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로호 발사 후 70km 상공에서 폭발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10일 오후 5시 1분 발사 후 137초 만에 폭발을 일으켜 추락,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림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시작, 8년간 8000억 원을 쏟아부은 '나로호 발사 계획'이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2004년 러시아와 우주기술협력 협정을 체결한 이래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발사체와 발사대 시스템을 개발한 우리나라는 개발완료 기간을 2번 수정하고 발사예정일을 4차례 이상 뒤로 연기하는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8월 19일 첫 발사를 시도했다.

  • ▲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발사 시퀀스가 중단,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기도 전에 발사가 중단되는 난관에 봉착했다. 이후 오류가 발생한 부분을 수정, 재차 발사를 시도했지만 이번엔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이 본궤도 진입에 실패하는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됐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 지난 10일 국민 모두의 염원을 담고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떠난 나로호는 원인불명의 폭발을 일으키며 추락, 또다시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거듭된 실패로 인해 자신감에 큰 상처를 입은 우리나라가 과연 이번 실패를 딛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세계 각국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영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나로호 추락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국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우주발사체를 이용, 과학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도가 올해 역시 실패했다"면서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우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한국의 꿈에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지난해 첫 발사 시도 때에는 페어링이 제때 분리되지 않았으나 다른 부분은 성공적으로 이뤄져 한국민들이 부분적인 성공으로 받아들였으나 올해 발사의 경우 1단 로켓이 분리도 되기 전에 폭발해 무척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AP통신은 "그러나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 도전에선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시아 각국의 우주시장 도전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은 이미 많은 수의 인공위성을 발사한 바 있으며 중국은 지난 2008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 유영에 성공했고 같은 해 인도는 달 궤도선을 발사했다"고 밝혀 아직까지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이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주강국 "나도 한때는…"

  • ▲ 나로호가 추락하는 장면.
    ▲ 나로호가 추락하는 장면.

    그러나 위상 발사 등 세계 우주도전 역사를 살펴보면 성공사례보다 실패한 케이스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주산업은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고도의 첨단기술분야이자 확률적으로 성공율이 극히 낮은, 대단히 위험한 산업 분야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도 자국의 발사대에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9개 국가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국가 역시 이같은 성과를 얻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 왔다.

    그동안 위성발사에 도전했던 나라들 중 첫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구소련(1957), 프랑스(1965), 이스라엘(1988)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부 발사 도중 각양각색의 문제를 일으키며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여기엔 현재 우주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도 예외일 수 없었다.

    1957년 미국이 처음으로 위성 발사를 시도했던 뱅가드는 발사 2초 만에 폭발하는 사고를 당했다. 원인 조사 결과 탱크 내 낮은 압력으로 인해 연소실의 고온가스가 다른 시스템에 침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1987년에 발사한 미국의 아틀라스G는 발사 49초 후 번개에 맞아 발사체의 유도 메모리가 스스로 재작동, 비정상적인 기동을 하면서 발사체가 부서지기 시작했고 결국 발사 후 70초 만에 지상 명령에 의해 파괴됐다.

    일본은 1966년 우주발사체 람다4호의 발사를 시도했지만 발사체의 자세제어에 문제가 노출되면서 실패로 끝났다. 2003년에 시도됐던 H-2A 6은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 중 전압변환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발사가 중단됐다. 같은 해 재도전에 나선 동일한 발사체 역시 발사 후 고체로켓 부스터가 분리되지 않아 지상 명령으로 파괴됐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3개국이 힘을 합쳐 진행한 유로파 프로젝트는 1961년부터 1971년까지 총 11번 발사를 시도해 7번을 실패하는 쓰라린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또 1996년 유럽연합이 발사한 아리안5호는 발사 시퀀스를 관장하는 소프트웨어가 엉뚱한 명령을 내려 발사 후 36초 만에 궤도를 이탈해 공중 분해되는 사고를 당했다.

    러시아는 2002년 소유즈11A511U 발사를 시도했으나 연료 펌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발사 29초 만에 폭발했다.

    1996년 중국에서 발사한 CZ-3B는 발사 직후 경로를 이탈, 22초 뒤 지상에 떨어져 마을 주민과 군인 등 5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