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통일계정을 마련키로 한 것은 통일준비를 위한 첫 '법적 발걸음'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언급으로 시작된 통일재원 마련 방안이 1년3개월여 만에 제도적 틀로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통일에 대비해 이른바 '통일 항아리'를 마련해 사전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라도 마련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통일 항아리'를 남북협력기금 내에 별도 계정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 남북협력계정 외에 통일계정을 따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통일재원 마련과 관련해 빚어질 수 있는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다.

    우선 국회의 지지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 중인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에 정부안을 반영하는 형식을 취했다.

    또 항아리를 채울 재원에 대해서도 국민의 조세저항이나 재정건전성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남북협력계정 불용액과 민간 모금ㆍ출연금 등을 주 원천으로 상정했다.

    통일세 등 세금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에서 정한 전입금 또는 출연금'이라는 표현으로 장기적 가능성을 열어놨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세금은 바로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세계잉여금 활용을 염두에 두고 정부출연금도 재원방안 마련의 하나로 상정했다.

    정부가 통일 항아리를 통해 적립할 예정인 재원 규모는 55조원이다.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중기형 시나리오(2030년 통일 가정)에서 통일 후 초기 1년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 55조9천억~277조9천억원 가운데 최소 비용이다.

    통일재원의 주요 원천 가운데 하나가 될 남북협력기금은 매년 불용액이 발생하고 있다.

    매년 1조원이 넘는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가운데 집행률은 2000년 81.0%, 2001년 56.1%, 2002년 50.0%, 2003년 92.5%, 2004년 65.9%, 2005년 82.9%, 2006년 37.0%, 2007년 82.2%를 각각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08년 18.1%로 급락하기 시작해 2009년 8.6%, 2010년 7.7%로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역시 8월 말 현재 2.57%에 불과하다.

    이를 적립하면 적지 않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55조원을 적립하려면 정부 출연금이나 민간으로부터의 모금, 출연금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금, 세계잉여금 등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민간 모금이나 출연금은 당장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또 정부 출연금은 내년에 '2013년 기금운용계획' 편성시 반영할 계획이며, 남북협력계정 불용액은 2014년 결산을 거쳐 2015년부터 적립될 것으로 보인다.

    류 장관은 "통일에 대한 국가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내고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민의 통일의지를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대통령의 통일의지를 구현하는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꽃이 한 두개 일 때는 연못을 채우기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연꽃이 절반 정도만 차게되면 금방 연못 전체를 채우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