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기자 출신인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는 광우병 보도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MBC 'PD수첩'에 대해 "이런 끔찍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느냐"라며 개탄했다.

  • ▲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공발련
    ▲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공발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렸던 29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 PD수첩 사건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이하 공발연)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 이 교수는 '언론자유는 책임있는 언론만이 누릴 수 있다'는 주제로 발제, PD수첩에 적나라한 비판을 가했다.

    이 교수는 "알맹이가 50분인 PD수첩에서 정정보도 2건, 반론보도 1건, 6건의 오역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 14조(객관성), 17조(오보정정)를 심각하게 위반해 법률상 가장 중징계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을 받았다"며 "그렇게 많은 실수와 오역을 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다. 참으로 내키지 않지만 의도적 조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중대한 실수를 그렇게 많이 범했다면 프로그램 제작 담당자들의 지능과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PD수첩은 아무리 느슨한 평가기준을 적용해도 저널리즘이라고 인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시사·보도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조금 이르게 만든 납량 특집 '공포 드라마'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비꼬았다.

    이러한 지적에 이어 이 교수는 PD저널리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도 보도국 기자들처럼 저널리즘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 둘째는 진실성과 공정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내부 게이트키핑(gate-keeping)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스스로 만든 방송 강령이나 제작 가이드라인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PD의 방송 원고를 작가가 대신 써주는 관행은 꼭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KBS 구수환 PD도 '취재와 인터뷰는 PD가 하고 방송원고는 작가에게 맡기는 것은 한국 PD저널리즘의 치명적 약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PD수첩의 검찰 조사 거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었다. "PD수첩 담당자들은 차라리 '등신'이 될지언정 조작은 아니라고 버티면서 언론탄압에 저항하는 민주투사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하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엄정한 자체 조사를 신속하게 착수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진실보도 문제로 심각한 '신뢰 위기'에 빠졌던 영국 BBC와 미국 뉴욕타임즈가 자체 조사를 벌여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윤리강령과 제작 가이드라인을 대폭 수정·보완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갔던 사례를 참고하라"고덧붙였다.

    이 교수는 "최근 MBC 출신 선배들은 자유언론기관으로서 MBC가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욱 '험악한 꼴'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 한다"며 "MBC는 험악한 꼴을 당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험악한 꼴'이란 시청자의 채널 외면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종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사건 수사의 법적 문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법적인 차원에서 PD수첩 수사거부를 조목조목 짚은 뒤 "MBC PD수첩의 수사거부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번 세미나에는 남시욱 광화문 포럼 회장, 박용상 변호사,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참여해 토론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