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잦은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검증논란이나 자신을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보다, 스스로 내던진 말 한마디가 지지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특히 국민 사이에서 최근 이 전 시장의 말실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입과 비교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은 이 전 시장에게 생각을 넘어서는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시장측은 "이 전 시장의 특유의 직접화법으로 인한 오해"라며 이해를 구하지만, 이미 뱉어진 말을 주워담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했다. 이 전 시장의 직설적인 화법은 빠르게 경쟁하는 기업문화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의사전달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온 습관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이 전 시장의 문제가 되는 발언은 주로 '웃음'을 유도하려는 상황에서 자주 나온다. 지난 1월 17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충남도당신년교례회 인사말로 인한 '충청폄하 논란'이 그랬다. "홍문표 도당위원장이 충청도 표가 가는 곳이 이긴다고 언급했다. 나는 되는 곳에 충청표가 따라가서 이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해 '충청폄하 발언'이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이 전 시장은 홍 위원장과 나눈 '농담'을 이야기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했지만,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게 됐다. 당시 홍 위원장이 "충남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려던 것이었고 그때 박수도 많이 받았다"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사후약방문과 다름없었다.

    '빈둥빈둥' 발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바른정책연구원 조찬 세미나에서 한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산업시대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이 그때 뭐했느냐면 빈둥빈둥 놀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말해 '민주화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다. 이 말이 나올 당시 행사장의 청중들은 당연히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해석이 붙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왔다. 곧 이어 "(산업화를 비난하는 사람이) 경험을 해보고서 하는 것이 아니고…"라는 해석을 붙인 이 전 시장으로서는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이미 '빈둥빈둥 발언'으로 명명되면서 '이 전 시장은 말실수가 잦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게 했다.

    또 이 전 시장의 말실수는 분위기에 젖은 탓에 나오는 '오버'인 경우이거나,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면서 나오는 '일반화의 오류'도 많다. 1월 20일 '대전발전정책포럼' 창립대회에서 나온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있고, 고3을 4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있다"고 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대전발전정책포럼은 '빈둥빈둥'발언이 나온 바른정책연구원과 함께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성향의 단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좋아지고, 이 전 시장의 발언수위가 조절되지못하는 경우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날 발언에서도 이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참석한 한 세미나에서 저출산 해결방안을 강연했던 여성강사들이 자녀가 없었다는 점이란 것을 분명히 지적했지만, 시기가 맞지않았다. 시장 당시에 이미 해왔던 발언이더라도, 그때 당시와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직접 "잘못 전달됐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게 됐다면 내 잘못이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느라 며칠간 애를 써야만했다. 이 전 시장 진영에서도 '그냥 과거 일을 예로 든 것'이라고는 했지만, 민감한 시기에 굳이 할 필요없는 발언으로 인해 문제를 불러왔다는 자성이 나왔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된 이 전 시장의 발언을 보면 해명을 통해 오해를 없앨 수 있다하더라도, 자꾸 잦아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왜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봐야할 문제"라며 "과거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의 '노인폄하'발언이나 '충청 핫바지론'이 선거에 준 영향을 생각해봐야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