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합의한적 없어” vs 野 “거짓말하나”민주, ‘사개특위 해산’ 강공책까지
  •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여야가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다.

    10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선 검찰소위의 ‘대검 중수부 폐지’ 발표가 여야 합의인지 아닌지를 놓고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평소보다 높은 수위의 충돌이었다. 한나라당이 중수부 폐지 반대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을 두고 민주당이 “청와대 눈치만 보는 꼭두각시”라며 반발하는 기류 탓이다.

    이날 충돌은 검찰소위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검찰소위 심사상황을 보고하던 과정에서 시작됐다.

    박 의원이 “대검 중수부 폐지 원칙에 여야가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들썩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중수부 폐지와 관련 여야가 완전히 합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소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한성 의원은 “조금 부정확한 것이 있다. 중수부를 폐지키로 전원 의견이 일치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의 발표를 부정했다.

    손범규 의원은 “한나라당에서는 중수부를 함부로 폐지하면 곤란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립돼 있었을 뿐 당장 폐지하자는 의견에 찬성한 의원이 없었다”고 가세했다.

    그는 “청와대 개입을 의식해 한나라당이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민주당이 얘기하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식 의원도 “당시 검찰소위에 불참한 2~3명이 폐지안에 적극 찬성이 아니라는 점을 (민주당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당초 합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그런데도 중구난방으로 언론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 뒷감당이 안되고 사개특위 전체가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초강수를 뒀다.

    “이럴 바에는 아예 사개특위를 해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이다.

    유선호 의원은 “검찰소위가 중수부 폐지안 법제화를 발표한 뒤 청와대가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고 이것이 직접적 영향을 미쳐 한나라당 의총에서 반대 당론이 채택됐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개특위 논의를 중단하고 해산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이) 6인 소위안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통과시키면 가장 빠르게 사법개혁을 할 수 있다”고 강공에 나섰다.

  • ▲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좌측부터)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 이주영 위원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민주당 김동철 간사가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좌측부터)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 이주영 위원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민주당 김동철 간사가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의원은 “속기록과 다른 내용을 자꾸 한나라당 의원들이 얘기하면 민주당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속기록에 나타났는데 이런 식으로 연극하면 국민 혼란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4월12일 속기록을 보면 김학재 의원이 ‘(중수부) 폐지에 합의했지 않았나’라고 묻자 장윤석 의원이 ‘그러게요’라고 대답했고, 이한성 손범규 이주영 의원도 ‘정부가 스스로 (중수부 폐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가 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김동철 의원은 “중수부 폐지는 지난 3일 의결정족수가 된 상태에서 처리됐으며 나중에 이견이 있다고 합의가 안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회의 회의 관행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갖고 꼼수를 안부리는게 좋겠다”라고 했다.

    다시 한나라당이 받아쳤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100페이지가 넘는 속기록 안에서 ‘그러게요’ 하나를 겨우 찾아서 합의했다고 하면 그게 해프닝”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같은 당 소속 다른 의원들도 “장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니 동료 의원의 인격을 모독하지 말라”고 거들었다.

    이처럼 여야가 중수부 폐지 합의를 놓고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종일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