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가지마.”
    세 살배기 사쿠라코(櫻子)의 목소리가 마구 떨렸다.
    그 목소리 뒤로 이제 한 살인 사내아이 가에다(楓)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힘없는 울음소리였다.
    현관으로 돌아서는 엄마에게 두 아이가 달려들었다.
    “엄마, 가지마.”
    “엄마~”
    하지만 엄마는 냉정하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쾅~하고 닫기는 문 너머로 두 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가지마.” “엄마~”

    집을 나선 엄마는 마음이 무거웠다. 두 아이의 비명소리가 마음을 짓눌렀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이젠 자유야.”
    두 아이를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엄마의 마음은 갑자기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졌다.
    직장인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고, 밤이면 남자 손님들과 살을 섞었다. 가끔 아이들 생각이 났지만 그때마다 지저분한 것을 본 것처럼 몸서리를 치며 생각을 떨쳐버렸다.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간 엄마는 방에서 죽은 것처럼 누워있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
    숨이 붙어있었지만 건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간신히 눈을 뜬 사쿠라코는 돌아온 엄마를 보고 잠시 안도의 눈빛을 보이다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아직 안 죽었어.”
    엄마는 주먹밥 1인분을 두 아이 옆에 놓아두고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아이들이 따라오기라도 할 까봐 현관문 안쪽에도 접착테이프까지 붙였다.

  • ▲ 시모무라 사나에 ⓒ 자료사진
    ▲ 시모무라 사나에 ⓒ 자료사진
    일본 오사카 경찰은 지난달 30일 육아포기 및 학대, 사체유기 혐의로 시모무라 사나에(下村早苗.23.유흥업소 종업원)를 체포했다. 시모무라는 6월 중순 자신의 맨션에 아이들을 방치한 뒤 외출해 어린 남매는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시모무라는 지난해 5월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직후 남편과 이혼, 오사카로 맨션에 살게 됐고 올해 1월부터 유흥업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봄 이후 육아에 대한 관심을 급속하게 잃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모무라는 아이의 방치 이유를 묻는 경찰에게 “육아에 지치고 계속 울어서 짜증이 났다”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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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나 목이 말랐니?" 오사카 시민들이 사쿠라코 남매가 살던 집앞에 생수를 놓으며 명복을 빌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롭고 싶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진술했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이 사건은 현재 두 아이를 유기한 시모무라를 경찰이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 이 사건과 관련, 아동 유기와 학대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아동학대 상담 건수는 4만4210건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최다였다고 발표했다. 후생노동성은 아동학대 상담이 19년간 40배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엔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한 살짜리 딸이 시끄럽게 울 때마다 나무상자에 가둬 끝내 질식사시킨 부모가 검거됐고 후쿠오카현 구루메(久留米)시에서는 다섯 살짜리 딸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얼굴을 타월로 칭칭 감아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가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엽기행각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24일 산둥의 공중화장실 변기통내에 유기됐던 생후 10분된 아이가 유기됐다가 극적으로 구출되기도 했다. 아이는 구식 공중화장실 변기통 내에 버려졌다가 그 지역 한 노인에 의해 구출됐다. 아이를 버린 산모는 최근 중국 공안에 검거됐다.

    한국의 경우 이동학대가 공론화된 것은 1998년 의왕시에서 발생한 일명 ‘영훈이 남매 사건’이었다.
    아버지와 계모가 어린 남매를 학대해 누나를 굶겨 죽여 앞마당에 파묻고 동생도 사망 직전까지 몰고 간 이 사건은 2000년 1월 아동보호법이 개정되는 발단이 됐다. 당시 죽은 누나를 부검했을 때 뱃속에는 위액 30g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아이를 굶겨 죽인 것으로 이 사건 이후 그동안 인식 못했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됐다.
    또 최근엔 광주ㆍ전남에서 7월 한 달동안 영아유기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전남 장흥군 장흥읍 모 예식장 주차장에서 생후 3일 안팎으로 추정되는 남자아기가 종이상자 안에 놓여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보다 앞선 12일 오전에는 광주 서구 매월동 공구상가 복도에 생후 1개월가량으로 추정되는 남자아기가 포대에 쌓여 버려진 채 발견됐다. 또 6월 30일에는 전남 장성군 북이면 한 주택 보일러실 바닥에 탯줄이 붙어 있는 여자아기가 검은 비닐봉지에 싸여 버려진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엔 생후 26일 된 갓난아기를 지하철 역 화장실에 버려두고 달아난 안모(32)씨와 최모(25, 여)씨 부부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버려진 아이는 미화원에 의해 극적으로 생명을 건졌다.
    일본 시모무라 사건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어느 엄마는 밥투정을 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엄마는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각각 여덟 살,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했다”며 “보건복지가족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학대받는 아이는 2005년 4633명이던 것이 2008년 5578명으로 증가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 사건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표 교수는 “범죄심리학에선 아동학대를 ‘영혼살인(Soul Murder)’으로 규정한다”며 “실제로 장기간 학대받은 아동의 뇌를 촬영하면 하나같이 사고와 감정 조절을 관장하는 대뇌 전두엽이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관계자는 “저출산과 가정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진정한 양육에 대한 의미를 깨닫거나 교육받을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며 “가정과 부모의 책임에 대해 올바른 이해가 없는 부모들이 이 같은 참극을 만드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두 아이 유기의 시모무라는 23세. 그리고 한국에서의 아동 학대나 유기의 부모 역시 2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상담심리사 최윤정씨는 모자(母子)가정의 문제점도 큰 원인으로 꼽았다.
    최씨는 “시모무라의 경우 지난해 이혼 뒤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극히 어려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결손가족 특히 모자가정의 경우 궁핍한 경제여건이 아동 학대와 유기의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