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문제는 한나라당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현재 사행성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 논란으로 이슈가 잠시 옮겨갔지만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9월이면 다시 이 문제가 핵심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자신들의 계획된 일정표에 맞춰 작통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9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10월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통해 작통권 환수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할 방침이다.

    시간이 갈수록 한나라당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처음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안보문제로 보수층의 결집효과는 물론 도마 위에 오른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던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작통권 환수를 '주권'문제로 연계시키며 전세는 역전됐다.

    '노 대통령이 쳐놓은 덫에 한나라당이 걸렸다' '노 대통령의 대박상품'이란 말까지 나온다. 한나라당은 잇따라 토론회를 개최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자주' 대 '반자주'로 짜여진 현 구도를 깰 방안을 찾긴 힘든 모양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23일 'HOW MUCH? 작통권 단독행사'란 제목의 토론회를 통해 해법 찾기에 나섰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 참석자 모두 현 경제·안보상황에서 작통권 환수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작통권 환수가 자주국방이며 주권회복인가.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자극 한 것으로 (작통권 환수를)주권회복, 자주국방으로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북한의 적화통일 술수에 말려드는 게 아닌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도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현 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구본학 한림대 교수)

    "병력은 감축되는데 국방비는 왜 증액되는가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강화될 가능성이 많다. 정부정책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떤 정부가 여론의 압박에 맞서 국방비 증액을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면 전쟁시 미군의 증원전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주한미군도 감축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전력손실은 돈으로 따지기도 힘들 정도로 방대하다" "첨단무기 따질게 아니고 한국군이 갖고 있는 노후장비가 얼마나 많은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장비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따져보고 환수를 추진해야 하는 게 아닌가"(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주적개념이 없고 북의 남침위험이 없고 북에 핵이 없다는 전제로 한 평가를 갖고 군사전력을 짜고 수요 예산을 짜는 게 타당한가" "통일부 장관이 안보회의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국가안보회의법 위반이다. 안보의 주무장관은 국방·외무 장관이다. 통일부 임무는 미래에 대한 설계다. 안보란 나라안팎의 위협을 커버하는 조치인데 통일부가 그런 역량이 있느냐" "지난 50년간 김일성 김정일은 주한미군 철수, 안기부 해체,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했다. 이번에 노 대통령이 작통권 환수를 주권문제로 연결시켜 결국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고 북한은 굉장히 고무돼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이선호 한국군사학회 부회장)

    "노 대통령이 북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다. 자주국방은 북한의 오랜 대남전략인 미군철수를 실행하는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김정일 부담을 줄여주는 북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노 정권 들어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했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노 정권은) 장차 반역정권으로 심판받을 것이다"(정창인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연구위원)

    그러나 해법은 쉽게 찾기 힘든 모습이다. 전 최고위원도 "어려운 문제다. 한나라당도 상당히 어렵다. (노 정권의)인터넷 여론몰이를 다 믿을 수 없어도 상당한 응원군을 구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토론자와 참석자들에게 해법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국민저항운동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고 이선호 부회장은 "(노 대통령이)주변 보좌진들에 완전히 세뇌된 사람인데 우리 얘기를 듣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 부회장은 또 "(노 대통령의)행태를 볼 때 미국에 가서는 좋은 얘기를 하고 한국에 와서는 다른 방향으로 어긋난 얘기를 하니까 과연 여기서 약속을 하고 가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겠느냐. (9월 한미정상회담 이전에)어떤 형태로든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용원 기자는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은 10월에 작성될 로드맵에 '안보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시기를 연기하도록 한다'는 전제조건을 다는 방법과 한국 내에 반대여론이 많다는 것을 미 정부에 인식시키는 것이다. (그럴경우) 미 정부도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시위 등 미 정부에 부담을 주는 방법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하야 조치'란 극단적인 방법도 제기됐다. 정창인 연구위원은 "7% 지지율을 받는 노 대통령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저항권 얘기가 나왔는데 이것이야말로 헌법적인 상황인 만큼 노 대통령을 직권정지하든 그가 하야하든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나라당이 국민투표에 부쳐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은 "노 대통령이 미국에 가기 전에 국회의원들이 결의를 해야 한다"며 "이모양 이꼴 만든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부터 해임해야 한다. 나는 잠이 안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