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 강행하면 폭력 전당대회 아수라장될 수도
  • 민주당은 과연 존속할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

    최근 민주당과 혁신과통합과의 통합을 놓고 다양한 예측이 분분하다. 그러나 주로 민주당 출입기자들이 민주당의 이용섭 대변인의 발언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다보니, 대충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만 합의하면 통합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실제로 전당대회 형식, 당헌-당규, 민주당 당원들의 성향, 각 세력의 이해관계로 볼 때,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위험천만한 벤처가 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서 각목이 등장하는 폭력 전당대회로 변질되어 당이 사분오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상 12월 11일 전당대회 때 통합을 의결하고, 통합추진을 위임받은 수임기구에서 '혁신과통합' 측과의 합의를 의결하면 통합이 완성된다. 민주당의 당헌-당규 상 통합은 진보신당이나 국민참여당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추진 당시 6개월 동안 무려 세 번의 전당대회를 거쳐야 했다. 일단 통합 추진에 관한 사안을 의결하고, 통합 합의문을 의결한 뒤, 수임기관의 협상안을 놓고 최종 의결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진보신당은 바로 마지막 전당대회 때 의결정족수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여, 통합이 좌절되었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12월 11일 단 한 번의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의결하고 수임기구에 의결권을 위임하면 사실 상 통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문제가 터질 공산이 큰 것이다.

     12월 11일 전당대회 때, 당지도부 인선과 총선공천 합의안 올라올 수 있을까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의 통합에서 최대 난관은  당지도부 인선과 총선 공천에 관한 기본룰이다. 이 룰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기존의 민주당 인사들과 '혁신과통합'의 인사들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민주당은 당원의 투표 비중이 높을 수록 유리하다 보는 반면, '혁신과통합'은 비당원 네티즌들의 온라인 투표 비중을 늘이고자 한다. 형식보다도 이 룰에 따라서, 주도권이 결정되는 것이다.

    통합을 위해서 세 차례의 전당대회를 열었던 진보신당과 달리 민주당은 12월 11일 단 한 번의 전당대회에서 최소한 당지도부 선출방안과 총선 공천방안에 대한 합의안건이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대의원들이 이에 대한 가부를 판단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한창 진행 중인 민주노동당과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의 합당 역시, 당지도부 인선, 중앙위원회의 구성 배분, 총선 공천 방식까지 모두 합의하고, 이 안을 대상으로 전당대회에서 의결을 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통합을 놓고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손학규 대표의 지도부가 12월 11일까지 당지도부 구성과 총선 공천방식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현재 당 지도부에서는 애초에 전당대회에 이 합의안을 올릴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냥 대충 "민주당은 혁신과통합과 합당합니다" 이 구호를 던져놓고, 당원 투표도 아닌 합창구호로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혁신과통합' 측과 구체적으로 당지도부 인선과 총선공천 방안을 합의한 구체적인 안을 올렸다가는 이 안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의 집중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추상적인 통합안을 결의한 뒤, 수임기관에서 합의의결하여 통합을 완성시켜놓은 뒤 구체적인 협의를 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7,000여명 모여들 전당대회 현장, 독자파 반발하면 아수라장 될 수도

    이러한 지도부의 전략을 민주당 사수파들 역시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최소한 7,000여명의 대의원이 현장에 모여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당 지도부 선출안과 총선 공천방안도 없이 추상적인 통합결의안을 투표도 없이 통과시키고자 해도, 현장에서 100 여명만 "이의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순간, 전당대회는 아수라장으로 변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반발을 뒤로 하고 통과를 강행한다면, 바로 폭력이 발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구체적인 합의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붙인다 하면, 설사 통합에 찬성한다 할 지라도, 각론에서 동의하지 않는 대의원들까지 합세하여 일단 부결시키고, 재협의를 요구하는 기타 혹은 수정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 바로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합당안을 놓고 개최한 두 번째 전당대회의 결과이다. 당시 진보신당 내의 중도파들은 통합안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세부 방안을 더 협의해오라는 수정동안을 올려 통과시킨 바 있다.

    민주당 독자전대파의 관계자는 "어떤 경우도 표결 없는 통과는 불가능하다, 7,000여명이 모이는 현장 상황에서 대의원 몇 명이라도 표결에 붙여여 한다고 호소하면 현장 여론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닫 지도부에 구체적인 합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없으면 그대로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으로 대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 지도부 역시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는 전당대회 없이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하여 통합을 강행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중앙위원회에서조차 강력한 반발을 샀고,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협의 과정에서 결코 들어서면 안 되는 전당대회 개최의 길을 트고 말았던 것이다.

     권력자들만 따라다니는 구태 언론 탓에, 민주당의 실체 파악하기 어려워

    민주당을 지키겠다는 한 원외위원장은 "손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합의 이후, 언론에서는 민주당 통합이 다 합의된 것처럼 보도하는데, 애초에 전당대회를 원했던 것은 우리 같은 독자파들이었다"며, "전당대회 현장에서 민주당 사수파 몇몇이 발언권을 얻는 순간, 예측불허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통합의 대상인 '혁신과통합' 측에서는 민주당 내에서의 불협화음이 커지자, "저런 구태 정당과 무엇 때문에 통합하느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혁신과통합' 내에서도 전국적으로 총선 공천을 노리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된 마당에, 민주당의 전국 조직 전체가 들어오는 것은 이해관계 상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설사 양 당 지도부가 합의한다 해도, 밑바닥 대의원과 위원장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통합이 좌절되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민주당 내의 밑바닥 당심과 관련된 기사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언론이 정치개혁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각 당의 권력자들의 지시에 따라 당 전체가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낡은 정치에 언론 스스로 익숙해진 탓이 아닐까 한다. 그 점에서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구태 정치에 습관적으로 추종하는 언론과의 싸움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