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가 탤런트 최진실의 자살로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6일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9%가 '찬성한다'는 응답을 한 반면 반대는 30%에 그쳤다. 더블스코어 차이로 입법에 찬성하고 있다고 나타난 것. 오랜만에 여론 지지를 얻은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국 운영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지금이라도 인터넷을 열어 '자유'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지 못하는 익명의 사이버 폭력배들이 남겨놓은 표현할 수조차 없는 표현들을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고 최진실의 자살 이유 중 하나가 악플(악성댓글)과 루머였다는 점을 들어 '사이버 모욕죄' 신설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변인은 "모두가 '남의 일'이요,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지나쳐왔다"며 "들꽃처럼 살아온 아름다운 우리의 연인을 가슴에 묻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제서야 모두가 이것이 '나의 일'이요, '엄연한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 익명의 테러를 근절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윤 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를 들어 '사이버 모욕죄'신설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논리를 반박하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또 정파적 득실 계산에 바쁘신 분들께 묻고 싶다. 오늘까지도 멀쩡하던 당신이 혹은 당신이 너무도 아끼는 한 생명이 어떤 밤을 지낸 후, 졸지에 악담의 연못 속에 던져져 돌을 맞는 개구리 신세로 변해 있다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야당이라고 익명의 공간에서 무책임한 어둠의 자식들을 지켜내 대한민국을 어둠의 세상으로 만들 셈이냐"고 되물으며 "인터넷 외형이 팽창했다면 질이나 내용도 그 수준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7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형법은 사이버 공간의 개념 정리도 안됐고, 사이버 모욕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등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인터넷에서의 법치를 위한 법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이라는 것은 한 마디로 테러 공간이 됐고 이를 규제하는 법이 사실은 없다"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거듭 강조했다. '현행 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법 신설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

    여기에 한나라당이 또 하나의 호재를 만났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5년, 당시 정부가 '사이버 모욕죄' 신설이 타당하다는 연구용역을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 유신헌법'이라고까지 거세게 반발하던 민주당은 난감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에서 입수해 이날 공개한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모욕행위에 대한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정보통신망법에 사이버 모욕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2005년 노 정권 시절에 사이버폭력죄를 신설하려고 했다. 자기들이 해 놓고 이제 와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데 표현의 자유는 남에게 해악을 끼치고 비방하고 욕설하는 자유가 아니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이 의원은 "노 정부에서도 추진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야당이 '여론 통제'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2005년 노 정부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했다면 2007년 이후 인터넷 악성 댓글로 자살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만해도 논평을 내 "한나라당이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려고 연일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차라리 '제 2의 촛불시위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네티즌을 처벌하기 위해 사이버 모욕죄를 만들겠다'고 솔직하게 밝혀라"고 주장한 민주당으로서는 머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