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사업 반대라고예? 낙동강에서 한 해, 아니 한 철만 겪어보고 그런 소리 하라카제. 내 그럼 인정하제!.”
    예순을 코앞에 둔 스님의 목소리가 얼마나 쩌렁쩌렁한지 강가를 내려다보이는 작은 사찰 주변 골짜기가 울렸다.

    불교에서의 생명에 대한 인식은 여타 종교보다 그 무게를 비교할 수 없다. 낙동강을 잘 알고있는 불교인은 정말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 경상남도 창녕군에 있는 작은 사찰의 한 주지스님을 만나보았다. (번잡한 시류에 분란을 보태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존중하여 절 이름과 법명은 기사에서 밝히지 않는다)

    ‘환경운동가’로 알려지다시피 한 지율스님 때문에 많은 불교인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이 착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환경단체를 향해 “현실을 모르는 소리 한다”며 시원스럽게 쓴소리를 하는 스님에게 잠시 당황했다.

    “어려선 강물을 떠먹기도 했어요. 30년전까지도 깨끗했는데 20년전엔 엄청 썩었어요. 10년전부턴 다시 물고기가 보이긴 해요. 대구섬유공단 폐수 정화 시설이 갖춰지면서 잠시 깨끗해진 거지요. 기술이 참 좋아요. 수질도 문제지만 지난 10~20년간은 모래가 쌓이고 물이 늘 말라 큰물이 나면 넘치기 일쑤였지”

    이 곳에서 태어나 수계한지 30년을 포함, 낙동강가에서만 50년 산 스님의 말에는 낙동강의 어제와 오늘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 ▲ '스님'이 주지로 있는 사찰 근처의 낙동강 모습. 넓은 곳도 있지만 붓자국처럼 난 실개천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 뉴데일리
    ▲ '스님'이 주지로 있는 사찰 근처의 낙동강 모습. 넓은 곳도 있지만 붓자국처럼 난 실개천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 뉴데일리

    합천보 취재차 들러 보 건설현장 상류, 하류지역으로 모두 20여km를 만 이틀간 둘러봤다. 기자의 눈에도 군데군데 모래톱에 잡초만 무성한 모습에, 수량이 빈약한 낙동강이 한강에 비해 매우 초라해보였다. 올 봄 유난히 비가 잦아 유량이 많아졌다는데도 둔치, 모래톱 사이를 비집고 겨우 흘러가는 형상이 구불구불한 도랑처럼 보였지 강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50년 강과 함께 산 스님이 ‘물이 졸아든 강’을 걱정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도 물을 늘리기 위해 보를 세운다는 것이 반대자들의 걱정처럼 부작용이 따르는 건 아닐까 스님의 생각이 궁금했다.
    “보를 세우면 당연히 흐름에 영향이 있겠지요. 흐름에 변화가 없다면 거짓말이지요. 그러나 일단 강물이 많아지면 물고기는 잘 삽니다. 내가 물을 잘 아는데, 물이라는게 얌전히 내려와 보에 걸리고, 윗물만 보 위로 흐르고 아랫물은 그대로 고여 썩는게 아닙니다. 굽이치고 섞이면서 하류로 내려와 보에 부딪치지요. 그래도 가라앉아 썩을 게 걱정이면 스크류를 돌리건, 바람을 뿜건 얼마든지 방법이 있을 것 아닙니까? ”

    스님은 강가에 살아서만 물을 잘 아는 게 아니라고 했다. 출가전 해군에 근무했고, 배를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상에 앉아 “물 흐름이 어떻고, 그러니 썩을 것이고,  보를 막는 일은 생태계를 죽이는 일”이라고만 주장하는 사람들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설을 하는 것이 새로운 오염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도 스님의 생각은 분명했다.
    “세월이 가면서 강바닥이 엄청 높아졌어요. 평소엔 물이 없다가 홍수만 나면 넘치니 강둑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목숨이 왔다갔다 합니다. 모래를 파내고 강물을 낮춰야지 강둑만 계속 높이 쌓을 수 없잖아요. 강바닥에 있는 모래 걷어내는 동안 물고기는 놀라서 지류로 도망가겠지요. 공사 끝나면 몇 마리 와서 보겠지요. 살만하면 딴 녀석들도 또 데려오겠지요. 그렇게 물고기는 다시 모여들게 돼 있습니다. 홍수나면 보세요. 시뻘건 흙탕물이 강둑을 넘고, 모두 쓸어가요. 그런 속에서도 물고기는 살아남습니다. 홍수가 나지 않도록 바닥을 긁어내는게 사람도 살고 물고기도 사는 길입니다”

    환경운동가들이 끊임없이 반대하는 데 일리있는 주장이 없을까, 스님의 의견은 어떨까?
    “환경보호하자는 주장 그 취지는 다 옳습니다. 그러나 일부 천주교단체, 불교단체, 기독교, 환경단체 모두 환경파괴라고 하는데 스스로를 먼저 되돌아봐야 합니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종교단체들도 스스로 문제가 없는지 먼저 돌아보시라. 환경단체들 정부 지원금도 받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잘 꾸며진 사무실에 좋은 것 먹고 생활하는 것 같은데, 진심으로 환경운동하려면 자기 돈 들이고 무엇이 자연에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현실에 맞게 해야 합니다”라고 충고했다.

    최근 팔당담 유기농 단지 시위에서도 표면화됐듯, 낙동강변 비닐하우스 농가에 대해선 어떤 생각일까.
    “유기농 농민 걱정한다며 4대강 반대한다는 사람도 있어요. 웃기는 일이지요. 내가 절 주변에 고추를 심어봤어요. 500포기 심으면 20포기 건져요. 300포기 심어 13포기 건진 적도 있습니다. 농약 없고 비료 없으니 이렇게 작물 키우기가 어려워요. 하천변 농경지에서 쓴 농약, 거름 흘러 어디로 가겠습니까? 소거름, 돼지거름보다 닭거름은 엄청 독해요. 하천 부지 농경지 살린다고 강물 죽이고, 하류의 남쪽 사람들은 똥물 보고 살라는 말인가요” 스님은 자신의 경험을 보태 농민보호를 내세워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꼬집었다.

    스님은 또 “그동안 하천주변서 경작하던 사람이 돈을 벌기도 했겠지만 이제 강 밖 육지 사람들이 좀더 마음편히 농사짓기에 좋은 세상이 되었어요. 이렇게 세상은 돌고 도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스님은 그렇다고 자신이 정부편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모두 잘 했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100년 내다보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건 잘하는 거지만 물 많이 흐르게 하고 나서 유원지 만들 생각 말아야 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다 잘사는 쪽으로 되살려 놓고나서 유원지 만든들 시골사람들이 일하다 말고 놀러오냐”며 사업 이후의 활용방안에 대해 충고했다.

    근처 우포 늪이 있어 화제는 저절로 우포늪으로 옮겨갔다.
    “우포늪에 따오기 살린다고 수억들여 중국서 들여왔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고위공직자가 공항으로 새 마중가고, 그런 전시적인 운동은 환경운동이 아닙니다. 습지보전한다고 하면서 주민 생존권 때문에 물고기 잡게 하고.  지금 정확히 어떻게 보호정책을 펴는 지는 몰라도,그렇게 습지가 중요하다면 가라앉아 있는 그물도 걷어내고, 출입도 하지 말아야지요.” 우포늪을 예로 들며 모든면에 실질적이고 현실에 맞는 환경운동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충고를 덧붙였다.
    “마른 낙동강에 큰물 한번 지나가면 강 가운데 버들이나, 잡목에 비닐 플라스틱 생활쓰레기 별별 물건이 다 걸려요. 강 주변에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하는 게 4대강 반대하는 것보다 더 환경운동하는 거예요. 그럴시간 있으면 강가 농경지에가서 쓰레기로 묻어버린 오래된 비닐 걷어내고, 농약 안 쓰기 운동을 먼저 했어야 합니다.”
    스님의 현실적인 환경론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스님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서 조심스러워했다. 찬성이든 반대든 어떤 편에 서는 것도, 어느 편이 이용하려 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단지 직접 50년 살아보니 본대로, 느낀대로 이야기하는 것”이고 “누구나 말없는 다수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스님은 자신이 살면서 눈으로 본 실제 낙동강 수해에 대해 들려줬다.
    “어려서 모두가 못 살 때, 큰물에 떠내려온 사과를 줍다가 떠내려가는 사람도 봤어요. 수많은 태풍, 폭우로 넘친 강물에 희생되는 사람도 보고, 짐승도 수없이 떠내려갔지요. ”

    스님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당연히 물이 많아져 안개도 늘고 일부 손해보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이치가 손해보는 것이 있으면 이로운 것이 있고, 파괴 되는 것이 있으면 살아나는 부분이 있는 법”이라며 “강가에 안 살아본 사람이 제대로 모르고 반대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스님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한 마디는 ‘강물’이었다.
    “강에는 물이 있어야합니다. 그게 맞습니다. 평소에 모래에 뒤덮여있다 큰 비만 오면 둑을 넘는 강은 강이 아닙니다. ”

    (이 기사는 스님 뜻대로 법명도, 사찰명도 밝히지 않았다. 어느 쪽에 이용되는 것도 원치 않는 취지를 따라 기사화도 하지 않으려 했으나 불교계이면서, 낙동강에서 50년을 지낸 특수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의견이 지금 사회에 회자되는 많은 주장이나, 과학적인 추론보다 더 객관적인 ‘상식’일 수도 있어 표현을 순화해 스님의 뜻을 기사에 담았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