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의 대선 패배에 주눅들어 좌파 영합주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40%대의 지지율에 도취되어 있지는 않은지··· 소외받는 서민들이 솔직히 한나라당에 기댈지···"

    "한나라당은 '돈을 갖고 있는 당' '적당히 무사안일 당'으로 인식되어 있고 (아직도)그러한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한나라당 내 '반박(反朴)'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는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가 '지방선거와 한나라당의 진로'란 주제로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두 모임 소속 의원들의 발언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반박근혜 그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테니스 논란', 공천잡음 등 당에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친박(親朴)' 그룹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반박 그룹의 당내 비판 목소리는 자주 들을 수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터지는 악재가 박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박 그룹의 주장은 이렇다. 박 대표가 형식논리를 앞세워 당 대표로서 해야할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공천권을 지방으로 이양했다는 이유로 공천잡음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이 시장의 테니스 문제도 이 시장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모 신문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폼나는 일만 하려하고 손에 피를 묻히려 하지 않는다" "대권을 의식해 인기관리에만 신경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박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고, 영남의 한 의원도 최근의 악재를 거론하며 "책임있는 리더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친박 그룹 측에선 이 같은 반박 그룹의 비판이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지금 한나라당엔 박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지적이 필요한 게 아니라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이 시급한 시점이란 것이다.

    수요모임과 발전연의 토론 직후 이규택 최고위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을 통해 "당 안팎에서 난데없는 쓴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지도부 입장에서 당의 운영과 관련된 쓴소리는 마땅히 약으로 삼을 수 있지만, 문제는 전략적 고려를 하지 않은 무분별한 쓴소리들 뿐"이라고 반박그룹을 비난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러한 쓴소리들은 겉으로는 '애당(愛黨)'을 내세워도 그 결과는 해당(害黨)으로 귀결된다"며 "당내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거나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전략적 고려를 하지 않고 쓴소리를 마구 내뱉는 것은 선거의 ABC도 모르는 아마추어적 행태"라고도 했다.

    특히 친박그룹 측은 박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 현재 당헌·당규 상 대표가 공천권 인사권 재정권 등 어떤 권한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고 이런 권한을 당원들에게 이양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은 만큼 박 대표가 실질적으로 어떤 문제에 개입하고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친박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문제점은 떠 안을 수 밖에 없다"며 "공천문제 등을 박 대표 개인의 리더십 문제로 끌고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친박성향의 고위관계자는 "혁신위를 통해 당 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박 대표의 리더십을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 박 대표를 욕하는 사람들이 해당행위자이고 이런 사람들이 당이 어려워지면 탈당할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소장파들을 겨냥해 "비판만 있지 대안은 없다. 기자들이 없는 비공개 회의에서 해도 될 말을 꼭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만 한다"며 "결국 자기들 이미지 정치하는 것 밖에 더 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비판만 늘어놓는 소장파보다 들판형 투쟁가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박 대표 측 바람"이라고도 했다. 친박그룹 측의 불만은 반박그룹이 당내 비판만 늘어놓을 뿐 정작 여권과의 싸움에는 소극적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소장파나 반박그룹 중 제대로 된 대여 공세를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전부 당에 대한 비판만 늘어놓고 있지 정작 싸워야 할 대상엔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