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9월호, 노태우 전 대통령 감옥생활 노트 공개
  • “자네 구치소에서는 계란 후라이 주나? (전두환 전 대통령)”
    “안 준다. (노태우 전 대통령)”
    “우리도 안 줘. (전두환 전 대통령)”

    <월간조선> 9월호는 노 전 대통령의 과거 감옥생활 일부를 소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12.12사건과 5.18 사건 등으로 같은 법정에 출석했던 두 전직 대통령이 처음 나눈 대화가 나온다. ‘구치소에서 계란 후라이가 나오느냐’는 문답(問答)이다.

  • ▲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유학성 전중앙정보부장(앞줄 오른쪽부터) 피고인이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다. 1996.8.26 ⓒ연합뉴스
    ▲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유학성 전중앙정보부장(앞줄 오른쪽부터) 피고인이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다. 1996.8.26 ⓒ연합뉴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전 전 대통령은 안양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개인 노트에 힘든 수감생활에 대해 적기도 했다.

    구치소 생활 1년10개월여가 넘어가던 1997년 8월 19일, 그는 노트에 “말복이 지난 지도 3일이나 됐는데 왜 이렇게 더운지. 어제와 오늘 찜통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몸이 천근이나 되는 것 같이 무겁다”고 썼다.

    그 이튿날인 20일에는 “어젯밤은 수면제를 먹고 잤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다. 여러 번 깼고, 소변도 두 번이나 보았다. 날씨가 무덥고 또 불쾌지수가 높으니 몸의 컨디션이 극히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무리하게 아프다”고 적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가족들에게 많은 편지를 썼다. 영어(囹圄)의 몸으로 가족에게 보낸 편지는 감성이 묻어나왔다. 감옥에서 6·29선언 10주년을 맞아 쓴 편지를 비롯해 부인 김옥숙 여사 앞으로 부친 편지도 있었다.

    6·29선언 10주년을 맞아 쓴 옥중 서신에서는 국민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인 6·29선언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그는 “사람들은 이제 고물딱지로 쓰레기통에 버렸겠지만, 10년 전의 오늘 6·29는 나에겐 목숨보다 소중한 길이 물려줄 보물”이라고 했다.

    이어 “혹자는 생존과 권력의 수단이라고 그 뜻 비하하는 자 있소만 모르는 소리 외다. 비겁한 소리 외다”라면서 “그것은 한 시대의 운명을 건 혼백의 절규”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2년여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정부의 특별사면조치로 풀려났지만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그는 현재 희귀병인 ‘소뇌위축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이 병은 현재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노태우 회고록 출간을 주도한 손주환 전 공보처 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은) 엄청난 치적을 남기신 분이지만 비자금 문제로 그 치적이 가려져 있다”면서 “아무리 인내심이 강하고 잘 참는 분이라 하더라도 가슴이 치밀어 오르는 게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