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보름전 같이 점심식사할 때 이회창 전 총재가 정권교체를 위해 힘모으자는 말을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비하지 못했다. 계속 설득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 결과가 나온 이후에 그때 가서 대응을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이회창 전 총재 본인이 고심 중이라니 위로도 할 겸, 설득 시키는 노력을 한나라당과 함께 하겠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과 관련해 일단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설득작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당 차원의 대응에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함께 피력했다. 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이 후보는 "현재 우리 한국정치를 보면서 찹찹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아직 본인(이 전 총재)이 출마여부를 말하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사리가 분명하고, 원칙을 지키고, 명분을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계속 설득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현재는 이 전 총재를 설득하겠지만 출마선언이 있을 경우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나'는 질문에 이 후보는 "출마하시면…"이라고 잠시 뜸을 들인 후 "저도 출마하고, 한나라당이 당으로서 대응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할 이야기가 있겠죠"라며 경쟁관계가 성립할 경우 맞대응이 당연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창, 보름전 정권교체 위해 힘모아자고 해놓고…출마에 대비 못해"
    "이재오, 오해 살 언행 조심해야…머리숙여 합심에 노력하겠다"

    이 후보는 "불과 보름전 같이 만나 점심식사할 때도 이 전 총재가 정권교체를 위해 힘 모아서 하자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출마가능성)에 대비를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런 얘기가 있었지만 이 전 총재를 믿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이 전 총재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설득에 설득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당내 갈등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측이나 이 전 총재를 끌어안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그렇게 보였다면 부족한 탓이고 부분적으로 인정한다"며 "적 앞에서 단합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머리숙여 합심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있어서 더 없는 노력을 하겠다"면서 "당의 화합을 깨는 어떠한 언행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은 이재오 최고위원도 지금은 깨달았을 것이다. 말한마디에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을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개헌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도 제안하고, 연립내각도 던지고 한 것은 진정한 제안이라기 보다 그때그때 상황의 전략적 제안"이라며 "헌법 개정은 매우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개정도 중요하지만 기존 헌법을 잘 준수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권력구조에 관한 것만 갖고 헌법을 개정하는 것 보다 시대변화에 따라 남녀동등, 환경문제 등 21세기에 맞게 추구하는 조항도 함께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중임제, 내각제와 같은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사항에는 거듭 "국민의 의사를 사전에 물어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다면 노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 중 계승하거나 확대할 만한 긍정적인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 후보는 "글쎄요…."라며 잠시 고심하다 "노 대통령이 과거 권위주의를 타파한다는 입장에서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권위주의를 타파한다면서 사회에 있어야할 권위마저 깨져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장점을 찾는 것은 굉장히 힘들게 찾아야할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이어 "내가 (청와대로부터 고소를 당해) 피고자가 돼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이 큰 교훈을 줬다고 생각하고 당선된다면 참고해 국정을 잘 살피겠다"고 비켜갔다.

    이날 이 후보는 두시간여 가까운 토론회 동안 때로는 강한 어조로, 때로는 가벼운 농담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리드했다. 이 후보는 사회를 맡은 이재호 동아일보 논설실장으로부터 "답변을 너무 잘해 패널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