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일대 터널식 핵탄두 보관장소.."中핵무기 주시해야"일부전문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 평가절하
  • 미국의 조지타운대 학생들이 지난 3년간 비밀자료와 위성사진, 그리고 수많은 온라인 정보를 추적해 중국이 지하에 대규모 핵무기 저장시설을 구축해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63쪽에 달하는 학생들의 조사보고서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수가 그동안 전문가들이 파악해온 것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보고서의 내용을 이미 입수해 놓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인터넷이나 일부 `군사블로그' 등에서 얻은 정보들을 모아놓은 이번 보고서의 수준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WP는 이 보고서가 냉전체제 붕괴 이후 핵무기 감축을 추진해온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타운대 학생들로 구성된 일종의 조사그룹을 조직한 교수는 과거 미국 국방부에서 전략보고서 등을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등에게 보고하던 필립 A. 카버(65)다.

    그는 헨리 키신저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던 시절 소련군의 약점을 집중 연구한 팀을 이끌기도 했고, 2008년에는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를 담당하는 미 국방부내 위원회를 위해 민간인 자격으로 일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이번 조사활동에 착수한 계기는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2008년 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국 당국이 해당 지역에 핵·방사능 전문가들을 대거 불러모은 것과 관련이 있다.

    당시 미 국방부 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중국 당국의 움직임과 지진 발생 이후 일부 드러난 터널시설 등과 관련된 자료를 제공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분석해달라"고 카버에게 요청한 것.

    당시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 원촨(汶川)현 인근에는 중국 원자폭탄 개발지이자 원자력 연구시설들이 몰려있는 멘양(綿陽)이 있다.

    카버 교수는 주로 자신이 맡은 '군비통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학기마다 위성사진 자료를 보여주고 학생들이 직접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도록 독려했다. 이후 다른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까지 가세해 지난 3년간 중국어로 된 수많은 자료를 번역하고 위성사진에 등장하는 시설들을 '추적'하는 한편 온라인상에 노출돼있는 관련 데이터들을 집중 검색했다. 무려 140만자에 달하는 정보가 쌓였다.

    이 막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카버 교수와 학생들은 중국인들이 '지하의 만리장성'이라고 부르는 지하 터널식 대규모 군사시설을 찾아냈다. 쓰촨성 일대의 중국 제2포병군단과 관련된 시설을 의미한다.

    중국군이 대규모 지하 터널 시설에 순항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과 핵탄두를 다량 비축해놓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통상적으로 중국은 핵탄두를 운반체계에 탑재하기 보다 저장시설에 보관해 관리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입증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관영 CCTV는 2009년 12월 제2군단의 지하 핵무기 저장실태를 확인하면서 그 총 연장거리가 3천마일에 달한다는 사실을 공개한 적도 있다고 카버 교수는 강조했다.

    3천마일이면 보스턴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연결할 수 있는 엄청난 거리다. 카버 교수와 학생들의 발견은 쓰촨성 일대에 있을 것으로 추정돼왔던 중국의 대규모 지하 핵무기 저장시설의 실체의 일단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버 교수는 흔히 핵무기, 또는 핵탄두 감축 문제를 얘기할 때 미국과 러시아쪽에만 관심을 갖는데 실제 위험을 생각하면 중국 쪽이 더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관련해 미국 당국 등에서는 80개에서 최대 400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지만 카버 교수는 중국의 지하 핵시설 규모 등을 감안할 때 3천개에 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미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5천개, 러시아는 8천개에 달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카버 교수 팀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학생들이 입수했다고 주장하는 자료들이 인터넷상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확보할 수 있고, 중국 당국이 밝힌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카버 교수는 그러나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것만도 우리팀의 성과"라며 중국의 핵무기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