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리영호 수행 가능성김정일 작년 8월 방중루트 逆으로 따라
  •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초부터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외교무대 데뷔'를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후계자인 김정은은 지난 4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조선인민군종합체육관 개관식에 참석한 이후 북한 언론매체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군부대 훈련을 참관하며 공개활동을 시작한 이후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공연관람 등의 일정에 대부분 따라다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평양시의 경공업 공장 현지지도, 7일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시찰, 9일 김형직 사범대학 예술소조공연 관람, 12일 구장양어장 시찰 등 활발한 공개활동을 펼쳤지만 북한매체의 보도에서 김정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이 기간 김정은이 공식적인 활동을 멈추고 치밀하게 방중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그간 멍젠주 중국 공안부장 등 외국의 고위관계자가 방북하면 배석해 왔지만 지난 17일 김 위원장과 미하일 프라드코프 러시아 대외정보국 국장의 접견자리에도 불참했다.

    김정은 측근들의 최근 행보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방북 직전인 지난 18일 김 위원장의 함경남도 룡전과수농장·덕성과수농장 현지지도에 공개활동 수행의 '단골멤버'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빠져 김정은 방중에 동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특히 리영호는 과거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 김 위원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첫 방중때 수행했던 오진우(전 인민무력부장)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수행 여부가 주목된다.

    김정은이 투먼(圖們)을 방중 루트로 택한 것은 북중 경협의 핵심지역인 '창ㆍ지ㆍ투(長吉圖)'지역을 둘러보고 아버지의 8월 방중 동선을 따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땅에 발을 들여놓은 뒤 무단장(牧丹江)으로 향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작년 8월 방중 루트를 역순으로 따르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 8월 만포-지안(集安)을 통해 중국에 들어가 4박5일간 방중을 마치고 창춘-하얼빈(哈爾濱)-무단장-투먼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정은이 역순으로 이 루트를 따라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혁명유적지를 순례한다면 작년 8월 이곳을 방문한 아버지에 이어 김 주석의 혁명 유지를 받든다는 메시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