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중국 랴오닝성 푸순에서 추락한 북한 전투기의 탈북 여부를 두고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최근 북한 사회의 체제 이완 속도를 생각하면 전투기 조종사까지 탈북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그리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 ▲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 ⓒ 유용원의 군사세계 
    ▲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 ⓒ 유용원의 군사세계 

    데일리NK가 최근 소개한 북한에서의 전투기 조종사(북은 ‘비행사’로 호칭) 생활은 이렇다.
    북한에서 '비행사'라는 직종은 잠수함 승조원, 미사일 부대 근무자들과 같이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사회에서 살인을 하고 자기부대에 복귀하면 경무대(헌병)들도 체포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갖고 있다는 것.

    비행사 선발기준의 첫째는 '출신성분'이하고 데일리NK는 설명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노동자 자식들 중에서도 본인이 학업 성적과 체력이 우수하면 비행사로 선발될 수 있었다는 것. 이 때만 해도 비행사는 '위험 직업'으로 인식되어 간부층 자식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90년대 경제난이 시작되자 '최고의 대우'를 보장하는 비행사 병종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인민무력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권력기관 간부들의 자식들이 대거 비행사의 길을 선택했다.

    현재 북한에서 비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특급 대우'를 해준다고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일반 중산층 생활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당 간부들, 권력을 쥐고 편하게 자리를 유지하는 법기관 간부들과 비교해보면 비행사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북한 간부층이 외화벌이와 시장 장사를 통해 부와 권력을 키워가는 동안 비행사들은 여전히 '국가 공급'에 얽매여 살고 있다. 주요 간부들은 돼지머리 같은 것은 음식으로 취급하지도 않는 분위기인데 비해 비행사들은 가족들을 위해 국가에서 나오는 공급물자들을 시장에 내다팔며 살아가고 있다고 데일리NK는 설명했다.

    90년대 초반까지 비행사들에게 배급되는 '4호 공급물자'는 100% 무료, 가족들에게는 무료공급과 함께 필요에 따라 유료공급이 지급되었다. 또 조종사들이 가정 걱정으로 훈련 때 사고를 일으킬 것을 우려해 자녀문제를 비롯한 가정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었으며 가족들을 위한 '배려' 명목으로 월 1회씩 정상적인 상품 공급이 이뤄졌다.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비행사 가족들에게는 정상적인 식량배급이 이뤄졌지만 사회 분위기와 환경이 달라지니 이들의 스트레스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 비행사의 자녀들은 학교에서도 '타겟'이 된다. 학교 교원들은 상급에서 지시되는 각종 사업을 진행할 때 마다 비행사 자녀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비행사 아내들 역시 '생활전선'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아내들은 공급받은 물자를 도매 장사꾼들에게 넘겨주거나 부대 인근 농촌들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팔기도 한다. 비행사 가족들은 식량은 물론, 담배 콩 설탕가루 기름 심지어 맥주까지 모두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데일리NK는 “국가로부터 쌀 한 톨 못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 상황에서도 비행사들에게 차려지는 공급은 '특급' 수준이지만 다른 간부들처럼 장사와 뇌물 수수를 위해 활용할 '권력'이 없으니, 실제 생활수준도 시장에서 가전제품 장사를 하는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비행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뭐니뭐니 해도 '노후걱정'이라는 것.
    90년대까지 비행사들을 '나라의 보배'라고 칭송하며 은퇴 후 노후까지 책임질 것처럼 떠들었지만, 2000년대 이후 분야를 막론하고 '은퇴자'들은 철저히 버림당했다는 것이다. 현행 법에서 주어지는 국가연금은 옥수수 1kg 가격도 안되는 수준이다.
    비행사가 현직에서 물러나면 소토지 농사를 하거나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해야 하는데, 은퇴자들은 시장 경험도 부족하고 노동력도 딸려 이런 현실을 보는 현직 비행사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는 것이다.
    데일리NK는 “북한에서 최고 대우를 받던 비행사가 미그기를 몰고 탈북을 시도한다는 것이 이제는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