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고교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교과서포럼이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를 출간했다. 2005년 1월 "역사를 바로 씀으로써 교육현장을 바로 세우고 미래세대를 올바르게 인도하겠다"며 출범한 지 3년 만이다.

    국민은 2004년 국정감사에서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배우는 고교의 49.5%가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민중사관에 입각해 대한민국은 하나하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북한은 단계마다 전진을 계속해 온 것으로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이후 우리 2세들이 폐쇄적 민족주의와 계급투쟁이라는 시대착오적 시각으로 역사를 배우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뜻있는 학자들이 나서 몇 권의 책을 내놓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낡은 좌파적 역사해석으로 가득 찬 교과서와 보조교재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교과서포럼 대안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근현대사를 '근대문명 수용'이라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봤다는 점이다. '외세 침략과 이에 대한 저항'이라는 단순구도에서 벗어나 우리 역사를 규정해 온 국제관계와 세계경제질서에 눈을 돌렸다. 개화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이승만 등에 의한 건국 과정과 박정희 주도 '근대화 혁명'에 대한 객관적 평가, 한국근현대사의 기본 흐름에서 벗어난 북한의 위상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 것이다.

    대안교과서는 역사를 보는 시야를 크게 넓힘으로써 대한민국이 걸어온 성공의 역사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분단과 6·25전쟁에 대한 최신 연구성과를 활용해 북한과 소련 책임을 분명히 한 것도 1970~80년대 좌파 수정주의적 역사 해석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기존 교과서와 다른 점이다. 물론 대안교과서에 문제도 있다. 일제 지배의 폭압성을 인정하면서도 일제 동화 정책 결과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근대문명을 학습하게 됐다는 서술은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부분을 어느 한 학파의 입장 위주로만 서술한 것이어서 또 다른 편향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대안교과서 출간으로 좌편향 사관이 독주하던 역사교육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첫 걸음을 겨우 떼게 된 셈이다. 그러나 대안교과서는 2003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지금 교과서를 대신할 새 교과서 검정이 이뤄지는 2010년까지는 보조교재로밖에 쓰이지 못한다. 우리 역사를 바로 볼 창(窓)을 넓혀줄 새 역사교과서를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을 뚫는 데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