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세관공무원 시절에 여기 다 단속하고 다녔어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양키시장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한 뒤 분주하게 어딘가로 뛰어가던 중년 남성이 있었다. 홍정식 활빈단 단장(59)이다. 부리부리한 눈매에 규탄대회에서 소리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민단체 열혈 활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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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식 활빈단 단장 ⓒ 뉴데일리

    혹자는 그를 지칭해 '돈키호테' '괴짜'라고 표현한다.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철거반대, 거제도 덕포해수욕장 순결캠페인, 일본 독도망언 규탄 대회 1인 시위 등 이곳저곳에서 그는 시위를 벌인다. 이날도 그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민주노총 가입 가결 규탄 대회를 하려고 영등포로 나왔다.

    그 흔한 시민단체 민간단체 지원금도 안받는다. 그리고 혼자 또는 몇몇 사람을 모아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니다 싶은 것은 규탄대회를 열러 간다. 이날도 회원 100여명에게 문자를 돌렸는데 서너명 밖에 못왔다면서 아쉬워했다. 그래도 기죽는 법이 없다.
     
    1999년 세관공무원으로 명예퇴직한 그가 본 후배들의 모습은 어떨까?

    "그래도 우리 때까지는 공무원 사회에 위계질서가 있었는데…"

    "공무원이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면서 통합하겠다는 것까지는 좋다 칩시다. 그런데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하겠다는 것은 그 사람들은 민노당 지시에 의해 좌지우지 당하는 마당에 또 하나의 정부를 받들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는 격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돈 가뭄에 허덕이는 민노총 배를 불려주고 불법폭력시위 막는 전경의 눈동자를 찌르는 죽창 등 흉기 제조비 지원하는 반이성적인 몰지각한 망동 중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찰이 망가뜨려서 새로 산거예요" 무선 스피커를 고쳐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앰프와 확성기, 자신이 직접 제작한 머리띠 플래카드 보도자료 등을 넣어 다니느라 그의 가방은 늘 무거웠다. 게다가 대부분이 1인시위라 짐이 버거울 수밖에 없었을텐데도 그는 자신이 관철하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디든 달려가고 그에 따른 기사제보도 막힘없이 한다.

    "까마귀 나는 곳에 백로가 가지말아야 할텐데…전공노의 민노총 가입이 권익 증진이라고요? 택도 없는 소립니다"

    그는 전공노 사무실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였다. 홍 단장은 "사회적 혼란과 법질서 훼손의 골치덩어리인 민노총 전위대 노릇이나 하며 불법행동 강행시엔 해당 공무원에 대해 시민체포조 활동과 함께 전원 징계,파면 해임 또는 구속할 것을 요구하는 전국적 시위를 벌여 나가는 등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규탄사를 읽어내려갔다.

    홍 단장은 "성폭력 파문과 지도부의 조합비 횡령을 알면서 상생상화(相生相和)보다 노사갈등과 반목의 대립관계를 부추기는 이념투쟁 온상지로 온 사회에서 지탄받는 민노총에 왜 국민 혈세로 준 봉급을 가입비로 갖다 바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기자에게 전공노 민노총가입 규탄메일이 온 건 새벽 3시. 기자회견 예정문자가 온 시각은 이날 오전 8시였다.

    "내가 밤새 잠을 못잤어요. 어제 밤 전공노 민노총가입 결정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어제 밤을 꼬박새서 현수막을 만들고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썼습니다. 울화통이 터져서요"

    전직 공무원인 홍 단장은 "공무원 노조가 납세자인 국민을 봉으로 안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후배공무원들에게 한 마디하고 싶다고 했다.

    "공직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인 민주노총 가입을 왜 강행추진 하려는지 묻고 싶어요. 국가와 국민전체에 봉사자로서 책임져야할 공무원으로서 단체행동을 금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위헌, 위법을 자초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는 "국가 공복이 왜 친북이적단체 민노총에 돈과 주먹을 공생 교환하며 가입하느냐"고도 따져 물었다.

    24일에는 민노총 사무실에 가서 규탄대회를 연다고 했다. 또 다음날은 대법원 노조 사무실을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서울 마장동, 춘천, 제주 등…규탄대회를 열 지역 이름을 일일이 다 거론하며 "이번 여름 휴가도 못갔는데 휴가간 셈 치고 혼자서라도 항의집회를 하면서 전국을 돈다"고 했다.

    "내가 6.25둥이요. 이 나이에 아스팔트로 나와서 이러고 있는데 참…"

    힘들진 않을까? "힘들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다만 나같이 고령이 나서지 않게 20~30대 젊은 우파운동가가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또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며 그가 한 말이었다. 영락없는 '홍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