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일 앞둔 서울시장 보궐선거(10.26)가 정가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사퇴한 직후 안철수 서울대융합기술과학대학원장이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안철수 신드롬'을 낳고 있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전격적인 단일화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여야 정치권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충격'을 벗어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장이 어떤 자리인데 이토록 `야단법석'일까.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수도로서 국내 유일의 특별시이자 인구 1천만명에 예산 20조원의 글로벌 도시인 서울의 종합 행정을 이끄는 수장이다.

    여기에 전직 서울시장들의 위상과 역할이 한국 현대사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민선시대 이후 정치적 위상도 높아져 `소통령(小統領)'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일본 압제로부터 벗어나 광복을 맞은 이듬해인 1946년 초대 서울시장을 맡은 김형민 시장부터 지난달 사퇴한 제34대 오세훈 시장까지 모두 30명(4명 연임ㆍ재임)이 서울시장을 지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대통령이 됐고 2명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다.

    제2대 윤보선 시장(1948.12~1949.6)이 대통령을 지냈고 제32대 이명박 시장(2002.7~2006.6)이 현 대통령이다. 제8대 허정 시장(1957.12~1959.6)과 제22,31대 고건 시장(1988.12~1990.11, 1998.7~2002.6)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허정 전 시장은 1960년 4.19 혁명 직후 과도내각 수반으로서, 고건 전 시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국무총리로서 각각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제4대 이기붕 시장(1949.8~1951.5)은 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4.19 혁명 직후 제11대 김상돈 시장(1960.12~1961.5)이 최초의 민선 시장에 올랐다. 이후 줄곧 임명직으로 시장이 배출되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제30대 조순 시장(1995.7~1997.9)부터 본격적인 민선시대가 열렸다.

    이들 민선시장의 등장은 곧 정치인 시장 시대의 도래를 의미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조순 전 시장은 1995년 민선시장에 올랐다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위해 1997년 9월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현직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시장을 포함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대통령선거 때마다 대선 출마 후보군에 드는 등 정치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같은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 변화로 인해 `서울시장=대통령이 되는 길'로 인식하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 사퇴로 인한 이번 보궐선거가 주목을 받는 것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서울시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자리는 관선에서 민선으로 바뀐 뒤 정치적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면서 "이번에는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시장이 선거에 직접적인 개입할 수는 없지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며 "어느 정당이든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서울시장을 당선시키는 당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데 훨씬 유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