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율이 밑바닥치면 오히려 감사하다. 이제 올라가고 잘 할 일 밖에 없으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 당시 겪었던 심경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김 여사는 "지지율이 높으면 좋겠지만 숫자일 뿐"이라며 "밑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두려워하거나 힘들지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5일 청와대에서 가진 여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가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도 열 달이 걸린다. 항상 어려울 때 '입덧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입덧이 지나고, 태교하면 열 달 후에 훌륭한 새 생명이 탄생한다"고 말해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여사는 "조금만 기다려주면 5년 임기동안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기위해) 내가 힘도 실어드리고 조언도 해드리고, 야당의 역할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촌 언니 김옥희씨 공천로비 의혹에 대해 김 여사는 거듭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 대통령이 회사 이사였을 때, 내가 29살이었다. 그때부터 공무원 부인으로서의 훈련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왔다"며 "(이번 사건으로)이 자리가 굉장히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친척이지만 옆에 따라다니지 않으면 모르니깐 생긴 일인 것 같다"며 "선거 기간에 친인척 나서는 것을 견제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서 죄송하고 몸둘 바를 모르고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셋째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주가조작 연루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사위를 믿고 있지만 아직은 조사 중이니까 조사를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로서의 김 여사

    가족들 얘기에 김 여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출장지에서 일어나서도 꼭 (아이들) 스케줄 물어보고 '소풍가냐, 시험보냐' 물어보고 해외에서 전화하면서 '사회 시험 보는데 잘보라'고 한다"며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이 대통령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아들 이시형(30)씨를 낳기 위해 노력했다며 막내 아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 여사는 "내가 사실은 딸 셋에 아들 하나인데 아들을 낳고 싶어서 노력 많이 했다"며 "당시 고 정주영 회장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분양이 안 되니깐 (이 대통령 내외가)15층 꼭대기에 살아서 다 분양하라'고 했다. 그래서 어렵게 아들을 낳고 퇴원을 하니, 동네 사람들이 아들을 낳으려면 '15층처럼 낳으라'는 말을 했다"고 소회했다. 김 여사는 이어 "우리 아들은 신문이나 인터넷에 보니까 별 문제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거침없는 입담으로 여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김 여사는 어머니로서 세 딸에 대한 애틋함도 드러냈다. 김 여사는 "대선 때, 큰 딸은 전국을 한번도 안 빼고 따라 다녔다. 둘째, 셋째는 애들이 어려서 가까운 데만 따라다녔는데 현장에 가면 우리 딸들이 손뼉을치고 '이명박'이라는 구호를 더 질렀다"며 "셋째 딸을 낳았을 때는 솔직히 울었는데 그때 (너무 고마워서)'셋째 안낳았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내조자로서의 김 여사 

    이 대통령의 장단점을 얘기해달라는 질문에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이사로 있을 때 결혼했기에 집이 가난한지도 몰랐고, 야간상업고등학교를 나온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며 "그래서 가끔 내가 '속았다'고도 한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하게 했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취침시간이 언제든 새벽 5시에 똑같이 일어나는 바람에 청와대 직원들이 불편해 한다"면서 "일찍 일어나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금은 30분 정도 늦어져 8시 반에 출근을 하는 편인데 전에 청와대 직원들이 대통령에게 '9시나 9시 반 정도에 출근하시라'고 했었는데 이것은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를 따라 하는 유머를 보여 또 한번 여기자들을 웃게 했다. 이 대통령의 장점으로 김 여사는 "잔소리를 안한다. 지나간 일은 더 묻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꼽았다. 

    밝고(명) 넓게(박) 밝히는 이름값 할 수 있게 신뢰 보내달라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내 성격이 타고났을 때부터 그랬는지 몰라도 후천적으로도 긍정적으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기업에 있을 때는 어려운 일도 있었고, 집에 형사가 들이 닥치는 일도 있었다. 국회의원하면서도, 시장할 때도, 중앙차선제 할 때, 청계천 때도 어려운 일 있었는데 그렇게 고난을 겪다보니 우리가 최선을 다해 한다고 해도 상대편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구나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름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 들었다. '밝을 명에 넓을 박'이다. 세상을 넓고 밝게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일할 수 있게 신뢰를 보내달라. 나도 내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여사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 인터뷰로는 처음으로 국내 언론사 여기자 42명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대접했고, 지난 대선 기간에 기자들에게 만들어줬던 닭강정을 제공했다. 식사 후, 김 여사는 특유의 입담과 솔직함으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며 '막강 내조'를 선보였다. 오찬 마지막에 이명박 대통령이 '깜짝 방문'해 여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는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 어젯밤에 얘기를 들었다"며 김 여사에게 "이렇게 신고하러 나왔다"고 말해 여기자들을 웃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