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있다'는 대전발언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당시 발언이 경쟁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일부 해석에 이 전 시장은 "전혀 그런 취지가 아니고 잘못 전달됐기 때문에 정치공방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 전 시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나노를 준비하는 펨토과학 비즈니스도시 국제포럼'에 참석,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그게 혹시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게 됐다면 내 잘못이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이날 다시 "이 전 시장 쪽에서 오히려 네거티브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애를 낳아보지 않는 사람이 보육 말할 자격있나, 여자라 안된다 시기 상조다. 이런거야 말로 네거티브"라고 공세적 자세를 보인 데 대한 해명이다. 박 전 대표는 "그런 논리대로 얘기하자면 남자로서 군대 안갔다 오면 군 통수권자 될 수 없다고 논리 전개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이 전 시장을 몰아세웠다.

    이 전 시장은 또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을 통해 나온 '6월이전 경선 동의' 발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6월 이전 실시를 주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전 시장은 "(당) 규정에 그렇게 돼있기 때문에 이야기한 것이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규정대로 하면 따라가겠다는 의미며, 당이 (경선 연기에) 합의하면 따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은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건설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2010에는 세계 과학자의 90%가 아시아에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가 과학 허브가 되고 경쟁장이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국이 과학국가, 30년 50년 100년 우리가 살아갈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시작해 선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도시 예정지를 묻는 질문에 이 전 시장은 "세계과학자 허브 예정지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여건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며 "지방자치 단체와 협의해서 (정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곧 선정은 안되지만 차차 한 1년 안에…"라고 부연해, 만약 대선후보로 결정돼 '정책'이 '공약단계'로 넘어갈 즈음 구체적 후보지가 공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이 전 시장은 한반도대운하에 이은 두번째 대형정책인 '국제 과학 비즈니스 도시' 구상을 구체화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1000여명의 각계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해 관심을 나타냈으며, 이 전 시장은 마지막까지 남아 포럼을 경청하고 토론에 질문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과학도시 구상은 세계 과학자 3000여명을 한 곳에 모아 인구 40만∼50만 규모의 도시를 건설, 기초과학 분야를 다져 원천기술의 선진화를 이룬 뒤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비지니스로 확대해 국가 신동력산업으로 삼겠다는 프로젝트다. 이 전 시장은 초청강연에서 "과학도시는 과학이 예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와도 만나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 형태"라며 "과학도시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고 경제침체 10년의 빈곤한 시대를 딛고 다가올 희망의 10년 안에 소득 4만 달러 선진시대로 안내할 견인차"라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또 "그 자체가 국운융성의 길이며, 20년, 30년 후 국가 신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전 시장은 과학도시의 특징으로 '펨토과학기술'과 '국제성'을 강조했다. 펨토란 1000조 분의 1미터, 1000조 분의 1초를 의미하는 과학 단위로서 10억 분의 1미터를 다루는 나노시대를 넘어 보다 선진화된 과학시대를 의미한다. 이 전 시장은 "이제 나노기술에서 펨토과학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에 우리가 앞장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포럼은 사단법인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은하도시포럼(회장 민동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이 주최했으며,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8개 국내 과학연구단체가 후원했다.

    주제발표 시간에는 로버트 트리블(Robert Tribble) 미 텍사스 A&M대학 교수가 '미국의 펨토과학', 시드니 갈레스(Sydney Gales)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IN2P3 부소장이 '프랑스.유럽의 대형시설 로드맵', 토마스 메이슨(Thomas Mason) 미 국립오크리지연구소 중성자연구실장이 '과학과 에너지 연구에서 국립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각각 설명했다.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과학.문화 도시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과학도시가 선진 과학문화기업도시 개발사례를 분석해 '문화적 두터움'을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행사 말미에는 국내 대표적인 학술단체장 70여명이 공동서명한 '대한민국 과학선언'이 발표됐다. 박철 충남대 해양학과 교수가 발표한 과학선언은 고급두뇌의 유출국으로 전락한 위기의 과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획기적인 국가지원이 절실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과학도시 구상은 지난 2004년 '과학자와 예술가 창작워크숍'에서 출발, 지난해 9월 창립한 은하도시 포럼이 이 전 시장에게 제안했으며, 이 전 시장은 이를 정책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시장은 지난해 10월 유럽탐사에서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 독일 GSI연구소를 방문하고 과학도시 건설을 강조했으며, 11월 일본탐사 도중 도쿄 인근 과학도시인 쓰쿠바를 찾아 이 구상을 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