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귀환’ 비상 대권 쥐고 소통-단합-쇄신 이끌어야
  • 생사여탈(生死與奪)

    이제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혹독한 빙하기가 다가오자 박근혜 전 대표가 거대한 공룡을 어깨에 짊어지고 무거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제18대 국회 초반과 달리 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두 차례에 걸친 재보선에서 민심 이탈 현상이 뚜렷해지자 쇄신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마침내 박 전 대표가 나서게 된 것이다.

    15일 한나라당은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헌 개정안이 오는 19일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사실상 당 운영의 전권을 쥐게 된다.

    박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른바 ‘차떼기’로 알려진 불법 대선자금 모금파문과 탄핵 역풍이 불던 2004년 ‘천막당사’로 민심을 수습하고 한달 뒤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개헌저지선을 초과한 121석을 획득하는 선전을 주도한 바 있다. ‘선거의 여왕’이란 칭호도 이때 얻게 됐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지금 한나라당은 누적된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4.27 재보선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자중지란 끝에 지도체제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한나라당은 ‘재창당’이 거론될 정도로 심각하다.

    한나라당이 심각한 위기에 몰린 만큼 박 전 대표가 성공적으로 쇄신작업을 마치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뉴데일리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뉴데일리

    ‘박근혜 체제’로 내년 총선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대선을 앞두고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

    불과 5개월이다. 박 전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넉넉지 않다. 문제는 싸늘하게 돌아선 민심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이냐는 방법론에 있다.

    아직까지 박 전 대표는 구체적인 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의지가 확고한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를 향해 모두가 하나가 돼 열심히 함께 노력하자.”

    이는 비대위원장에 정식으로 취임하게 되면 계파 해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쇄신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그러자 친박(親朴) 진영이 즉각 반응했다. 당내 최대 세력으로 자리 잡은 ‘친박계’가 자신들의 입으로 2선 후퇴 계파해체를 주장한 것. 당 쇄신의 첫 걸음이자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해 온 이정현 의원도 4년여 만에 ‘대변인격(格)’ 직책을 내려놓았다.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하게 되는 만큼 대변인 역할을 공식 창구로 넘기고 업무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친이계와 쇄신파는 ‘아직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두 의원(김성식-정태근)의 탈당으로 달라진 것은 박 전 대표의 의총 출석과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라는 정치적 수사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쇄신안 못지않게 ‘소통-단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당장 풀어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렇다 할 해답은 없다. 가시밭길이 예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그동안 당내 계파-세력 사이에서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져 나왔지만 결과적인 방향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지나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이제 박 전 대표 스스로가 내릴 결단에 국민들과 정치권, 모두의 시선이 쏠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