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안 진통 속 가결, 향후 소송전 우려합동수임기관->연내 지도부 선출->총선체제로
  • “박지원 꼼수에, 손학규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전대)를 열고 '혁신과통합'이 주축인 시민통합당과의 합당 및 한국노총, 시민사회 등 민주진보세력과의 통합을 진통 끝에 의결했다.

    하지만 의결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통합 찬성파들과 반대파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진통 끝에 통합안을 표결에 부쳐 참석 대의원 5천820명 가운데 찬성 4천427명으로 가결했다. 반대는 640명이었다.

    하지만 통합반대파들이 정족수 충족 여부에 대한 논란을 제기했다. 투표 참여 대의원이 총 5천67명으로 의결 정족수인 재적 대의원 과반수(5천282명)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통합반대파들은 투표 결과가 ‘통합찬성’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투표 불참’을 전략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참여자가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자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압도적인 찬성 분위기와 비난을 무릅쓰고 중앙무대 위에 올라 지도부가 추진하는 통합을 “밀실야합”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민주당이 깃발을 내리고 개방형 국민당원제가 되면 우리의 대의원과 당원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 ▲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야권 통합을 결의하기 위한 열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민주진보세력과의 통합이 진통 끝에 의결되자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야권 통합을 결의하기 위한 열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민주진보세력과의 통합이 진통 끝에 의결되자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의 대응은 일사분란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와 전당대회 준비위를 거쳐 당무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통합안 가결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이석현 전대위원장은 가결을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단상을 점거하려고 시도하는 바람에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결렬히 대치하는 등 폭력 사태도 발생했지만, 가결 선포를 막지는 못했다.

    통합반대 측은 12일 중 전대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 소송이 이뤄지면 결과에 따라서는 민주당과 시민통합을 중심으로 한 야권통합 논의가 급제동이 걸리며 민주당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박 전 원내대표의 발언도 계속 주목될 전망이다.

  • ▲ 당무위원회가 소집된 동안 한 당원이 당직자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 연합뉴스
    ▲ 당무위원회가 소집된 동안 한 당원이 당직자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계속 밀어붙인다

    극렬한 갈등 속에서도 민주당은 통합 과정을 계속 밀어붙일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전대에서 최인기 위원장, 조정식 간사, 박병석, 최규성 의원, 박양수 전 의원 등 7명을 합동수임기관에서 활동할 당 통합수임위원회 위원으로 확정했다.

    민주당은 시민통합당(7명)과 한국노총(3명)측과 이르면 12일부터 합동수임기관 회의를 열어 합당 결의, 당명 결정, 강령ㆍ당헌 제정, 지도부 선출 방식 및 일정 선정 등 신당창당을 위한 실무 작업에 본격 돌입한다.

    야권통합정당은 당명의 약칭을 민주당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각 진영별로 정식 명칭 공모에 나서는 등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정당은 연내를 목표로 하되 늦어도 내달 초에는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하고 총선체제로 전환할 방침이지만 지도부 경선 방식 등을 둘러싸고 각 진영간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논의 과정에서 다소 논란이 예상된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수임기관합동회의를 통해 임시 지도부가 구성되면 일괄 사퇴할 계획이다.

  •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야권 통합을 결의하기 위한 열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통합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발표한 박지원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야권 통합을 결의하기 위한 열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통합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발표한 박지원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손학규 vs 박지원 엇갈린 명암

    이번 전대를 통해 손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렸다.

    박 전 원내대표가 내심 기대했던 통합 의결 부결 혹은 전대 파행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통합반대 측은 투표 불참이라는 ‘꼼수’로 이를 노렸지만, 당 지도부는 마치 이를 예상이나 한 듯 최고위원회의와 전당대회 준비위를 거쳐 당무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통합안 가결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이석현 전대위원장은 가결을 선포했다.

    결국 진통은 겪었으나 통합 결의를 이끌어낸 손 대표는 야권 통합의 리더십을 인정받는 성과를 얻었다.

    그는 앞으로 통합정당 임시지도부가 구성되면 1년2개월간 어깨를 무겁게 했던 대표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돌아가 대권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전 원내대표는 수세에 몰리게 됐다. 향후 법정 소송에 따라 국면 전환은 기대할 수 있지만, 당 지도부는 통합에 더욱 속도를 올릴 전망이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반(反)통합 세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 통합 경선 출마 및 지도부 입성 여부조차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높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통합반대파의 전략이 그대로 노출됐다. 손 대표가 박 전 원내대표와의 ‘수 싸움’에서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