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빅3'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더욱 그렇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서울, 경기, 인천 모두 여당이 야당의 후보군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제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이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상황이 안 좋은데 (당에선) 상황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거에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며 우려를 공식화하면서 판세 분석에 비상이 걸렸다.

    정 의원은 "선거가 어렵다고 하니까 엄살떤다고 하는데 사실 상황이 안 좋다"며 "여당 후보의 여론조사상 추세가 좋다고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론조사상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10% 앞서야 사실상 지지율이 비슷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내부 곳곳에선 수도권 기초단체장의 경우 '반타작'도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 지난해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론조사는 결과 예측에 실패했다. 경주와 수원 장안에서 4월과 10월 각각 치러진 재보선에서 여당은 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이 꾸준히 민주당과 두자리 이상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민주당 후보로 가정했을 경우 11.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의원을 10%포인트 정도, 안상수 인천시장은 민주당 송영길 의원을 15%포인트 수준에서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 의원은 수도권을 "백중열세"로 보고 있다. 서울과 경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각각 6%포인트와 3%포인트 앞서고, 인천에서는 오히려 2%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최근 여권내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어있는 야당표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여당표를 감안한다면 심각한 수준이란 주장이다.

    실제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20일 앞두고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민주당 김민석(32.2%) 후보와 야당인 한나라당 이명박(32.0%) 후보는 초박빙 경합으로 나타났지만, 투표결과 이 후보는 9.3%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2006년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는 선거전 여론조사(20%포인트 차이)보다 더 큰 격차(34%포인트)가 벌어졌다.

    노무현 정권 당시 치러진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40대 0'이라는 불패신화를 기록한 바 있다. 그만큼 중간선거의 성격을 띨 경우에는 여권 프리미엄보다 야권의 견제론이 강세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도 재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싸움이라는 방증이다.

    ◇ 반(反)정부세력의 결집 =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무죄 판결 이후 "검찰이 야권의 단결을 주도한 셈"이라고 했다. 최근 돌아가는 정국이 수상하다는 이야기다. 다음 달 23일 노 전 대통령 1주기를 즈음해 반정부세력의 공세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다음 세상에선 대통령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라며 감성을 자극한 인물. 그는 '친노세력'의 맞상주격이었다. 이같은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에 이은 재등장은 과거 세력의 결집을 이끄는데 최고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부정적 이미지로 흠집이 생겼다"며 위안삼을 단계가 아니라는 여권 내부의 지적이 나온다.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에도 수백명씩 집결하고 있는 친노세력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일부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4대강 살리기 반대를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도 악재다. 물론 해당 지역에서는 찬성여론이 높지만 수도권 정서와는 다른 것이 문제다. 야권은 세종시와 4대강 살리기를 엮어 반정부 세력을 모으는데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정부 정책에 반대운동을 벌이는 '비정치권'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에서 자칫 정부 '편파판정' 논란을 불러올 경우 여당의 피해가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기에 검찰 '스폰서' 사건도 여당으로서는 선거를 앞둔 불청객이다. 세종시 수정 문제에 '수도분할' 반대 논리가 적용되면서 수도권에서는 여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마저 기대에 머물고 있다.

    ◇ '북풍(北風)'은 없다 = 천안함 침몰사태는 6.2 지방선거에 최대 큰 변수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야당의 우려만큼 '북풍선거'가 재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언한 것은 결과에 대한 여야없는 정치권의 예단을 차단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급속도로 안보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은 크지만,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식 수준은 과거와 다르다"면서 "안보국면을 조장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중 정권이던 16대 총선 직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17대 대선을 앞둔 노무현 정권의 남북정상회담 모두 선거결과와는 별 상관이 없었다.

    때문에 천안함 문제는 여야의 대응방식에 대해 국민의 판단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행태를 벗어난 새로운 대처능력을 기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앞서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공개,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단호한 대응 기조를 밝히면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주도한 것은 여당으로서 다행스런 일이다.

    이같은 '수도권 위기론'에 동의하는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지층 강도(强度)의 차이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선거에서 어느 쪽 지지층의 결집도가 강하느냐가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여당은 지금 분명히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면서 "보수층 등 지지세력을 모을 수 있는 대책과 각 후보들의 콘텐츠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