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공연 사상 최초로 북한 요덕 수용소에서의 인권문제를 다뤄 국내외 인권 단체들과 종교 단체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돌아왔다.

    지난 2006년 3월 15일 초연을 시작으로 국내 공연 100회, 워싱턴·뉴욕·LA 등 미국 투어 15회를 합쳐 총 115회 공연을 성사, 관객동원 16만을 기록한 '요덕스토리'는 2월 9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치며 다시금 국내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 특히 이번 앙코르 공연은 초연 당시 지적됐던 무거운 색채와 딱딱한 서사구조에서 벗어나 한층 역동적이고 세련된 요소를 가미, 작품의 완성도를 높임으로서 역사적인 월드투어의 시발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요덕스토리는 이번 국립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5월부터 12월 말까지 미국, 캐나다, 독일 등 해외 12개 지역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의 UN본부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이 인권문제와 관련이 깊은 장소에서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우수성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다시금 전세계에 알리는 촉매제가 될 전망.

    요덕스토리의 뮤지컬 넘버를 만든 작곡가 차경찬은 "기존의 곡들과 새로 만들어진 곡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스타일 작업'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설명한 뒤 "배우 못지않게 대본을 수십차례 읽으며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살리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연출가 정성산은 "초기 작품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비주얼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며 "예전엔 다큐멘터리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면 이번엔 좀더 뮤지컬 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음악과 무대 연출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용서, 희망이라는 큰 줄거리와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메시지·리얼리즘 강조에서 현란한 '비주얼'로 재무장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와 세련된 안무의 절묘한 조화

  • 2006년 초연 이후 한국과 미국 투어 공연을 통해 분단국가의 현실과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부조리한 실태를 널리는 알리는 역할을 한 요덕스토리는 이번 서울 공연을 계기로 월드투어의 이름에 걸맞게 세계인의 구미에 맞는 정서적인 기호를 추가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기존 공연에서 중요시 됐던 리얼리즘의 색을 과감히 버리고 수용소와 수인들의 비주얼을 형상화하는 한편 괴로움과 사랑 등 수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차경찬 작곡가의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와 안무가 서병구의 세련된 안무로 표현해 냈다.

    또한 실물크기의 탱크가 등장하고 높이 9m에 달하는 거대한 무대 위에 환상적인 조명과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들리는 효과음 등이 어우러져 관객으로 하여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다양한 장치들을 적재적소에 구비한 점이 특징.

  • 제작진은 세계 투어메 걸맞는 실력있는 배우들의 영입을 위해 3회에 걸쳐 오디션을 진행, ▲보컬 그룹 4one의 멤버이자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를 연기, 실력을 인정받은 신예 최수형과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실력파 신효선, ▲지하철1호선, 지킬앤하이드 등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이진희 등을 선발해 대중성과 연기력을 고루 겸비한 최상의 출연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한국의 밥포시로 일컬어지는 안무가 서병구와 스프링어웨이크닝, 마이스케어리걸 등으로 유명한 하모니의 마술사 조선아 음악감독이 가세, 24명의 멋진 앙상블을 이뤄냈다.

    자유와 평화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확한 죄목조차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죽는 것을 소망으로 여기며 삶을 이어가는 죽음의 수용소 요덕.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가장 보편적인 소재인 '사랑'을 통해 수용소 요덕에서 일어나는 충격적인 현실을 담담하게 풀어간다. 요덕스토리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성산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잔잔하게 이야기하며 결국 그 곳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북한의 '절망' 아닌 '희망'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 뮤지컬 '요덕스토리' 연출가 정성산

  • ▲ '요덕스토리'의 극본/연출을 맡은 정성산.  ⓒ 뉴데일리
    ▲ '요덕스토리'의 극본/연출을 맡은 정성산.  ⓒ 뉴데일리

    "요덕스토리는 중단되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달려왔습니다"

    지난 2006년 초연 당시 국내외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모으며 북한 내 요덕수용소의 참담한 실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던 뮤지컬 '요덕스토리'.

    당시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로부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레미제라블과 견줄만하다"는 호평을 받는 등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이끌어냈던 요덕스토리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9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모습을 드러낸 '요덕스토리 월드버전'은 대극장에 어울리는 장엄하고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화려한 무대 소품과 조명 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세계 어떤 무대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장관을 연출했다.

    세계 시장을 겨냥,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로 거듭나기 위해 리얼리즘에서 탈피하고 대중적인 비주얼 구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연출가 정성산씨는 "이전과 비교해 100% 바뀐 것은 아니지만 노래·음향·무대연출 등 모든 면에서, 보다 뮤지컬 다운 작품으로 쇄신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씨는 "겉모습은 화려하게 변했지만 요덕스토리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사랑·용서·희망'이라는 기본 메시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참된 신앙과 용서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는 게 진정한 목표이자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초연 당시보다 어떠한 부분이 주로 바뀌고 각색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뮤지컬을 잘 몰랐기도 했지만 과거엔 어떤 주제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었다"고 말한 뒤 "이제는 이런 코멘터리적인 부분 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음악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 ▲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요덕스토리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요덕스토리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따라서 작곡가와 수시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완작업을 이뤄나갔다는 정씨는 "우리가 다가가기 보다 오히려 관객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처럼 요덕스토리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동참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이들에게 공을 돌린 뒤 "오디션을 통해 새로 발탁된 배우들이 순수한 열정과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남북녀란 말이 있긴 하지만 북한 사람 중에도 멋있는 사람이 많다"며 "관객들에게 이처럼 멋진 배우들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희망을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성산은 외국에서도 잘 알려진 명성황후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3000만원에 불과한데 요덕스토리가 6억원을 지원받은 것이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2006년에도, 2007년도에도 계속해서 제가 대표로 있는 엔케이문화재단을 통해 정부 측에 월드투어를 가겠다는 제안을 해왔다"면서 "독일이 아우슈비츠를 재건하는데 상당한 돈을 투자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요덕스토리라는 뮤지컬을 토대로 한반도의 분단 현실은 물론 저력있는 민족의 역량을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지원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요덕스토리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 ▲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요덕스토리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 ▲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요덕스토리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 ▲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요덕스토리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