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 보궐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19일 전남 무안·신안을 찾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은 곤혹스러워했다. 바로 유세일정 때문이다. 마침 같은날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이 지역을 찾아 두 대선주자는 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난감하고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의 이정현 공보특보는 유세 일정 내내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뜻하지 않은 유세일정 탓에 내내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특보는 이날 두 대선 주자의 유세신경전을 이렇게 설명했다. "무안·신안의 강성만 후보 사무소에서 두 대선 주자에게 협조공문을 보냈고 박 전 대표는 당초 계획대로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유세를 하기로 돼 있었다. 강 후보측은 이 전 시장에게는 오후 1시30분 부터 2시30분까지 유세를 해 달라고 협조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특보는 "강 후보 측에서 유세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실질적인 지원유세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를 원해 두 대선주자의 유세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러나 강 후보측의 협조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 측이 유세시간을 오전 9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한다고 했다가 다시 10시부터 11시까지 한다고 변경하는 등 마음대로 유세일정을 수정해서 보내 와 두 후보가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연설 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구나 같은 장소에서 민주당 김홍업 후보까지 연설하도록 돼 있었는데 결국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 앞에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민주당 유세를 늦추게 하는 피해까지 주게 됐다"고 말했다. 

    두 대선 주자는 나주 영산포 지원유세 일정을 두고 다시 충돌했다. 박 전 대표는 당초 나주 영산포에서 낮 12시 50분 부터 1시 10분까지 지원유세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계획된 시간보다 20분 늦게 유세를 했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오후 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나주 영산포에서 유세를 하기로 돼 있던 이 전 시장이 또다시 연설 수십분 전에 나주 연설을 먼저하겠다며 박 전 대표측에 연설시간을 늦춰달라는 요청을 전남도당 관계자에게 했다"고 밝혔다. 이 특보는 "도대체 왜 이처럼 유세일정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혼란스럽게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우리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원유세를 하고 후보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선거시작 전부터 유세일정을 종합적으로 수립했고 그대로 진행해 왔다"면서 "참으로 난처하다. 곤혹스럽다"고 이날 양측의 유세신경전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 특보는 공동유세에 대해서도 "그 자체가 지나치게 요란스럽다. 정식으로 어떤 제안도 받지 못했고 공식적으로 거절한 적도 없다"며 "동원선거와 돈선거를 막기 위해 정치개혁 차원에서 폐지한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공동연설은 처음부터 잘못된 발상이고 유권자들에게도 결코 좋은 평을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이번 보선을 특별한 목적에 이용할 생각도, 또한 지원에 소홀히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 진영은 유세일정으로 불쾌해했지만 유세현장의 열렬한 호응 분위기로 위안을 삼았다. 무안·신안 유세 현장은 먼저 다녀간 이 전 시장 지원 유세 때보다 현장 분위기가 더 뜨거웠다. 참석자의 규모에서도 500여명에 그친 이 전 시장보다 많은 700여명이 참석해 규모면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두 대선주자의 지원유세를 지켜본 취재진과 주변상인들 모두 "확실히 대중성에서는 박 전 대표가 앞선다"고 했다. 불모지인 호남에서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대중성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선거냐"던 일부 상인들은 박 전 대표가 나타나자 "그래도 박근혜는 한번 좀 보자"며 악수를 건넸다.

    나주 영산포 지원유세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악수 한번만 해 보자"며 몰려드는 주변 상인들 탓에 발걸음을 옮기기도 힘들 정도였다.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박 전 대표가 찾아오자 "이왕 오셨는데 먼지를 털어드리겠다"며 손수 박 전 대표의 구두를 즉석에서 닦아줬고 10여명의 여중생은 박 전 대표를 보자 주변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나 지금 박근혜 봤다"고 자랑한 뒤 박 전 대표를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무안·나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