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의 조폭 윤리

    박원순은 스스로를 초법적인 분배정의의 사도라고 여긴다.

    최성재


    조폭이 제일 좋아하는 좌우명은?
    “차카게(착하게) 살자!”

    조폭 중에 팔뚝에 이렇게 문신을 새겨 넣는 자가 많다. 개인적으로 만나 보면, 그들도 일반 사람들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김연아의 트리플 트리플 성공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박태환의 막판 대추격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승엽의 19타석 연속 헛 방망이에 땅이 꺼지게 한숨짓는다. 아내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눈가가 촉촉해지고, 아들의 성적표에 일희일비하고, 딸의 늦은 귀가에 가슴 졸인다. 노래방에도 가고, 드라마도 보고, TV 뉴스를 보며 세상을 개탄하기도 한다.
     
    조폭이 일반인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수익창출 방법이다. 그들은 폭력과 위협과 사기란 불법과 탈법과 위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산을 강탈하거나 부당이익을 취한다.
    스스로 나쁜 짓임을 알지만, 그들은 교묘하게 정당화하여 자신의 양심을 마비시킨다. 정치인, 경제인, 학자, 기자, 공무원, 할 것 없이, 청와대에서 동네 구멍가게까지 알고 보면 다 썩었다는 것이다. 누구도 나쁜 놈, 누구도 나쁜 놈, 누구도 나쁜 놈!
    그래서 자신을 초법적인 분배정의의 사도로 여긴다. 피라미 조폭들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중간두목만 되어도 경찰에 잡히지만 않으면 조직의 형님이 아닌 한 고개 한 번 숙이지 않는다. 신사임당 지폐를 뿌리며 봉건시대의 귀족이나 왕족처럼, 또는 현대의 연예인처럼 산다.

    김정일이나 그저께 사살된 카다피처럼 최고권력자가 곧 최고조폭두목인 인간 지옥이 아닌 한, 불법과 위법과 탈법은 극소수이고 나머지는 모두 합법이다. 한국처럼 법과 질서가 제대로 잡힌 나라에선 착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절대다수가 정당하게 벌어서 떳떳하게 산다. 그런데 조폭은 극소수의 예외를 전체로 일반화하여 자신을 정당화한다.
     
    과도한 일반화(overgeneralization)의 오류는 친북좌파의 전매특허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빼고는 역대 모든 정권은 독재정권이거나 부패정권이거나 친일식민정권이거나 친미식민정권이다.
    한국의 대기업? 그것들은 하나같이 두 천사 정권 외의 역대 정권과 정경유착하여 노동자와 농민을 착취하여 부를 쌓은 악덕 기업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것은 법률이나 도덕으로 달성할 수 없는 분배정의를 대신 실현하는 장한 일이다. 그들의 나팔수로 전락한 대중매체의 공중폭격에 이은 십자포화로 흑자 대기업을 초토화시킨 후에, 유유히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가서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벗겨진 머리를 감추는 모자를 벗어 옆으로 슬쩍 내밀며 고개만 까딱 인사하고 이것저것 공치사하면, 치열한 국제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이 정말 놀랍다며, 당신들이야말로 애국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 어느새 늙은 남자 비서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100억 원, 200억 원짜리 수표를 모자에 슬그머니 넣어준다. 힐끗 동그라미 숫자를 세어 보고, 속으로 파안대소하면서, 느긋하게 차 한 잔 마시고 그저 이렇게 인사 한 마디하면 된다.

    “우리 다 같이 착하게 삽시다.”
     
    불교인권위원회는 2003년 카다피에게 불교인권상을 수여했다. 2009년에는 박원순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아마조네스 미인 호위병들에게도 버림 받고, 카다피는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황금 권총을 들고 고향 시르테의 하수구에 생쥐처럼 숨어 있다가, 2010년 10월 20일 자유민주 연합국의 선제 족집게 타격과 그들의 개미 한 마리 못 빠져나가는 엄호 아래, 그가 벌레로 여겼던 자국민이 ‘왕중왕’을 ‘미친 개’로 제대로 알아보고서 총으로 난사하자, ‘쏘지 마!’를 연발하며 겨우 총 한두 발 맞고는 바로 사망했다.
    그 시각 박원순은 서울시장 후보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박원순과 카다피의 공통점은, 세계챔피언 독재자 김정일을 핵무기로 위협하며 반미의 최전선에 선 불세출의 영웅으로 본다는 것이다.

    박원순이 민족과 민주의 양심으로 그저 국가보안법 폐지나 광화문에서 ‘김일성 만세, 김정일 만만세!’를 외칠 수 있는 완벽한 민주 국가를 원할 따름이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김정일을 불세출의 영웅으로 본다고 하느냐! 너 죽을래? 이렇게 말한다면, 간단하게 답해 줄 말이 있다.
     
    박원순이나 카다피는 인권을 크게 신장시킨 공으로 대한민국의 불교인권상을 받았지만, 아프리카의 후치족 투치족보다 비참하게 사는, 총은 커녕 돌멩이 하나 들고 싸울 수도 없는 완벽한 독재체제에서, 무려 12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인류최대의 거대한 강제수용소에서 공포와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는, UN에서 약 10년간 연속해서 북한을 최악의 인권유린 체제로 결의했건만, 직접 안 봤다며, 그들을 위해서는, 생생한 증언을 한 2만 3천 탈북자를 위해서는, 당국에 신고도 안 한 듯한 불법 혐의가 짙은 기부금 1,000억여 원 중에서 단돈 1,000원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 속의 구조는 P파, S파로 고체상태인지 액체상태인지 알아 볼 수 있다. 굳이 땅을 파 보지 않아도 100% 정확히 알 수 있다. 100억 광년 떨어진 우주도 도플러 효과 하나로 그것이 무섭게 팽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다. 말과 행동과 친구를 연결하면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