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정인봉 인권위원장이 당 홈페이지에 “4·19의 개혁의지와 5·16의 혁명동기가 일치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즉각 “동의하기 어려운 역사의식”이라며 정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 위원장은 16일 한나라당 홈페이지 ‘한나라칼럼’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들 어렸을 적에는 4·19는 의거이고 5·16은 혁명이었는데 이제 4·19는 혁명으로 자리 잡았으나 5·16은 쿠데타로 불러야만 지성인의 호칭인 것처럼 보이게 되고 말았다”고 개탄한 뒤 “5·16이 없었다면 4·19도 묻혀 버렸고 4·19가 있어서 5·16이 빛을 볼 수 있었다”며 “5·16이라는 완성이 없었더라면 4·19는 완성되지 못한 아쉬움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 안경환 교수가 쓴 조영래 평전을 인용해 “자유민주주의라는 4·19정신과 달리 5·16쿠데타는 정치사적으로나 정신사적으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소가 압도하지만 근대적 경제체제를 개발하려고 했던 점은 특기할 만하다”며 “5·16을 군사독재의 시작으로 몰아붙이는 견해와 달리 4·19의 연장선상에서 개혁을 주도하려던 세력이 군부의 등장을 기다렸고 바랐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19의 개혁의지와 5·16의 혁명동기가 일치한다”며 “학생과 지식인도 5·16 직후 상당한 기대를 보였다. 지식인 장준하조차도 5·16직후에는 ‘사상계’를 통해 남미 등지의 진보적 군사정권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또 “민정이양 후에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건강한 팔뚝으로 곡괭이질을 해서라도 잘사는 나라를 세우겠다며 결연한 호소를 하던 박정희 후보에 마음이 이끌린 대학생이 적지 않았다”며 “4·19와5·16이 힘을 합쳐서 오늘의 경제 번영과 민주화를 이뤄 냈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성심성의껏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열린당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아무리 5·16 쿠데타를 미화하려고 해도 5·16을 4·19에 빗대 같은 정신이라며 궤를 같이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려운 역사인식”이라며 “정중히 사과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4·19 민주혁명 통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뤘고 군인들의 군화발로 짓밟고 들어선 것이 5·16 쿠데타다”라고 규정한 뒤 “적어도 공당의 인원위원장이 천박한 역사인식을 갖고 이것을 뒤집어 보려는 글을 쓴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어이없는 5·16쿠데타 찬양가”라며 “역사에 대한 아전인수가 지나쳐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광주에 군을 투입한 것은 질서유지 차원이었다고 주장한 열린당 이원영 인권위원장 발언보다 더 악질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정 위원장은 즉각 당직을 사퇴하고 4월 혁명 영령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