼아 왔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김무성, 진영 의원 등 박근혜의 의중과 다르게 언행을 했던 의원들과의 절연의 추억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 될 것이다. 결국 <보수삭제>논란도 박근혜 의원의 의중이었을 것이다.

    한때 박근혜 의원에게 우호적인 우파단체장들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접고 있다. 새누리당은 <보수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뜻있는 의원들이 다시 한나라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는 중이다.

    12.02.08.

    강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