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금 엄기영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구애와 재롱이 점입가경이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끝났음에도 엄기영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더욱 증폭되며 그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上限價)를 향해 치닫고 있다.

  • ▲ 김진철 (사)한국정책홍보진흥회 회장 ⓒ 뉴데일리
    ▲ 김진철 (사)한국정책홍보진흥회 회장 ⓒ 뉴데일리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민주당이 적극적인 구애로 기선을 잡는 듯 하더니 이번 재보선에서는 엄기영 스스로가 느닷없이 한나라당 선거사무소를 기웃거리는 이중행보를 연출하여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 시키고 있다.

    엄기영은 오랜 세월 동안 유력 방송사의 메인뉴스 앵커로서 또한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촛불광풍으로 대한민국을 갈등과 분열의 수렁 속에 몰아넣은 방송사의 수장으로서 그의 지명도는 가히 하늘을 찌를 만큼 기세를 올린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명도만으로는 속된 말로 대한민국에서 엄기영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
    얼굴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정당이 이 만한 상품가치가 있는 사람을 탐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선거 때마다 철새들이 새집 찾아 이리 저리 날아다니는 정치풍토에서 당사자의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 따위가 무슨 기준이 되겠는가?
    그저 알려진 얼굴로 무난히 당선만 되면 최상의 공천이고 최고의 인재영입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을...
    하기야 좌파정권 10년에 대한 울분으로 보수우파가 결집하여 탄생시킨 현 정권 조차도 중도 회색으로 분칠을 하고 있는 마당에  한 개인의 과거 행적이나 신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엄기영은 널리 알려진 대로 “MBC뉴스데스크”의 최장수 앵커로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인기 방송인으로서 2008년 2월 MBC 27대 사장으로 선임 되어 2010년 2월 8일 방문진과 이사선임 문제로 충돌하다 스스로 사임한 사람이다.
    엄기영이 재임한 2년간 MBC는 밖으로는 온갖 편파조작방송으로 사회갈등의 진원지가 되었고, 안에서는 노노갈등(기존노조와 공정노), 노조의 3차례에 걸친 불법파업과 제작거부, 적자누적 등 경영부실, 직원들의 성추문, 금품비리 등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08년 3월 엄기영 사장 취임 이래 MBC는 온 국민을 광우병 공포에 몰아넣은 “PD수첩” 왜곡방송을 시작으로 2009년말 까지 방통심의위 경고, 주의, 등 법정제재 총 18건, 시청자 사과 2건 등 지상파 방송사 중 방송심의규정을 가장 많이 위반하여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하였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8년에는 이 광우병 방송으로 촛불광풍을 촉발하여 법의 심판대에 올려졌으며 그 과정에서 검찰의 2차례에 걸친 MBC압수수색을 노조가 물리력으로 거부하며 정당한 공권력에 도전하였고, 2009년에는 언론관계법을 보도하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한 <뉴스 후>와<뉴스데스크>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경고”, <시사매거진 2580>은 “권고”를 또한 <100분 토론>은 시청자의견을 수차례 조작하여 “주의” 그리고 노조불법파업 당시 뉴스를 통하여 지지 발언을 한 앵커멘트는 중징계, 막장드라마 <친구>, <밥줘>는 “주의”, 예능프로그램 <놀러와>는 불법 PPL방송으로 “경고”를 받는 등  보도, 시사, 교양, 드라마, 예능 할 것 없이 모든 방송부문에서 편파, 조작, 패륜, 불법광고 등으로 공영방송의 정도를 벗어난 방송이 난무했었다.

    또한 직원들의 도덕성과 관련된 비리사건도 빈발 하였는데 2008년에는 연예인 방송출연 대가로 금품을 받은 PD가 구속되었으며, 2009년에는 보도국 기자가 후배기자를 성추행하고 해외취재 나간 간부급 기자가 현지코디를 성추행하는 등 3차례의 성추문 관련 사건이 터지는 등 엄사장 재임 시의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와 부패상을 보여 주었다.
    한편 경영면에서도 엄기영 사장 재직 시 MBC는 3개 지상파방송사 중 최하위라는 불명예스런 실적을 남겼다.
    2009년 상반기 결산에서 MBC는 전년도 134억 흑자에서 394억 적자를 기록한 반면 KBS는 전년도 256억 적자에서 45억 흑자로 호전되었으며, SBS는 전년 82억 흑자에서 114억 적자로 전환 되었으나 MBC의 3분에 1과 불과하였다.
    또한 방송사의 가장 중요한 평가 척도인 시청률 면에서도 엄사장 재임 시인 2009년 1분기 평균시청률은 SBS가 14.9% , KBS2가 13.4%, MBC가 10.9%를 기록하여 최하위의 불명예를 거머쥐었다.
    물론 위에 열거한 자료들만으로 엄기영을 정확히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인간적이고 피상적인 이미지와 그가 조직의 총책임자로서 보여준 실증적 업무지표들은 엄기영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일정 정도 척도가 될 것이다.
    엄기영 전 사장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MBC 내부의 평가는 그를 객관화 하는데 참고가 될 듯하다.
    엄기영이 MBC보도본부장을 역임할 당시인 2001년 MBC노보 2월 22일자에는 “엄기영은 겉보기 보다 정치적이고 자신의 처지만을 살피는 인물이어서 큰 책임을 맡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보도본부장으로서 장기적인 뉴스경쟁력의 하락과 구성원의 고령화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응전략이 시급함에도 무책임하고 방관적 자세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공방위에서도 솔직함이나 당당함 보다 변명과 억지로 일관하는 그를 보면서 그가 MBC 보도의 총사령탑 인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했다“고 당시 MBC노조는 엄기영에게 혹평을 가했다.

    최근 엄기영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 영입제안을 한 적이 없으며 최근 언론보도는 한나라당의 언론플레이”라며 한나라당을 머쓱하게 만들더니, 민주당에 대해서는 “지금 그런 말 할 필요 있느냐”며 “좀 더 지켜보고 상황이 어떻게 될지 한 번 보자“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지난 재보선 국면에서 엄기영의 모호한 태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는데 최근에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영입설이 나돌고 있는 엄기영 전 사장에 대해 "과거 여러 가지 점으로 볼 때 민주당으로 모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민주당과 가까운 건 사실이었다"고 실토하고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바 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엄기영의 주가는 이미 양당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났고 지금 엄사장은 양당을 상대로 꽃놀이패를 흔들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형국이다.
    엄기영은 본의든 아니든 이 같은 상황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이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공인이 된 사람으로서의 책임 있는 태도일 것이다.
    그가 앞으로도 카멜레온 같은 다중인격적, 기회주의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이 한낱 허울뿐이며 자신의 처지만을 살피는 인물로 낙인찍혀 양당은 물론 그의 이미지만을 보고 호감을 가졌던 국민들로부터도 외면당할 것이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다 같이 국민의 인기를 먹고살지만 적어도 정치인이 되려는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정당의 이념 간에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이제 엄기영은 양당 사이의 줄타기놀음을 중지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해야할 시점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블루인지 그린인지 둘 다 아니라면 무소속인지?
    그도 아니라면 자신이 한 말 <"강원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 대로 그냥 자연인으로서 강원도를 위해 “홍보대사” 역할을 할 것인지 결단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당의 이념이나 강령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얼굴마담으로 당선 가능성만이 최상의 인재영입 기준이라면 차라리 양다리 걸치려는 사람 보다 강원도 출신 국민배우 장동건에게 공을 들이는 것이 한층 현명한 처신일 것이며, 민주당도 경향신문이 지적한 대로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왔던 사람이 여당에 기웃거리는 다중인격적 처신으로 자신의 영혼을 파는 사람“ 에게 아양 떨기보다는 자당의 이념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순리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