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태극기 달다 숨진 하늘이, 6일 2주기 맞아시민들 “태극기 밟고 선 전 총리 모습과 선명한 대조”
  • “엄마, 이웃집들에 태극기가 많이 달려있지 않네?”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바깥 풍경을 본 소녀는 엄마에게 태극기를 찾았다.
    지난 2009년 6월 6일 현충일이었다.
    선생님은 어에 나라를 지킨 영령들의 숭고한 넋을 기려 꼭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장롱에서 태극기를 찾은 소녀는 베란다로 향했다.
    오전 10시50분이었다.
    베란다에 설치된 국기게양대는 소녀는 키보다 높았다.
    작은 의자를 가져와 놓았다. 의자 위로 올라가니 발돋움하면 게양대에 태극기를 꽂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발꿈치를 높이 치켜들고 팔을 길게 뻗었다. 힘들게 태극기의 깃봉을 게양대에 꽂았다.
    “아! 이젠 됐다.”
    의자를 내려오던 소녀에게 순간 지난 3.1절의 기억이 스쳐지났다.
    3.1절에도 소녀는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게양했다. 하지만 바람에 날려 태극기가 게양대에서 떨어져 나갔었다.
    ‘맞아. 접착테이프를 붙이면 지난번처럼 태극기가 떨어지진 않겠지.“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방에 가서 접착테이프를 가져왔다. 
    다시 의자 위로 올라섰다.
    태극기 깃대를 잡고 테이프를 단단히 붙이려는 순간. 갑자기 의자가 휘청거리고 소녀는 중심을 잃었다.
    “엄마~!”
  • ▲ 고 이하늘 어린이.ⓒ자료사진
    ▲ 고 이하늘 어린이.ⓒ자료사진
    그게 끝이었다.
    소녀는 11층 아파트 아래 화단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친구들과 영원히 헤어졌다.
    살아 있었다면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소녀, 하늘이는 그리고 엄마 아빠의 소중한 외동딸이었다.
    하늘이는 그렇게 2년전 현충일 국민 모두의 가슴에 태극기를 심어주고 떠났다.
    ‘의사’를 꿈꾸던 하늘이.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제에서 한명숙 민주당 상임고문이 태극기를 밝고 선 모습.ⓒ자료사진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제에서 한명숙 민주당 상임고문이 태극기를 밝고 선 모습.ⓒ자료사진
    평소 국경일에는 집집마다 펄럭이는 태극기가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 작은 가슴에 담겼던 나라 사랑, 태극기 사랑은 이제 국민들 모두의 가슴에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하늘이의 담임선생님이었던 김민욱 교사는 당시 하늘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일상에서도 배운 대로 하던 하늘이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일을 맞아 3.1절 때처럼 스스로 태극기를 달았다. 바람만 불지 않았어도,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려온다.’라고.
    ‘태극기 소녀’로 우리 가슴에 살아있는 하늘이를 4일 오후 다시 만난다.
    한극연극협회 제주지회는 4일 오후 7시 제주어울림마당에서 하늘이를 기리는 추모 모임을 갖는다. 이광후 제주지회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초중고생과 제주시민 500여명이 참가해 하늘이의 태극기 사랑, 나라사랑의 넋을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비 건립 행사에서 한명숙 민주당 상임고문이 밟고 섰던 태극기와 하늘이의 태극기가 어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