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과 씨엠립의 평양식당
  • 北동남아 '돈세탁 창구' 캄보디아 <평양식당>

    북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국에서 몰려든 사업가들

    번역/金泌材

    북한의 평양 식당은 냉면, 그리고 김치를 곁들인 바비큐와 함께 아름다운 종업원들이 바이올린과 전자 오르간에 맞춰 전통춤을 추면서 손님을 시중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평양 식당은 기존의 식당과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 우선 이 식당은 북한 정권 소유로 이곳에서 벌어들인 자금은 모두 평양으로 유입되고 있다.
     
     대부분의 프놈펜 고급 식당들처럼 이 식당도 모든 음식값이 릴(riel)화가 아닌 달러로 지불된다. 이유는 캄보디아 화폐의 경우 외부로 나가면 환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국제사회는 2006년 10월 북한의 핵 실험에 따른 대북경제제재를 단행했다. 그러나 북한이 외국 현지에서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회사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는 모두 김정일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캄보디아의 평양 식당도 이처럼 김정일 정권 살리기에 한몫을 했다.
     
     김정일 정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 같은 북한 식당은 곳곳에서 붐(boom)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의 여러 대도시에서 북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식당이 가장 먼저 세워진 곳은 2002년 씨엠립(Siem Reap)이 처음이다.
     
     ‘앙코르와트’ 유적을 가장 가까이에 두고 있는 이곳은 현재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유적도시다. 이곳에 세워진 북한 식당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매년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 씨엠립을 찾는 수천 명의 한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많이 찾았다. 이처럼 장사가 잘 되자 북한은 2003년 프놈펜에 두 번째 북한 식당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북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국에서 몰려든 사업가들, 혹은 오랜 여행을 하면서 외국 음식에 싫증이 나서 한국 음식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다. 북한은 식량부족에 시달려도 프놈펜의 북한 식당들은 이와는 상관없이 외화 벌이가 짭짤하다.
     
     물론 북한의 자본주의적 실험과 이들을 받아들인 캄보디아의 선택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왕자에서 국왕으로 그리고 망명 후 다시금 1993년 9월 권좌에 복귀한 캄보디아의 최고 실력자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은 그동안 북한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1961년 벨기에서 개최된 비동맹회의에서 시아누크는 김일성을 처음 만났다. 이후 4년 뒤 김일성은 시아누크를 평양으로 초대했다.
     
     이 같은 만남을 통해 두 사람은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1970년 시아누크가 군사 쿠데타로 권좌에서 추방되자 김일성은 북한에 망명지를 즉각 제공하기도 했다.
     
     시아누크의 망명정부는 북경에 있었지만 김일성은 1974년까지 평양 북쪽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시아누크를 위한 안가를 세울 것을 지시했다.
     
     1개 대대 병력의 북한군들이 이 작업에 투입되어 거의 1년 동안 풀타임으로 일해 궁전 같은 건축물이 세워졌다. 특별 경호원들도 건물 주위에 배치됐다.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을 따른 시아누크의 안가에는 영화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처럼 시아누크도 영화광이었기 때문이다.
     
     시아누크는 1975년 4월 론 놀 정권의 전복과 함께 캄보디아로 돌아왔으며, 이후 그의 공산 동맹인 크메르루주가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크메르루주는 시아누크를 1979년 1월 베트남이 침공할 때 까지 프놈펜의 왕궁에 가두었다.
     
     그러다 시아누크는 중국으로 망명해 북한의 안가로 들어갔다. 시아누크는 1991년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오면서 북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았다.
     
     당시 시아누크와 함께 캄보디아에 들어간 북한 경호원들과 외교관들은 프놈펜의 독립 기념탑 근교에 새로이 거대한 북한 대사관을 신축해 입주했다.
     
     그리고 1991년 시아누크는 캄보디아의 국왕으로 다시금 권좌에 앉자마자 이들 북한 경호원들을 자신의 심복으로 삼았다.
     
     그래서 프놈펜의 평양 식당에는 시아누크와 그의 아내 모니크 그리고 아들 노르돔 시아모니 현 캄보디아 국왕의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다.
     
     캄보디아에서는 외국인들이 사업을 하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제한이 있다. 그래서 북한은 지난해 캄보디아와 인접한 태국에 거대한 평양 식당을 개점했다.
     
     이 식당의 개점일은 8월 15일로 이날은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망한 후 항복한 날이다. 방콕 소재의 평양 식당은 북한 대사관이 위치한 파타나깐(Pattanakarn) 근교에 위치해있다.
     
     식당의 내부에는 김일성의 출생지로 알려진 만경대 그림이 걸려 있으며, 김일성 배제를 단 전통 의상을 입은 북한 여성 밴드가 기타와 드럼 그리고 전자 오르간을 연주한다.
     
     이들 식당의 용도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북한 외교관들과 상인들은 이 레스토랑의 화려한 배경 뒤에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중국과 남한에 이어 태국을 제3의 무역 파트너로 삼기 위한 공작을 하고 있다.
     
     번영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동남아의 평양 식당을 보면 국제 사회의 대북 경제 제제가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원제] Dining with the Dear Leader
     [출처]홍콩 아시아 타임스 2007년 03월15일
     [필자]베르틸 리트너(Bertil Litner), 前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한반도 전문기자
     [번역/정리] 김필재 기자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