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박 대통령의 '중도 강화'에 대해 두 사람의 반응이 나왔다. 김용갑 전 의원과 DJ의 논평이 그것. 김용갑 전 의원은 "MB에게 또 속았다."고 말했고, DJ는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이 쪽 저 쪽에서 다 혹평을 받은 셈이다. 얼마 전 작가 황석영을 중앙 아시아 순방 길에 동반했을 때도 양쪽의 똑같은 혹평이 나왔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 발언을 하기 직전, 필자는 고등학교 동문 후배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그 자리엔 보수적인 동문도 있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잘 알 진보 쪽 동문도 있었다.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로 돌아갔다. 희한한 것은 보수도 진보도 의견이 맞아 떨어졌다는 사실. 보수-"황석영 동반, 알다가도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뜻이야?" 진보-"그런다고 진보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면 MB는 정말 xx야"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발언을 한 바로 그 날, 필자는 언론계 인사들과 저녁을 같이 했다" "MB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고 물었다" 한 참석자의 추측인 즉 이랬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해서 일단은 물건너 갔겠지만, 황석영이 말한 '중앙 아시아 플러스 투 코리아' 운운은 MB의 의중하고도 맞아 떨어진 것 아닐까?" '중도' 운운도 그와 맥이 닿는다는 관찰이었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결과 보수의 이반과 진보의 냉담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교 동문과의 점심 식사 때 진보 쪽 후배의 한 마디가 필자의 공감을 샀다. "정치가 뭐야? 정치는 패싸움이야. MB가 뭘 몰라도 한참 몰라"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를 낭비라고 보고, 여의도 정치인들을 경멸한다는 말이 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가 대치할 수 없는 정치만의 몫이 있다. 그게 바로 정치=패싸움이며, 자기 패를 공고히 묶는 역량이 바로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모든 역대 대통령들이 패싸움의 대가들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러나 자기 패도, 남의 패도 다 놓치는 건 아닐런지?

    아직 속단할 생각은 없다. MB 운전법의 결과는 좀 더 기다려 봐야 그 정치적 효과성 여부가 입증될 것이다. 그러나, MB가 정치의 패싸움적 본질과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를 너무 소흘히 한 점만은 지금의 시점에서도 "잘못 됐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