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의 비자금은 이럴 때 쓰는 것   
     김정일의 40억 달러 비자금에서 1억 달러만 인출해도 20만 톤의 쌀을 구입한다. 

      신의주에 수해가 심한 모양이다. 남북이 동시에 전하는 이례적인 자세한 보도를 접하자마자, 여당 대표 안상수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여당보다 더 보수적인 야당, 자유신진당 총재이회창이 무엇에 홀린 듯 안상수의 선창에 맞장구를 치자,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다른 야당들도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여야가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나 보다. 신문도 좌우가 따로 없다. 하여간 정치인이든 언론이든 인도주의는 정치와 별개라는 논조다. 이참에 150만 톤에 이른다는 정부 보관미를 대북 지원으로 돌리면, 북한의 주민도 살리고 덤으로 쌀값이 올라가 한국의 농민도 살리고 창고보관료 4천억 원도 줄여서 정부의 재정부담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이고 북한의 권력이 착한 정권이라면 그래서 고스란히 이재민에게 구호품이 돌아간다면, 한국은 중국의 사천성 주민도 돕고 아이티의 국민도 도왔는데 아니 도울 이유가 없다.  

     자구 노력이 최우선이다. 헬리콥터 몇 대 띄웠다, 군인을 대거 동원했다, 등으로 김정일이 어버이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할 일 다한 것으로 은근슬쩍 해석해 주는 대중매체는 도대체 어느 나라 매체인가. 대북 쌀 지원은 김대중 정부가 최초로 시작한 게 아니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무상으로 쌀을 15만 톤이나 북으로 보내 주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는 해마다 40만 톤 내지 50만 톤을 지원했다. 완전히 끊긴 것은 2008년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전 세계가 인도주의의 깃발을 휘날리며 대대적으로 지원하다가, 그보다 훨씬 전에 딱 끊었다. 지난 15년간 인구 2000만밖에 안 되는 북한은 세계 식량 지원의 약 절반을 챙겼다. 그런데도 북한의 식량 사정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자구 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호 물품은 대부분 권력층과 핵무기 만들고 미사일 쏘고 수시로 서해와 동해로 쳐들어오는 인민군에게 김정일의 이름으로 하사(下賜)되었다. 분배의 투명성을 요구하자, 김정일은 UN의 천사들도 엉덩이를 걷어차 버렸다. 

     김정일은 먼저 40억 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계좌를 일부 풀어야 한다. 1억 달러만 인출해도 국제시세로 쌀(안남미)을 톤당 500달러 정도에 살 수 있으니까, 바로 20만 톤을 살 수 있다. 옥수수는 그보다 최소한 2~3배는 살 수 있다. 사실상 세계 최고 부자가 제 나라의 민족이 자연재해로 사실상 90% 인재(人災)로 굶어 죽는 걸 뻔히 보면서 한 푼도 안 쓰는데, 왜 지금까지 수백만 톤을 보내고도 핵과 미사일과 어뢰로 뺨 맞고 정강이 걷어차이고 허리 부러진 한국이 무조건 지원해야 하는가. 왜 사실상 세계 최고 부자 김정일한테는 한 마디도 못하는가.  

     한국은 이제 인도적 지원에도 ‘쩨쩨하게’ 조건을 달아야 한다. 북한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협동농장을 해체하고 농민에게 소유권까지는 아닐지라도 경작권과 이익 처분권을 돌려 주도록 김정일에게 압력을 가해야 한다.  

     한국의 비축미는 혈세로 마련한 것이다. 농민에 대한 보조금로 마련한 것이다. 정히 돕고 싶다면 그것을 탈북자 2만 명에게 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주면 아무도 안 빼앗아간다. 1년에 1인당 500kg을 준다고 해도 1만 톤이면 된다. 그들이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쌀을 공짜로 먹는다는 것이 북한 전역에 알려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 주민들이 한국으로 몰려 올 것이다. 한국은 신종 사대주의로 눈치보고 굽실댈 게 아니라 중국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며 중국으로 일단 넘어간 탈북자는 전원 한국으로 보내게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도적인 일이다. 일제시대도 두만강과 압록강은 마음대로 넘어갔다. 그렇게 건너간 사람과 후손이 200만 명이 넘었다. 지금은 중국과 북한 국경선은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이요, 탈북자에겐 지옥의 연장이다. 김정일과 한 패인 호금도가 보이는 족족 탈북자를 북한으로 넘겨 주기 때문이다. 그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는 것이, 헌법 상 한국 국민인 탈북자를, 오로지 배가 고파 찾아온 그들을 한국 정부는 대사관에 찾아와도 못 본 척한다. 이보다 비인도적인 일이 어디 있는가. 그것이 세계에서 15번째로 살기 좋은 자유민주 국가로서 할 짓인가.  

     원유를 비축해 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축미는 설령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100만 톤 정도는 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흉년은 언제 들지 모르고 천안함 피격을 보면 알겠지만 화약고인 한반도에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그때가 되면 비축미 100만 톤은 금싸라기가 된다.  

     2천만의 생사여탈권을 움켜 쥔 인간 악마를 못 본 척하고 퍼 주는 인도적 지원은 노예 같은 노동자농민에게는 가장 비인도적인 지원이다. 인도주의의 탈을 쓰고 인간 악마에게 뇌물을 바치는 것은 스스로 인간 악마의 정신적 노예임을 고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