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출입통제…도의회 등 반대측 '중앙정부'에 투쟁 선언 서귀포시, '자진철거'만 권고…기지 내 불법시설물 철거 미온적
  • [제주=전경웅기자] 해군이 2일 경찰 지원을 받으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 주변에 보호펜스(울타리) 설치를 모두 마무리지었다. 이로써 반대 세력들의 출입이 대폭 제한돼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해군은 2일 오전 5시 30분 경 경찰 600여 명의 경비 속에 해군기지 건설 반대세력들이 쇠사슬로 몸을 묶고 농성 중인 중덕삼거리 일대를 봉쇄한 뒤 굴착기 2대를 동원, 강정포구와 중덕삼거리 주변 150여m에 높이 2.5m가량의 보호펜스를 설치했다. 보호펜스 뒤에는 선형 철조망을 설치했다. 보호펜스 설치가 끝남에 따라 해군기지 공사부지 주변 1.6㎞에는 정해진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출입할 수 없게 됐다.

    해군은 그동안 보호펜스 공사 마무리를 희망해 왔다. 보호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으로 반대 세력들이 들어와 불법 시설물을 짓고 공사를 방해하면서 '공사소음 때문에 불편하다'는 마을 주민들의 민원까지 동시에 듣는 고충을 겪었다.

  • ▲ 해군은 2일 경찰의 경비 하에 공사현장 주변 보호펜스 설치를 마무리지었다.
    ▲ 해군은 2일 경찰의 경비 하에 공사현장 주변 보호펜스 설치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이번 보호펜스 설치를 끝냄에 따라 3일로 예정된 소위 '평화비행기' 시위대는 해군기지 건설현장 바깥에서 시위를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해군 측이 보호펜스를 칠 때 대기하던 경찰 병력은 수도권 지역 경찰관 기동대와 여경 기동대 등 600여 명으로 물대포, 차벽차량 등을 동원해 반대 세력들이 시위를 벌일 겨를을 주지 않았다.

    경찰은 이미 지난달 14일 1차 병력과 장비를 파견한 뒤 "국책사업 공사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조현오 경찰청장이 반대 시위대에 미온적으로 반응한 서귀포 경찰서장을 경질했다.

    8월 26일에는 서귀포경찰서가 해군기지 건설 사업 현장에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강정마을회 강동균(54) 회장을, 또 다른 2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1일에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평통사' 전 사무처장 등 좌파 단체 회원 3명을 연행했다.

    8월 31일에는 김관진 국방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이 "외부 반대 단체가 중심이 돼 불법적으로 사업 추진을 막았다"며 "더 이상의 반대 활동을 중지하라"는 합동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반대 세력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공권력 투입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어 제주지법이 8월 31일 해군기지 반대 주민과 평통사, 생명평화결사, 개척자들 등 좌파 단체 회원들이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공사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 결정문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고시해 반대 세력들 사이에서는 공포감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보호펜스 설치를 실시한 것이다.

    해군은 서귀포시가 반대 세력들이 설치한 부지 내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국회 예결특위 해군기지조사소위원회의 현지실사가 끝나면 준설작업과 케이슨(매립지의 부두 암벽을 구성할 골격 구조물) 설치 등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반대세력들이 만든 구조물 철거 권한이 서귀포시에 있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법원이 '해군 또한 행정권한이 있다'는 결정문을 내놓으면서 해군이 직접 불법 시설물 철거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군 사업단 측은 "제주도와의 여러가지 관계를 고려해 일단 서귀포시에 철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귀포시는 "해군이 직접 해결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법제처와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26일 철거 권한이 서귀포시에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3일 뒤인 29일 제주지법은 해군이 직접 철거할 수 있다는 판결을 했다"며 "최근에 해군이 불법 시설물을 철거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 양 측 간의 책임공방에 따른 공사 지연 가능성도 있다.

  • ▲ 제주도 의회 의장 등 야당 도의원들이 2일 정오 무렵 해군의 보호펜스 설치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제주도 의회 의장 등 야당 도의원들이 2일 정오 무렵 해군의 보호펜스 설치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편 해군기지 건설반대 주민과 좌파 단체들은 "경찰이 주민과 활동가들을 구속 또는 연행하는 등 '폭압'하고 해군이 '평화의 섬'을 훼손한다"며 반대 투쟁을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다 제주도 의회까지 반대 세력들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여 해군기지 건설문제 또한 한진중공업처럼 정치적 이슈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

    2일 정오 무렵 제주도 의회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진보신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반대세력들이 '쇠사슬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 인근 중덕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행사를 통한 갈등 해결은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불상사의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앞으로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예산 사용을 보이콧하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20개 좌파 단체들이 결성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3일 500여 명의 회원들이 전세기 편으로 제주도에 모여, 강정마을 일대에서 구럼비 순례선언, 평화콘서트 등의 일명 '놀자 놀자 강정 놀자' 문화행사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경찰 등은 '합법적인 문화행사는 허용하지만 불법시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