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5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문국현과 신성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치란 직업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무덤을 파겠다는 결의가 있는 사람만이 감히 손댈 수 있다. 과언일까? 우아하고 명예롭게 퇴장한 정치인은 국회의원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단 한 사람도 없다. 망가져 끌려 나가거나, 감옥에서 정치를 마감한다. ‘불멸의 스타’ 신성일. 배우에 만족하지 않고 금배지를 한 번 달았다가 2년간 감옥에 갔다 온 그의 회고는 리얼리티가 절절하다. “영화계에서 나도 남자답게 살았는데, 정치인들은 뭔가 더 큰 꿈을 꾸는 장부(丈夫)로 보였다. 그래서 뛰어들었다.” 남자들의 전형적인 정계 입문 동기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누구 편에 줄서기를 하고 그래야 공천을 받으니, 정말 하기 싫었소. 삼류 짓이었소. 간(肝)도 다 빼주면서 유권자 기분에 맞춰야 되고.”

    문국현. 58세/한국외대 영어과 졸/서울대 경영학 석사/유한킴벌리에 사원으로 들어가 12년째 사장 재임중/생명의숲 공동대표/천리포수목원 재단이사장… 유한킴벌리 사장 문국현의 이력은 단출하다. 그러면 국회의원 후보? 아니다. 범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보수·우익의 ‘흑로(黑鷺)세계’가 아니라 시민·좌파의 ‘백로(白鷺)진영’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대선후보로서 파괴력이 크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청와대 정무특보 이강철은 여권 유력 후보로 정운찬, 김혁규, 한명숙, 문국현을 거론하고 있다. (신동아 4월호) 문국현 역시 “나는 경제인, 문화운동가, 환경운동가”라고 자신의 비교우위를 말한다. 경제·문화·환경 분야에서의 문어발 인맥에다가 범여권에서도 마당발. 한번 붙어볼까? 그는 출마 여부에 대해 “누구든 국가가 필요로 할 땐 국가가 기업보다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나서는 것은 돈키호테가 될 것 같다.” 야심가다. 돈키호테가 싫다? 국민후보로 추대된다 해도 망설이겠는가.

    문국현은 자신의 마음에 대고 조용조용 물어보면 어떨까. 나라를 책임질 수 있을까, 이런 방황이 국민과 정치를 졸(卒)로 보는 망상에서는 아닐까, 명망가들의 말년에 늦바람처럼 찾아오는 정치중독증은 아닐까. 빨리 결단하라. 왜? 그게 적어도 기업만이라도 위하는 길? 하루가 멀다 하고 사장님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을 접하는 회사 직원들이 눈에 밟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