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세계대학평가' 공학·IT 분야 세계 21위. 2004년부터 연속 공학 IT분야 세계 50위권에 속한 국내 유일 대학. 2009년 종합 대학 평가 순위 세계 69위. 국내 대학평가 1위. 이런 화려한 기록이 말해주듯 카이스트는 국내에서는 필적할 만한 곳이 없는 최고의 과학기술 연구·교육 집단이다.

  • ▲ <span style=김수현 카이스트 발전재단 상임이사는 "많든 적든 정성껏 기부금을 내는 분은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을 실천하는 분들"이라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 title="▲ 김수현 카이스트 발전재단 상임이사는 "많든 적든 정성껏 기부금을 내는 분은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을 실천하는 분들"이라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
    김수현 카이스트 발전재단 상임이사는 "많든 적든 정성껏 기부금을 내는 분은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을 실천하는 분들"이라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카이스트가 세계 유수의 과학기슬 대학으로 꼽히고 국내 최고의 인재가 모인 과학기술 연구 교육기관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카이스트 발전재단(KAIST Develope Foundation 이하 발전재단)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발전재단은 카이스트 발전기금으로 쓰일 국내외 기부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설립된 기구다.

    카이스트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대학이다. 2006년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이후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일부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차등해서 받곤 있지만 학비와 숙식비도 전원 국비로 지원된다. 인건비와 연구비 운영비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최고 두뇌를 키우는 기관이니 만큼 지원도 전폭적이다.

    2000년 설립,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급속한 발전

    그러나 이런 카이스트라고 해서 연구 교육 활동 전부를 국비로 충당할 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서 무한 경쟁을 펼치는 시대에 국가 주도의 성장 전략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지않고 살아남으려면 학문과 시대 조류를 선점하고 새로운 분야에 발빠르게 도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발전재단 상임이사를 맡아 재단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수현 교수(기계공학과)는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예산 이외의 새로운 투자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적시적소에 재정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다”며 “카이스트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는 곳이 바로 발전재단”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재단의 기금은 미국 하바드 대학의 하바드펀드처럼 카이스트가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대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최초에 투입되는 시드머니 역할을 한다.

    지난 2000년 한국과학기술원 발전기금이란 이름의 재단이 설립된 게 발전재단의 시초다. 하지만 당시는 사회에 기부 문화가 별로 활성화되지 않았고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인식도 지금보다는 덜했기 때문에 기금 마련이 지지부진했다. 발전재단은 2006년 서 총장 부임을 계기로 본질적 변화를 겪었다. ‘서남표식 혁신’으로 불리는 카이스트 개혁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서 총장의 리더십이 각광받으면서 카이스트에 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발전재단은 이를 계기로 2007년 6월 명칭을 ‘재단법인 카이스트 발전재단’으로 바꿨고 그해 12월에는 미국에도 재단을 설립했다.

    해마다 1000건 이상씩 기부건수 늘고 액수도 급증

    김 교수는 “학부형 동문 등이 먼저 재단에 관심을 갖더니 차츰 외부인도 기부에 동참하더라”며 “카이스트에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이 늘고 그 사실이 언론 매체에 소개되면서 기부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기부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서 총장의 혁신 의지와 리더십에 감명 받았다고 말하는데 서 총장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라며 “발전재단에서 3년반 동안 일하면서 최고책임자의 활동과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발전재단에 기부 의사를 밝히거나 절차를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도 빠짐없이 온다고 한다. 카이스트에 기부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다.

    기부건수도 2006년 이후 해마다 1000건 이상씩 늘어났다. 발전기금 시절이던 2005년 398건에 불과했던 기부 건수가 2006년 1003건, 2007년 2085건, 2008년 3065건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 말 현재 2328건으로 카이스트측은 올 연말까지 지난해 건수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부 약정 금액도 대푹 늘었다. 2005년 7억5000만원 선에서 머물렀던 기부 금액이 2006년 51억1000만원, 2007년 154억원, 2008년 649억8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 현재까지 국내외 기부자로부터 363억4000만원의 약정고를 기록했다.

  • ▲ 파팔라도씨
    ▲ 파팔라도씨

  • ▲ 배휘열회장
    ▲ 배휘열회장

    뜻깊은 사연을 간직한 기부자도 많다. 미국 메디테그사 닐 파팔라도 회장은 외국인임에도 “카이스트는 세계적인 이공계 대학이 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250만 달러를 선뜻 내놨다. 파팔라도 회장은 서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카이스트 총장 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서남표 총장의 개혁 의지와 리더십에 감명받았다"

    재일동포인 배휘열 대주임산주식회사 회장은 “조국이 일본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카이스트가 노력해 달라”며 10억원을 기부했다.

  • ▲ 류근철씨
    ▲ 류근철씨
     
  • ▲ 김병호씨
    ▲ 김병호씨
    한의학박사 1호인 82세의 류근철 박사는 “한국의 미래는 바로 카이스트에 있다. 이곳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고 과학자가 예우받는 사회가 되기 바란다”며 평생동안 모은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소장품을 기부했다. 류 박사 기부액은 개인 기부로는 국내 최고액이다. 카이스트는 세종시에 들어갈 제 2캠퍼스 이름을 ‘류근철 캠퍼스’로 짓기로 하고 여기에 바이오 메디컬 단지와 산학협력 단지, 컨퍼런스 센터, 전략정책대학원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또 류 박사의 뜻을 좇아 경북 영양에 카이스트 유공자 기념공원 및 묘지를 만들 계획이다.

  • ▲ 박병준씨
    ▲ 박병준씨
     
  • ▲ 정문술씨
    ▲ 정문술씨
    서전농원 대표 김병호 회장은 300만원 상당의 부동산 등을 희사하면서 “카이스트가 세계 최고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은 “이 세상에서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로 국민을 먹여살릴 기술과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카이스트”라며 300억원을 쾌척했다. 정 회장은 올 3월부터 카이스트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 재미사업가 박병준 뷰로베리타스 회장은 “서 총장의 카이스트 개혁 의지에 감동했다. 한국의 인재들이 세계무대에서 최고로 활동할 수 잇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써 달라”며 1000만달러를 내놨다. 이는 해외 사업가가 모국에 기부한 금액 중 최고액이다. 또 도널드 김 미국 엠코 회장도 “서 총장의 비전과 리더십에 공감한다”며 100만 달러를 흔쾌히 기부했다.

  • ▲ 도널드김 
    ▲ 도널드김 
     
  • ▲ 임형규씨
    ▲ 임형규씨
    서 총장도 그동안의 강연료와 상금 등으로 받은 2억6000만원 전액을 발전기금으로 내놨고 동문인 임형규 삼성전자 사장은 “카이스트에서 큰 혜택을 받았다”며 2억원을 기부했다.

    김 교수는 “발전재단에 기부하는 분들을 기부 액수로 따질 수 없다. 돈이든 현물이든, 금액이 많든 적든 한분 한분이 모두 카이스트 발전과 우리나라 과학기술 성장을 바라는 정성을 가진 고마운 분들”이라며 “이들의 성원에 어깨가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기부자 중에는 교수 교직원 및 동문 등도 있지만 카이스트와 아무 상관없는 분이 훨씬 많다. 동문도 학부형도 아니면서 아무 조건도 붙이지 않고 생활비의 거의 전액을 매월 보내주시는 분도 있다”며 “이런 분들이야 말로 발전재단의 슬로건인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을 실천하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 실천하는 기부자들

    수천억원의 돈을 관리하는 발전재단 사무국에는 상임이사인 김 교수를 포함해 모두 14명이 근무한다. 이남구 사무국장은 24년 전 카이스트가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겨오면서부터 학교에 몸을 담은 카이스트 '산 증인'으로 재단 내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그는 2006년 서 총장 부임 직후부터 2년동안은 총장 비서실장을 맡아 미국에서 오래 산 탓에 한국 사정에 생소했던 서 총장의 한국사회 ‘소프트랜딩’을 돕기도 했다. 유지영, 이상대씨 등도 대언론 홍보 등을 맡아 발전재단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정할 때는 허전해하던 분들이 막상 기부를 결정하고 나면 모두들 행복해 하시더라”며 “아끼던 것을 내놓은 기부자들이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