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한진중공업 사태에도 무관심지방 거주자도 국민의 절반 차지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
  • 지난 9일과 10일 ‘2차 희망버스’ 시위대 7,000여 명이 부산 영도 일대를 마비시켰다. 경찰 7,000여 명과 한진중공업 직원들, 영도 주민들은 시위 때문에 잠도 자지 못했다. 10일 오후부터는 쓰레기 치우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주요 포털과 일간지에는 제대로 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산 시민들은 ‘왜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주장’으로 채워진 보도와 유언비어

    부산 영도에 위치한 한진중공업을 찾았다. 장기간의 파업과 노사 갈등, 6월 11일과 12일 일어난 ‘1차 희망버스’ 일행들의 난동 흔적을 지우느라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두려움과 분노의 눈빛까지 청소하지는 못했다. 2차 희망버스를 조직해 ‘다시 쳐들어오겠다’고 선언한 자들에 대한 감정 때문이었다.

    일부 직원은 “부산 지역 언론에는 계속 보도가 되고 있는데 대관절 네이버나 다음 등에서는 노사 갈등의 전말이나 실제 상황을 보도하는 중앙언론 보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중앙 언론은 부산이나 지방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가보다”라고 답답해했다.

  • ▲ 네이버에서 '희망버스'로 뉴스검색을 한 결과. 대부분 '희망버스'를 편드는 쪽이다. 현장 취재를 꾸준히 한 언론의 기사는 보기 어렵다.
    ▲ 네이버에서 '희망버스'로 뉴스검색을 한 결과. 대부분 '희망버스'를 편드는 쪽이다. 현장 취재를 꾸준히 한 언론의 기사는 보기 어렵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에서 ‘희망버스’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희망버스를 선전하는 글이나 그들의 편에 서서 ‘주장’만 선동하는 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을 6개월 넘게 점거 중인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에 대한 글도 그를 일방적으로 찬양-고무하는 내용 일색이다.

    대부분은 ‘한진중공업 출신인 김진숙 지도위원이 사측에 해고된 근로자들의 해직철회를 위해 타워크레인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과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를 강행해 노조를 죽이려 한다’ ‘한진중공업 노사갈등 사태는 부도덕한 사측 때문이다’는 ‘주장’, 그것도 일부 사실을 왜곡한 '선전-선동'만 잔뜩 널려있다.

    지난 9일과 10일 ‘2차 희망버스’가 시위를 벌이던 시간, 인터넷과 SNS에 떠돌던 소문은 더 가관이었다. ‘시위대가 보도블록을 깨 경찰에게 던졌다’는 소식이 올라오자 곧이어 ‘경찰이 보도블록을 깨 시위대에게 던졌다’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종이신문’과 공중파 방송들은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의 전말과 김진숙씨의 농성 전후과정 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은 <연합뉴스>나 <뉴시스>의 보도를 전재하는데 그쳤다.

    그들의 보도 어디에도 김진숙씨가 1980년대 중후반 전두환 정부시절에 해직되었고 그때 회사와 지금의 한진중공업은 회사 주인도 운영 방식도 모두 바뀌었는 사실은 등장하지 않았다. 한진중공업이 ‘가’급 국가주요보안시설이라는 것, 1937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소라는 설명, 한진중공업이 왜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지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한진중공업의 고졸-대졸 초임이 얼마인지, 어떤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지, 희망퇴직자들이 위로금으로 얼마를 받았고, 그들 대부분이 재취업했다든지, 한진중공업 노사가 언제 합의를 했는지, 협력업체와 부산 시민들이 희망버스와 외부세력을 어떻게 보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 ▲ 지난 9일 밤 '2차 희망버스' 시위대가 경찰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몸싸움을 걸고 있는 모습.
    ▲ 지난 9일 밤 '2차 희망버스' 시위대가 경찰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몸싸움을 걸고 있는 모습.

    10일 오전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후 나온 언론보도들도 가관이었다. 네이버 등에 게재된 대부분의 보도에는 시위대가 경찰의 경고방송을 무시하고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려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최루액과 물대포에 맞았다는 사실 대신, ‘경찰이 사람 잡는다’거나 그저 ‘경찰과 시위대간에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는 식의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언론은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최루액을 맞고 입원하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경찰에 연행됐다’며 마치 경찰이 ‘이유 없이 폭력진압’을 한 것처럼 보도했다. 시위세력은 '착하고 선한 편'이고 경찰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제압하는 '악' 처럼 묘사하는 좌파 언론의 보도만 홍수를 이뤘다. 

    중앙 언론들, 지방 무시하고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왜곡된 보도가 넘쳐나도 ‘고귀하신’ 중앙 일간지들은 부산 한진중공업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금도 조중동을 포함한 주요 일간지 1면은 여의도 정치권 이야기나 평창 동계올림픽, 해병대 사고 소식으로 채워져 있다.

    중앙언론의 이런 태도는 저축은행 사태 때와 흡사하다. 부산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보해저축은행, 전일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등에서 밝혀진 ‘사기’와 피해자 목소리는 지역에서만 맴돌 뿐, 좀처러 서울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 ▲ 지난 9일 밤 경찰이 시위대와 대치 중이다. 앞쪽에 보이는 경찰복은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여경들이다. 시위대 중 일부는 이들에게 욕을 하거나 희롱을 일삼기도 했다.
    ▲ 지난 9일 밤 경찰이 시위대와 대치 중이다. 앞쪽에 보이는 경찰복은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여경들이다. 시위대 중 일부는 이들에게 욕을 하거나 희롱을 일삼기도 했다.

    당시 만난 지방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왜 중앙언론은 지방 일에 무관심하냐, 우리는 2류 국민이냐”고 성토했다. 어떤 피해자는 “우리가 세력화를 해서 법원이나 검찰을 뒤집어야 관심을 가져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갑제닷컴> <올인코리아> <뉴데일리> 등 인터넷 매체가 저축은행 사기범들의 실명과 사기수법을 사실 집중적으로 알리고 난 뒤, 그때서야 거의 비슷한 내용들을 마치 자신들이 ‘특종’을 한 듯 보도했다. 그마저도 스치듯 보도하고는 더 이상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중앙언론에게 묻고 싶다. 이번 ‘희망버스’의 한진중공업 습격사건도 지역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들이 취재한 걸 그대로 받아쓰고 싶은가. 그래놓고 나중에 해당 지역민이나 기업에게 ‘우리가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을, 양심이 있다면 할 수 있는가.

    중앙언론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살고 있다. 이 말은 곧 지방에도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 절반의 인구들이 지금 중앙언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아는가. 신문구독률과 공중파 방송 시청률이 왜 계속 떨어지고 있는지, 남에게서 그 원인을 찾지 말고 스스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