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저축은행의 비리 원인은 지연(地緣)과 학연(學緣)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주간은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들에서 발생된 비리사건의 출발점을 부동산경기 침체나 금융계 관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인과관계의 분석은 부정확해 보인다. "저축은행 사태의 꼬락서니가 경기 불황이 아니면 금융위기로 이어질지 모를 불안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 송희영 논설주간은 "저축은행이 무더기 도산한 출발점은 부동산 경기 침체다. 부동산 불황(不況)이 길어져 거대 개발사업에 대출해준 저축은행들이 큰돈을 물리고 말았다"며 저축은행들의 부실 원인을 경영진의 부패 대신에 금융계의 사모펀드나 특수목적회사 설립 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같은 제도적 탓으로 돌렸다.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부패와 개인적 범의에 대한 비판은 그의 논설에 안 보인다. 모든 범죄는 제도적 구조적 한계보다는 개인의 범의에 더 깊이 의존됨에도 말이다.
     
    송희영 논설주간은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죄인이라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권력자와 정치인을 믿고 따라갔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권은 기업도시·혁신도시로 바람을 잡았고,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뉴타운·보금자리 주택·4대강 개발로 부동산을 띄웠다"며 저축은행들의 부실 원인으로 노무현과 이명박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찍으면서 "정치가 뿌린 부동산 버블의 씨앗은 언제나 금융회사를 통해 폭발한다"며 저축은행들의 부실 원인으로 정치인들의 부동산 개발정책을 지목했다. 그런데 정작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에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광주일고 출신들의 비리 공모와 김대중 정권의 책임에 대해 송희영 논설위원은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다. 한국 금융계의 재부실은 김대중 정권의 피상적 IMF 극복에서 출발했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송희영 논설주간은 "특수목적회사(SPC)를 120개나 몰래 경영하면서 예금자 돈을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며 "(8개 저축은행만 외에) 다른 저축은행, 다른 금융회사에도 시한폭탄성 부실투자가 적지 않다. 지난 몇 년 동안 금융권에서는 사모펀드(PEF) 투자와 무슨 '특수 목적'에 쓰려고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SPC 설립 붐이 불었다"며 "PEF나 SPC가 인기 있는 것은 외부 감시를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장부만 봐서는 알짜 투자를 했는지, 엉터리 투자를 했는지 알기 어렵게 월스트리트 인간들이 개발한 묘수다"라며, 부산저축은행이 특수목적회사를 120개나 따로 굴렸다고 놀라지 말라며 월스트리트 인간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만든 120개의 위장회사들을 외면하고, 부산저축은행의 부패 원인을 설명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부패사건을 마치 정부와 외세가 유발시킨 금융계의 보편적 증상처럼 설명했던 송희영 논설주간은 이번 (부산)저축은행의 비리사건에 재벌까지 끌어들였다. 송희영 논설주간은 "요즘에는 재벌 회사들까지 이런 음험한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익 잉여금을 주체하지 못해 조세회피지역에 수백개의 가공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재벌그룹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이 장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PEF와 SPC를 수백개씩 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폭발 규모가 컸던 이유는 매설된 지뢰가 그토록 많은지 알지 못했던 데다, 부동산 경기가 무너지자 이곳저곳에서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이라며 저축은행들의 부실책임을 한국 재벌과 미국 금융가에까지 돌리는 듯한 논조를 폈다.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위원은 부산저축은행의 부패 원인을 물타기 하는 걸까?
     
    송희영 논설주간은 "부동산은 깨어날 징조가 없고, 20년 전 일본처럼 건설회사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때마침 경기 사이클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 정권은 대기업을 압박해 투자의욕이 추락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힘이 빠지는 정권 말기다. 한국의 외환위기나 미국의 금융위기도 정권 말기에 정책 당국이 갈팡질팡할 때 발생했다. 휘발유 값 소동에서 청와대와 경제팀은 체통을 잃었고, 저축은행 사태에서는 위엄을 잃었다"며 정부 때리기를 살짝 걸치면서 "경제 흐름에 나쁜 신호등 여러개가 동시에 깜박거린다. 저축은행 사태가 저축은행 울타리 안에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며 부산저축은행 부패사건의 불똥이 더 확산되지 않기 바라는 논조를 폈다. 저축은행 사태는 대형 폭발로 이어질 잠재력을 갖추었다는 게 송희영 논설주간의 위협하는 듯한 논조다.
     
    하지만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의 저축은행 부패사건에 대한 이런 거시적 분석은, 구체적으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에 대입하면,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다. 거시적으로는 송희영 논설주간의 분석이 정당한지 모르겠으나, 미시적으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원인을 관찰해보면 부적절하고 부정확해 보인다. 데일리 포크스는 2011년 5월 5일 "7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61) 회장 등 그룹 핵심 3인방과 주요 임원들이 끈끈한 학연(學緣)으로 얽힌 관계로 밝혀졌다. 대주주와 계열 은행장, 감사까지 모두 같은 고교 선후배라 이들 사이에서 불법대출과 탈법투자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부산저축은행의 비리사건이 특정 지연(광주)과 학연(광주일고)의 경영진이 감독기관과 정치권력과 연계된 부패사건임을 지적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장은 모두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고,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 금융감독원 출신인 문평기 전 부산2저축은행 감사 등은 5개 계열은행들의 ‘컨트롤타워’인 그룹 임원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대출을 가장한 직접투자의 대상과 액수와 세부조건까지 모두 결정하며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데일리 포커스는 5월 5일 전했다. "광주일고 출신들이 경영자와 감사의 자리를 차지하여 문평기 감사가 박연호 회장의 비리를 방조하고 심지어 8천여억원의 불법 대출에 적극 가담하는 등 구체적 비리사건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데일리 포커스는 구체적으로 전했다. 이런 구체적 부패구조와 개인적 범죄사실을 간과하면서 송희영 논설주간은 저축은행들의 부실을 거시적으로 진단한 것 같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부친인 박상구 부산저축은행 명예회장은 1981년 부산상호신용금고(현 부산저축은행), 광주상호신용금고, 대전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면서 신용금고 업계에 진출했는데, 박연호 회장은 이때 경영에 함께 참여했다고 동아일보가 5월 4일 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인 박상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연호 회장은 광주상호신용금고 이사를 맡다가 1985년 부산상호신용금고로 옮겨, 2004년 부친이 물러나면서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호남 사람이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최대한 노출을 자제했다는 박연호 회장에 대해 부산지역 저축은행 관계자는 "평소 교류가 없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박연호 회장이) 사업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동아닷컴이 전했다.
     
    파이낸셜 뉴스는 2009년 11월 30일 "경제계를 움직이는 명문고 파워(전통의 명문 광주일고)"라는 기사를 통해 "자본시장의 ‘절대 강자’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52회)이 이 학교 출신이다. 박 회장은 1997년 11년간의 증권사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1998년 국내 최초로 뮤추얼펀드(증권투자신탁회사)를 도입해 자산운용 시장의 판도를 일거에 뒤바꾸며 ‘펀드 신화’를 써내려갔다"고 소개한 뒤에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52회)도 광주일고 동문으로 자본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제2금융권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며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43회), 김양 부산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45회), 김** 전 군산한일저축은행 대표이사(46회), 이** 부천영진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50회) 등이 광주일고 동문"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넷신문 브레이크뉴스는 2004년 3월 10일 이미 "공적자금 지원으로 기사회생한 광주은행의 방만한 경영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해당 감독 기관과 정부내의 고위인사가 비호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역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며 "광주은행 경영진 구성은 광주일고 동문 일색으로 엄** 행장을 필두로, 송** 부행장, 오지열 부행장, 양** 상임감사, 박** 이사대우로 짜여있고 사외이사 한**, 장**씨 등 행장 측근들로 구성돼 원칙 없는 정실인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는가 하면"이라며 이번에 부산저축은행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오지열 부행장의 이름을 거론했다. 부산저축은행 오지열 행장이 공적자금 1,704억원이 투입된 광주은행에 재직했을 때에 이미 은행의 부실사건에 연루된 전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브레이크뉴스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관계자는 5일 "대주주와 임직원 비리뿐 아니라 금융감독기관 관계자들의 연루 여부, 정·관계 로비 흔적, 빼돌린 재산 환수 등 풀어야 할 의혹이 많다"고 말했고 중수부 관계자는 "아직 수사는 50%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자금의 사용처를 파악하는 데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매일경제신문이 5월 5일 전했다. 그동안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불법 대출된 자금이 부동산 개발 등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파헤치는 데 주력해온 중수부가 "이제부터 SPC에 있던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사용처 추적에 집중하여 금융감독원 등 정·관계 로비에 사용되거나, 대주주나 임직원이 착복한 것이 있는지를 파악한다"는 수사방향을 매일경제신문이 전했다.

    매일경제(MK)신문은 "검찰 안팎에선 부산저축은행의 비리가 지역 명문 고교인 K고 출신들을 중심으로 로비와 비리의 사슬이 연결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며 "지난 1일 대검 중수부가 구속기소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ㆍ부산2저축은행장은 K고 선후배 사이다.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 역시 이 학교 출신이며 금융감독원(옛 증권감독원) 출신인 문평기 전 부산2저축은행 감사는 박연호 회장의 고교 2년 선배다"라며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금감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요구로 유상증자를 할 때 학교법인 포스텍(포항공대)에서 500억원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K자산운용 J모 대표도 들먹였다. 광주일고 출신들의 학연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에 원인으로 작동된 것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가 없는 보도(증거)다.

    "(검찰이) 김양 부회장 등이 10개의 위장 SPC를 통해 캄보디아 등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에 5200억원가량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포착해 수사 중이고 오랜 기간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를 벌이고도 비위사실을 찾아내지 못한 금감원의 부실검사와 관련해 금감원 일부 임직원들이 유착관계가 있거나 로비 등 비리가 있었는지도 파헤치고 있다"고 보도한 매일경제신문은 "2008년 부산저축은행이 심각한 부실 상태였던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할 당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출신학교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부산저축은행에 정관계 유착과 광주일고의 학연을 주목했다.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을 분석하면서 이런 구체적 학연과 지연의 변수를 간과했다.

    이런 언론보도를 고려해서 판단한다면,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은 부동산 경기 침체나 금융계 관행 때문이 아니라, 특정 학연과 지연과 권력이 공모해서 저지른 부패사건으로 분석되고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이 저축은행의 비리를 특수목적회사(SPC)와 사모펀드(PEF) 투자가 성행하는 금융계, 감독기관이 엉터리 투자를 했는지 알기 어렵게 만든 월스트리트 인간들, 잉여이익을 주체하지 못해 조세회피지역에 수백개의 가공회사를 만드는 재벌들, 실패한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를 침체시킨 정부를 지목해서 비판했지만, 그것은 부산저축은행의 부패에 대해서는 부정확한 진단과 비판 같다.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은 연고주의(지연과 학연)로 얽힌 경영진과 감독관의 부패 때문이라는 사실을 송희영 논설위원은 주목하지 않고 저축은행 부실의 주변적 원인들을 분석한 것 같다
     
    학연과 지연과 권력적 연고에 뒤얽힌 부패한 금융인과 감독관이 서민들의 돈을 빼돌려서 사적으로 남용한 부산저축은행의 비리사건에 대한 책임을 풍토나 제도나 정부에 돌리는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주간의 윤리와 논리는 뭔가 불만족스러운 분석 기준이다. 몇몇 사적 인연에 근거해서 금융기관을 경영했다면, 그것은 공적 기관의 공공성을 망각한 불법행위인 것이다. 저축은행들의 부실 원인 분석은 여러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가능하지만,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특정 학연과 지연으로 뒤얽힌 경영진의 도덕적 부패라고 할 것이다. 은행이 폐쇄되기 전에 자신들의 돈만 빼간 사실만으로도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의 핵심적 원인은 경영진의 도덕적 부패와 의도적 범의가 지목된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