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말 못하던 1990년대와는 다를 것`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25일 북한 당국의 화폐개혁 실패 후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정서를 집중 조명했다.

    이 신문은 최근 중국으로 나온 탈북자들을 인용해 북한주민 대부분이 실패한 화폐개혁으로 저축한 돈이 휴짓조각이 되고 1990년대 중반 대기근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 되자 김정일 정권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미희'라는 이름의 함북 무산 출신의 56세 여성은 "사람들이 숨김없이 말하고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하고서 목소리를 낮춰 "내 아들은 뭔가 일어날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뭔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게 됐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굶어죽었던 1990년대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LAT는 이번 달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에서 온 여러 명의 북한 여성들을 인터뷰했으며 리 씨도 그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젊은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하려는 중요한 시기에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경제난이 발생했다면서 북한 당국은 주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화폐개혁 총책임자를 총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또 북한 노동당 관리들이 이례적으로 화폐개혁 실패에 대해 공개 사과를 했다는 탈북자들의 말도 덧붙였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식량난이 특권계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한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는 이번 달 북한 관리들이 다음에 올 때는 식량을 좀 가져오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이 관계자는 "항상 스카치위스키를 선물로 가져가면 그들이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그들이 '왜 쌀을 좀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평남 평성 출신의 '수정'이라는 28세 여성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김정일위원장이 훌륭한 지도자였다면 어린이들이 굶어죽고 누더기차림의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시장에 음식이 동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김위원장)의 좋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부패해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런 생각이 중국에서 인터뷰한 북한 주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였으며 일부는 북한으로 돌아갈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