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신드롬은 대중의 자학적(自虐的) 반동 
     
      그런데도 각광을 받는 건 두 代에 걸친 리더십에 너무 실망한 군중들이 “그래 차라리 평범한 소시민이 시끄러운 허풍쟁이들보단 낫겠군” 하는 심정의 표현이다.
    이재욱(조갑제닷컴 회원)   
     
     한 중소기업인, 안철수의 서울 시장출마 의도에(아직 선언은 않았다) 세상이 들먹거린다.
     집권당 대표는 “철수가 나오면, 영희도 나오겠네’라고 이죽거리고, 원로정치인조차 “간이 배밖에 나왔다”는 원색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간이 배 밖에…”라는 말은 어른이 미성년자의 방종함을 꾸짖을 때 쓰는 말이 아니던가?
     그런가 하면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같이 단일 후보를……”이라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안철수가 시장 후보로 나오든 말든, 당선되든 말든 그것은 “찻잔 속의 태풍”일 뿐 무슨 경천동지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왜들 난리인가? 그것은 한 마디로 노무현, 이명박 두 정권을 거치면서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 대중들의 “自虐的 반동”이
     그 원인이다.한 마디로 “어떤 놈이 해도 이보단 낫겠지……”가 이 소동을 일으킨 것이다. 그 원인을 말한다.
     
     1.大局的 리더의 不在
     
     노무현 정권 이전까지의 대통령들은 실적에 관계없이 나름대로 큰 틀의 리더십이 있었다.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그 나름대로 “민주화의 거목”이니“문민정부”의 확립이니 하는 수식어 속에서 국민들에게 나름대로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또 지도자의 주요 덕목인 말을 아낄 줄도 알았다. 大웅변가 데모스테네스가 일찍이 설파했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의 기본은,“할 말은 하고, 안 할 말은 안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이명박 두 대통령은 말을 너무 가볍게 내뱉았다.
     
     또 말을 떠벌릴 줄만 알았지 실천이 따르지 않았다. 감당하지 못할 약속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747 공약도 그 일부다. 그러니 “중소기업 공생정책”“동반성장” 떠들어봤자 국민들은 “또 헛소리…”라고 외면한다.
     
     안철수, 그는 “스티브잡” 같은 IT 영웅도 아니고, 맨주먹으로 재벌을 일궈낸 정주영 스타일도 아니고, “柳一韓” 같이 거만의 재산을 사회에 몽땅 바친 사회사업가도 아니다. 그저 중소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똑똑한 모범생이며 말을 조리있게 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도 각광을 받는 건 두 代에 걸친 리더십에 너무 실망한 군중들이 “그래 차라리 평범한 소시민이 시끄러운 허풍쟁이들보단 낫겠군” 하는 심정의 표현이다.
     
     2.公的 질서의 不在
     
     노무현과 이명박의 공통점은 공권력을 무시하고 “떼법”으로 덤비는 세력에 대해 한없이 관대하다는 점이다.
     제주 강정마을 사태에서 보듯, 폭도가 질서유지를 위해 막아선 경찰의 정강이 뼈를 걷어차는 폭행죄를 저질러도 혼자 아닌 “떼”로 하면 잡아가지 않는다. 이게 소위 “법치국가”인가?
     
     한국인들에게 나라를 구해주고 부하들의 죽음을 무릅쓰며 잘한 죄밖에 없는 “맥아더”의 동상을 끌어내리려 해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는 공권력이 과연 국가공권력인가?
     법치국가에서는 트위터에“테러” 오보를 띄워 국민을 불안케 한 죄 만으로 30년 형을 구형하는 그런 나라가 법치국가이다.
     
     3. 재벌에 놀아나는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07년도에 361 개였던 재벌 계열사가 4년만에 581 개로 60%가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상호출자제한제도 완화 등 소위 기업프렌들리를 주창하면서 親재벌 정책을 쓴 때문이다.
     
     삼성, CJ, 신세계, 한솔 등 '범 삼성' 계열사들의 매출은 지난해 약 28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 규모란다. 또 '汎현대'家인. 현대기아차, 현대, 현대중공업, KCC 등 고인의 형제와 자녀 일가가 경영하는 그룹들의 매출은 약 200조원으로 GDP의 5분의 1 규모란다. 즉 汎현대와 汎삼성을 합하면 20분의 9, 약 절반이다. 맘 먹으면 한국경제를 한 순간에 흔들 수 있는 규모이다.
     
     게다가 이들은 “현대하이스코” 등 친인척, 친자식 일감몰아주기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다 ‘보금자리주택’이다 하며 국가부채를 화끈하게 늘리면서 풀어놓은 수백조 자금도 대체로 재벌이 수혜자다.
     재벌은 수 만명의 인력이 근무하는 두뇌집단이다. 또 국가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는 집단이다. 이를 해치려 해도 안 되고 방임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때는 주로 세금으로 이들을 규제하려 했고, 또 각종 브레이크 장치로 이들을 억압하려 했다. 말하자면 뛰는 말의 다리를 묶으려 했다.
     반대로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이 잘못 밖은 대못을 모조리 빼겠다”며 말의 고삐까지 풀어버렸다. 말은 열심히 뛰게 하되 고삐는 더욱 죄어야 한다. 장거리를 뛸 때에는 눈가리개를 해 좌우 한눈 팔지 말게 해야 한다.
     
     IMF 사태 때는 문어발이 경쟁력 약화의 주범이라는 인식 아래, 半 강제로 아니면 자발적으로 문어발을 잘랐다. 그래서 살아 남았다. 그런데 어느 새 그 교훈을 잊고 문어발이 지네발이 되어버렸다.
     
      韓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상위 10%가 국내 총자산의 47%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9%만을 소유했을 뿐이다. 중산층의 비중은 2005년 57.5%에서 2010년 49.9%로 하락하고, 저소득층은 18.1%에서 23.0%로 증가했다.
     
     조선말에 안동 김씨가 세도정치로 국가기능을 문란케 한 적이 있다. 역사학자 중에는 세도정치가 조선왕조를 망하게 한 장본인이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일가친척 중에 재벌총수 하나 있으면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다 할 정도로 재벌을 연고로 온갖 利權, 하다못해 문구류 납품권까지 재벌 친인척이 챙기고 있는 형국이 세도정치 시대를 무색케 하는 수준이다.
     
     이런 행태를 바로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진작부터 법으로 규제했어야 했다..
     즉 재벌계열사는 자기계열사에 속한 기업에는 일감을 못 주도록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이다. 즉 삼성건설은 삼성계열사가 짓고자 하는 건축공사의 수주를 할 수 없게 하고, 범한판토스는 LG계열사의 운송에 대해 수주를 못하게 하고, 현대하이스코는현대차의 물류관련 일감을 못 받게 하면 된다.
     李明博 정부가 가로 늦게 문제점을 깨닫고 “동반성장”을 주창하지만 소리만 거창할 뿐 이미 때는 늦었다.
     “정부는 가만 있는 게 기업을 도와주는 길”이란 야유만 받는다.
     
     권력과 금력(金力)은 항상 긴장관계이다. 살아있는 권력은 얼마든지 금력을 괴롭힐 수도 있고, 통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은 권력은 금력 앞에 이빨 빠진 호랑이다. 더더욱 재벌총수라면 퇴임 권력을 돈으로 사서 로비를 할 수도 있고, 제 4의 권력인 언론까지 광고주란 힘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 혹자는 재벌총수의 권력이 세습정권인 북한의 김정일의 권력을 능가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4.左右만 보고 앞뒤는 못 보는 한국인
     
     공산주의의 종주국, USSR 소비에트가 무너진 지 20년이 지났고, 북한 세습정권 아래서 수백만 인민이 굶어죽는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한국인은 左右논쟁이 한창이고, 從北派가건재한다. 혹자는 한국인이 순수해서 혹은 흑백논리에 강해서 그런 것이라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점도 있지만 사실은 자기들의 설 자리를 찾기 위해서,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이기주의적 발상이 그 원인이라 보는 게 정확하다.
     
     곽노현 케이스를 보라. 박정희 시절 같았으면 이렇게 돈 먹이고 공직을 매수한 자는 매타작 감이고, 그 이전에 스스로 얼굴을 가리고 물러서는 게 상식이었을 게다.
     일본만 하더라도 이런 물의가 일어났다면 당사자는 아마 할복자살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돈 준 걸 시인하고도 자리는 지키겠다?” 이것은 자기를 밀어주는 “좌파”세력이 있으니 뻔뻔할 수 있는 것이다.
     
     좌파든 우파든 이제 “우리편이면 악마와도 동침하겠다”는 게 신조처럼 되어버렸다.
     참으로 웃기는 편싸움, 이게 대한민국의 오늘의 주소이자 안철수 신드롬을 낳은 원인이다.제발 좌우를 보지 말고 앞을 보라!
    (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