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통일부 장관 “김정일 위원장 통치 역량 입증됐다”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4일 강연에서 “2007년 들어 빠르게 (남북관계)상황이 진전될 것이다. 총체적으로 볼 때 김정일 총비서 추대 10주년, 김 위원장이 추진해온 강성대국의 일정한 완성, 김 위원장의 통치 역량이 북한 내외에서 입증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북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쏜 작년 남북관계를 “호황”이라고도 불렀다.

    이 장관은 강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 관련 언급은 자신의 평가가 아니라 북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나온 자체 평가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장관이 북한 정치 권력의 일방적 주장과 자기 정당화에 공감하지 않았다면 대중 강연에서 그 말을 인용했을 리도 없다.

    미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2006년 1인당 소득은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1800달러로 세계 229개국 중 188위에 해당한다. GDP 성장률은 1%로 201위로 집계돼 있다. 연간 수출은 14억달러다. 우리의 지난해 수출이 3000억달러고, 삼성전자 1개 기업 수출이 500억달러니 북한 경제를 알 만하다. 북한이 세계 시장에 내다팔 물건이라곤 대포동미사일 등 몇 종류의 미사일밖에 없다. 북한은 미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발표한 2007년 세계경제자유지수에서 조사 대상국 157개국 중 157위였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무역 제재에는 북한 권력자 몇몇이 먹는 최고급 양주와 캐비아 등 호화 안주가 포함됐다. 인민은 굶어도 권력 주변은 비만증을 걱정하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장관이 이런 사회를 보고 북한 권력자의 통치 역량이 입증됐다고 하면 세계가 대한민국 장관 수준을 어떻게 보겠는가.

    김 위원장이 유일하게 이뤄낸 일이 있다면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을 쏘아 대면서 대한민국과 4800만 국민의 목에 칼을 들이댄 것밖에는 없다. 북한의 다른 경제 수치는 모두 바닥권이지만 국방비만은 세계 23위다. 이 장관 눈에는 그것이 김 위원장의 통치 역량이고 강성대국 건설이라고 보인 모양이다. 아무리 김 위원장께 정상회담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라지만 대한민국 장관 입에서 나올 말인가.

    거의 보름 만에 이 장관이 다시 입을 열어 하나 확실히 증명한 것은 이 장관 코드만은 대통령과 꼭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