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8시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정부 관계자와 관광포럼 자문위원, 한국관광공사 대학생 인턴기자(트레블 리더) 등 30여명을 태운 버스가 출발했다. 문광부와 관광공사가 주최한 1박2일 일정의 경기도 여주 강변 녹색물길 체험행사를 위해서다.

    1시간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명성황후 생가. 잠시 경관을 둘러본 뒤 ‘여강길’을 걷기 위해 인근 남한강교로 향했다. 여강길은 ‘남한강길’을 일컫는데, 여주에서는 이곳을 지나는 남한강을 ‘여강’으로 부른다.

  • ▲ 문광부 신재민 1차관(맨 앞줄 우측)을 비롯해 녹색물길 체험행사 참가자들이 여강길을 걷고 있다. ⓒ 뉴데일리
    ▲ 문광부 신재민 1차관(맨 앞줄 우측)을 비롯해 녹색물길 체험행사 참가자들이 여강길을 걷고 있다. ⓒ 뉴데일리

    문광부는 최근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7곳 가운데 한 곳으로 ‘여강길’을 선정했다. 걷기 코스 입구에선 신재민 문광부 1차관과 시민단체 ‘여강’ 관계자들이 합류했다. 여강길은 총 55km나 됐지만, 이날 걸은 길은 가장 아름답다는 5km 남짓 구간이었다.

    ‘여강’ 관계자의 안내로 신 차관과 함께 본격적인 여강길을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바람이 강해 상당히 쌀쌀했다. 이렇게 잔뜩 움츠린 채 걷기 시작한 지 5분이나 지났을까? 이내 여강길 풍경에 취해 날씨는 이미 잊은 듯했다.

    길 오른편 강에는 오리 떼가 날아들고, 왼쪽 들판엔 갈대가 무성했다. 저마다 셔터를 눌러대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신나게 재잘대는 학생들의 모습에 신 차관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신 차관은 “예전엔 여행길 만든다면서 하던 게 전부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선 안된다”며 “자연스럽게 조성된 길을 알리고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 신재민 차관이 남한강을 손으로 가르키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신재민 차관이 남한강을 손으로 가르키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 뉴데일리

걷고 있는 여강길 역시 사람의 발길이 만든 천연도로였다. 길 가장자리 커다란 나무에는 여행객이 소원을 빌며 걸어둔 파란 리본들도 눈에 띄었다. 신 차관은 “개인적으로 대운하도 찬성”이라며 “컨테이너를 옮길 때 트럭이나 철도보다 배로 옮기는 게 더 경제적이고 오염이 덜한다”고도 했다.

코스가 끝나 갈 때쯤, 오른쪽 강 건너편으로 ‘아홉사리 과거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가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길인데, 국수사리처럼 9개의 고개가 얽혀있다 하여 ‘아홉사리길’로 불렸다는 것. 이 얘기를 전해들은 신 차관은 “수험생들한테 ‘여기가 과거 급제하는 길이다’라는 스토리텔링을 하면 더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40~50년전부터 산업화가 되면서 더 이상 물길 이용을 안 하고 물류로도 이용을 안했다. 그동안 물이 썩기도 했다”며 “우리가 이제 살리자. 물과 강은 다음세대, 또 그 다음 세대의 것이다. 강도 살리고 물도 살리고 강과 물의 문화도 살리자”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들은 여기 갈대숲이 예쁘니까, 여기서 데이트도 하라”면서 “옛날 시골에서는 갈대숲에서 남녀 간 역사가 이뤄졌다”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 ▲ 여강길 중간에 남한강과 샛강이 만나는 길목이 눈에 보인다. ⓒ 뉴데일리
    ▲ 여강길 중간에 남한강과 샛강이 만나는 길목이 눈에 보인다. ⓒ 뉴데일리

    주변 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허기를 달랜 뒤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눈앞에 커다란 절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신륵사다. 남한강을 낀 신륵사 입구 왼쪽으로 ‘템플스테이’가 눈에 들어왔다. 안에는 좌담회를 위해 다과가 마련됐다. 신륵사 주지 세영스님이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전국 지역 문화원장 중 유일한 여성인 이난우 여주문화원장과 신정섭 한국생태문화연구원장,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최혜실 경희대 국문과 교수, 여주주민 최현호씨 등이 동석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을 두고는 목소리가 엇갈렸지만, 1시간여 진행된 좌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강역사문화탐사’를 주제로 한 신정일 ‘우리땅 걷기’ 이사장의 강연도 1시간여 진행됐다.

    템플스테이를 빠져 나와 주변을 살폈다. 알려진 이름만큼이나 문화재도 상당히 많았다. 불교하면 뭐니 뭐니 해도 석탑이 빠질 수 없다. 이곳에는 보물 제225호로 지정된 대리석으로 만든 ‘다층석탑’과 보물 제226호 ‘다층전탑’이 큰 자랑거리라고 한다. 이밖에도 보물 제231호 ‘석등’을 비롯해 ‘보제존자 석종비’, ‘보자제존 석종부도’, ‘대장각기비’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 ▲ 조포나루터에 '황포돛배'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 뉴데일리
    ▲ 조포나루터에 '황포돛배'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 뉴데일리

    세영스님은 “화재로 인해 남대문이 소실된 이후 나라에서 문화재 보호를 위해 경비를 세워주면서 문화재 관리가 한층 편해졌다”고 밝혔다. 신륵사는 이산화 탄소 줄이기 ‘나부터’ 캠패인에 동참하며 ‘녹색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좌담회장 안이 싸늘했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이후 ‘조포 나루터’로 이동해 조선시대 여주와 광주 지역의 쌀과 도자기를 날랐다는 ‘황포돛배’를 체험하고 밤엔 소원을 빌어 풍등을 날렸다. 이튿날엔 ‘목조각’ 인간문화제로 지정된 박찬수 관장의 작품이 살아 숨쉬는 ‘목아박물관’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종대왕릉을 잇달아 관람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지역인 여주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의 브리핑도 들었다.

    문광부 관계자는 “대학생들과 함께 이런 행사를 계속 진행 중에 있다”면서 “모쪼록 강 주변의 우리 문화에 대해 학생들이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기자 이원영(24)씨는 “솔직히 이런 행사에 참석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막상 와보니 너무 좋다. 좋은 후기도 쓰고 앞으로도 또 참석하고 싶다”고 전했다.

  • ▲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신재민 차관의 이야기를 들어며 취재 중이다. ⓒ 뉴데일리
    ▲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신재민 차관의 이야기를 들어며 취재 중이다. ⓒ 뉴데일리
  • ▲ 4대강 사업 공사 현장 중 한 곳인 여주 이포보 공사 현장 ⓒ 뉴데일리
    ▲ 4대강 사업 공사 현장 중 한 곳인 여주 이포보 공사 현장 ⓒ 뉴데일리
     
  • ▲ 목아박물관에서 직접 만든 '만사형통' 부적 ⓒ 뉴데일리
    ▲ 목아박물관에서 직접 만든 '만사형통' 부적 ⓒ 뉴데일리
     
  • ▲ 멀리 세종대왕릉이 보인다. ⓒ 뉴데일리
    ▲ 멀리 세종대왕릉이 보인다. ⓒ 뉴데일리
     
  • ▲ 대학생 인턴기자 이원영(24)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대학생 인턴기자 이원영(24)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데일리
     
  • ▲ 목아박물관 입구 ⓒ 뉴데일리
    ▲ 목아박물관 입구 ⓒ 뉴데일리
     
  • ▲ 보물 제226호 신륵사 다층전탑ⓒ 뉴데일리
    ▲ 보물 제226호 신륵사 다층전탑ⓒ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