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선 마틴 루터 킹목사 암살 이후 인종차별에 대한 수십개의 강력한 처벌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강력한 처벌만이 이를 해결할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고 미국의 국민들도 이에 호응했다. KKK 집단이나 아메리칸 나치같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집단은 이젠 사라진지 오래다. 1950년대까지도 흑인들은 버스 뒷칸에 앉아야 했고 식당에도 흑인들은 환영 안 한다는 팻말이 공공연하게 붙어 있곤 했다.
    그 당시 흑인들 보다는 덜 했지만 동양인들에게도 모욕적인 언사들로 조롱하는 행위들이나 심지어는 폭력행위도 있었다.

    이제는 다 엣날 얘기다. 물론 아직도 보이지 않는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하지만, 동양인들이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얘기는 거의 사라졌다. 이제 미국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종차별이 현저하게 개선된건 사실이다. 미국은 급기야 흑인 대통령을 맞기도 했다.

    20년전 내가 연방하원의원 출마를 발표한지 바로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여기는 백인의 나라, 너 같은 동양놈들은 하루빨리 너희 나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살라는 협박 전화였다. 그러나 62 만명의 내 지역구 주민들은 나를 믿었고, 나보다 더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백인 후보 13 명을 제치고 나를 자신들의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택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작년 10월, 중국계인 19세의 아프간 주둔 미 육군 이등병 대니 첸이 자살을 했다. 같은 부대의 동료 병사들로부터 동양인이란 이유 하나로 모욕적인 언사와 집단 구타를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대니 첸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미국시민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식당의 요리사로 일하는 아버지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가난하게 자란 외아들이다. 지난 4월에는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아프간 주재 해병대 일등병인 해리 류가 동료들의 인종차별적 욕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비극들이다.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는 이유는 군 복무제도가 징병제가 아닌 자원제로 바뀌면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불만이 가득한 젊은이들이 대거 군에 자원해서 징병제 때보다 군인들의 질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백인사회에서 하층계급에 있는 백인들은 자신들이 백인이라는 것 밖에는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백인우월주의자로 변하기 쉽다. 바로 이들이 American Nazi나 KKK집단 같이 타인종을 배척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다. 이런 집단이 미국에서 사라진 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이런 비극이 미군 안에서 일어나다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비극이 요즘 들어 다시 생기는 이유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와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은 어떤가. 같은 민족끼리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집단폭력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해 전국의 학교 폭력 건수는 7천823건이고 이 중 중학교 폭력이 5천376건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중학생의 왕따가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20일 대구에서는 14세 중학생이 또래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 또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광주에서 14세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왕따 폭력에 자살을 선택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패륜행위들이다. 세상 민심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것 같다. 해결책은 오직 강력한 처벌 밖에 없다. 20년 전 뉴욕 42번가는 범죄의 소굴로서, 마약중독자들과 매춘부들이 들끓었지만 강력한 법 체제 아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현재의 뉴욕은 현저히 달라졌다. 요새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 변화에 놀랄 것이다. 그래서인지 뉴욕 시민들의 평균 수명이 2.1년이 더 길다는 보도가 며칠 전에 나오기도 했다. 범죄가 없고 질서를 지키는 준법사회는 그곳에 사는 서민들의 수명마저 길게 해주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