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끔찍한 범죄로 국민들을 충격에 몰아넣은, 일명 ‘부산도끼사건’의 범인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조○○’라고만 알려진 범인의 실상을 현장 주변에서 탐문해본 결과 인터넷에 퍼진 글이나 언론 보도보다도 훨씬 충격적이었다. 

    조○○의 정체 파악하기
    부산도끼사건의 범인 ‘조○○’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처음에는 경찰 관계자에게 피해자 가족과의 연결을 부탁했다. 하지만 지역관서와 지역관서가 직접 업무 협조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서울경찰청 관계자의 도움을 얻어 직접 부산지방경찰청을 찾았다. 

    부산지방경찰청 공보실은 이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인터넷 상에 오른 글들이 100% 정확한 게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경찰의 출동 시간과 축소은폐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시 피해자가 경황이 없어 사건 발생장소를 ○○○-○번지로 신고한 까닭에 경찰이 그 쪽으로 출동했다가 ○○○-○번지로 출동하는 와중에 범인이 도주한다는 신고를 받고선 다시 범인 도주현장으로 출동했다는 것이다.
    즉 경찰의 해명에 따르면 최초 신고 접수 후 검거까지 16분이 걸렸으며 범인이 도주할 때 피해가족 중 오빠와 그를 도운 이의 뒤를 이어 경찰도 함께 추적했었다고 한다. 인터넷에 알려진 것처럼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건 없었고, 범인이 단조망치(도끼로 알려진 흉기)와 테이프를 준비해 갔다는 점으로 미루어 계획범죄로 보고는 구속영장 상의 죄명도 단순폭행이 아니라, 살인미수, 성폭력특별법위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으로 신청, 최대한 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경찰청 측은 피해자 가족이 이번 사건으로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탓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았으나 까다로운 절차와 규정 탓에 제대로 도울 길이 없어 답답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범인 조 씨에 대해 물어봤다. 하지만 부산경찰청 측은 잘 몰랐다. 범죄 수사를 담당한 형사들은 개인 신상정보 유출 문제를 들어 설명해주지 않았다. 피해자의 연락처 또한 알려주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이 전한 ‘부산도끼사건’의 전말

    부산 경찰청 또한 범인의 실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에게 얻은 보도 자료를 토대로 피해자의 집 주변을 탐문했다. 피해자의 집은 쉽게 찾을 수 있었으나 당시 사건의 충격 때문인지 사건이 일어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피해자의 연락처도 구할 수가 없었다. 부산 사상경찰서 담당 형사와 피해자구조센터, 해바라기아동센터 모두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 중 당시 글을 올린 ‘아들’과 어렵사리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 때의 악몽을 빨리 잊고 싶다. 그리고 범인의 보복이 두렵다”며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사건 장소의 이웃 주민들에게 범인 조 씨의 평소 생활이나 태도, 사건 전후의 정황에 대해 물었다. 주민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런데다 조 씨에 대해 묻자 어떤 이는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조 씨의 그간 행적에 대해 설명했다. 

    조 씨가 이번 사건이 일어난 동네로 이사 온 건 피해자 가족의 친척 A씨(이하 A씨)와 동거를 하게 된 1년 전. 당시 조 씨를 처음 본 이웃 주민들은 ‘얼굴에 큰 칼자국이 있고 이빨도 다 깨진 험악한 인상에 비열한 눈빛을 가졌다’고 기억한다.
    피해자 가족을 잘 아는 이들은 조 씨가 A씨와 동거를 하게 된 계기는 한마디로 마약을 이용한 성폭행 때문이라고 했다. A씨와 술자리를 하게 된 조 씨가 A씨 몰래 술잔에다 ‘GHB(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으로 데이트 강간약이라고도 함. 무색·무취·무미로 술잔이나 탄산음료에 섞어 마시면 정신을 잃게 됨. 국내에서는 최음제로 연간 수천 개 이상 팔리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 잘못 사용할 경우 발작,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여성이 사망한 사례도 많다.)’를 넣은 후 성폭행한 뒤 이를 빌미로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A씨를 꼬인 조 씨는 결국 A씨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A씨의 집은 피해자 가족이 사는 집 바로 건너편. 처음에는 조용하던 조 씨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낸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조 씨는 인근에 있는 불법 사설도박장의 뒤를 봐주면서 용돈을 얻어 썼다고 한다. 그의 하루 일과는 술 마시고 도박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시비 거는 것이었다고 한다. 

     조 씨는 곧 밤낮으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이때 조 씨는 동네 양아치로 보이는 서너명을 항상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여자 제대로 물었다. 그 여자가 뭐든 다 해준다고 했다’며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혼녀에 혼자 사는 A씨가 조 씨 같은 자가 원하는 걸 다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조 씨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A씨를 상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이웃 주민들은 “밤이면 여자 때리는 소리, 맞는 여자가 죽을 듯 비명 지르는 소리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러 번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음날 아침이면 풀려나 이웃 사람들에게 ‘니가 신고했지’하며 협박하고 폭행했다고 한다. 주인집 또한 조 씨의 협박을 받고는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조 씨의 폭력을 피해 도망간다. 이때부터 피해자 가족의 악몽이 시작됐다. 조 씨는 A씨가 피해자 집으로 도망갔거나 그 행방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피해자 집을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피해자 가족 아버지는 이를 달래서 돌려보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조 씨는 며칠 후 술에 취해서 피해가족의 어머니와 여중생 딸만 있는 집에 ‘단조 망치’와 청 테이프를 준비해 들어와 이들을 모두 묶은 뒤 폭행했다. 당시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웃은 ‘폭행 당시 조 씨는 그 집 어머니와 딸을 망치로 때리면서 중간 중간 담배도 피우는 등 즐기면서 폭행했었다더라’고 전했다. 

    이후 일어난 사건은 인터넷에 있는 글 그대로다. 급히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버지와 아들이 부르자, 피해가족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문을 열어주고, 여중생 딸이 성폭행 당하려는 찰나 피해 가족 아버지와 오빠가 들어와 조 씨를 말렸다. 당시 조 씨는 완전히 알몸이었다고 한다. 이때 조 씨는 망치로 아버지의 얼굴과 옆구리 등을 찔렀다. 오빠 또한 힘이 달려 조 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2층 난간에 매달리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가족들의 필사적인 몸싸움 끝에 조 씨는 알몸으로 거리를 질주하며 달아난다. 알몸으로 내달리는 조 씨를 목격한 주민이 수십 명을 넘는다. 이웃집 20대 남성과 피해가족의 아들이 700m 이상을 추적한 끝에 뒤따라온 경찰과 함께 조 씨를 잡게 된다.

    이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족 아버지는 두개골이 함몰되고 코가 떨어져 나가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현재도 코 재건 수술 중이며 얼굴을 120여 바늘 꿰맸다. 여중생 딸은 정신적 충격이 심각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해바라기센터에서는 말한다. 어머니는 쇄골이 골절됐고 아들 또한 눈에 부상을 입었지만 긴급치료만 받고는 모처에서 휴식 중이라고 한다.

    한편 조 씨는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고 한다. 조 씨는 현장검증 당시 구경하는 동네 주민들을 향해 ‘XX, 뭘 쳐다보냐, XX년들아! 쳐다보는 XX들 다 찔러 죽여 버린다. 나 금방 나온다’며 온갖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형사들에게는 '형님, 형님'하며 친한 척 했다고 한다.  

    이해되지 않는 범죄자 관리
     조 씨는 그저 동네에서 껄렁거리는 자가 아니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조 씨는 ‘GHB(일명 물뽕)’를 탄산음료에 섞어 상습 복용했으며, 밤낮 가리지 않고 수시로 술을 마시고선 주변 기물을 파손하고 주민들을 폭행했다. 흉기도 항상 소지했다고 한다. 여기다 불법 도박장과도 연관돼 있다.
    동네에서는 자기와 눈길이 마주쳤다고 이웃을 폭행하기도 하고, 자기 기분 나쁘다고 술집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동거녀 A씨는 수시로 얻어맞았다. 난생 처음 이런 자를 만난 이웃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조 씨는 다음날이면 풀려나와 주민들에게 보복하거나 협박을 일삼았다. 가정폭력 또한 경찰들은 ‘가족사에는 개입하기 어렵다’며 풀어줬다고 한다. 

    어떤 주민은 조 씨가 술에 취해 자랑하듯 한 이야기도 해줬다.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거 동거하던 여성의 입을 귀밑까지 칼로 찢어 살인미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불과 3년 만에 풀려나왔다며 자랑했다는 것. 그때 “나는 검찰에 ‘빽’이 있기 때문에 전화 한 통이면 풀려난다. 너네는 자세히 알려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969년 2월생인 조 씨는 전과 24범이다. 경찰에 그의 전과기록 상 죄목들이 어떤 것인지 물었으나 자신들도 개인정보보호와 인권규정에 따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조 씨가 이런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르고도 쉽게 풀려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

    한 주민은 조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문득 뭔가가 생각난 듯 이렇게 말하며 입을 닫았다.
    “저 또한 그 자가 복수할까봐 두려워서 솔직히 더 이상 말을 못하겠습니다. 제가 일을 당하면 누가 도와주기나 하겠어요? 댁이 책임지지도 못하잖아요.” 

    이 같은 주민들의 우려는 그동안 조 씨의 행적으로 미루어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검찰 등 사법당국에 자신의 ‘빽’이 있다는 조 씨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도 있지만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일 경우 조 씨는 쉽게 풀려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피해자 가족은 물론 그에 대해 이야기한 이웃 주민들까지도 조 씨가 벌일 복수극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주민들은 조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