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일자 '기자수첩'란에 이 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신동흔 기자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모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 살해사건이 알려진 지난 17일 오후 많은 이들이 포털 뉴스나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 신문과 방송이 뉴스를 전할 수 없는 평일 오후 시간은 인터넷이 뉴스를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기사를 다룬 방식은 포털 뉴스마다 차이가 있었다. 네이버·엠파스·네이트뉴스의 경우 주요 뉴스 목록에 이 기사를 배치한 반면, 미디어다음과 파란뉴스의 경우 메인 화면에서 기사 제목을 찾기가 힘들었다.

    같은 시각 종합 일간지들의 뉴스 사이트는 머릿뉴스나 두 번째 뉴스로 이 기사를 처리했다. 속보를 중시하는 인터넷의 특성상 하루 종일 톱 자리에 있던 ‘한국 야구팀 4강 진출’이나 ‘이명박 서울시장 황제 테니스’, ‘최연희 의원 성추행’ 기사 등을 잠시 밀고 이 기사를 넣은 것이다. 주요 뉴스 목록에 기사를 배치해도 제목을 작게 처리한 포털들에 비해선 훨씬 비중있게 기사를 처리했다.

    하지만, 밤 10시 무렵 각 포털 뉴스의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코너에는 모두 ‘청와대 행정관 부인 살해’ 기사가 상단에 올라 있었다. 일부 포털은 비중 있게 다루지도 않은 기사를 네티즌들은 용케도 찾아서 읽은 것이다. 미디어다음 기사에는 ‘왜 기사가 뒤로 밀려 있나’ ‘이 시장이나 최연희 의원 기사 배치에 비해 너무 편파적인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려 있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들은 그 동안 초등생 성추행사건 같은 뉴스뿐 아니라 연예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도 크게 다뤄 왔다. 그리고 포털의 ‘선택’을 받으면 최소 수십만 명, 많은 경우 100만명 이상이 기사를 읽는 것이 한국의 언론 현실이다. 그런데 청와대 행정관 기사를 다루는 데는 왜 그렇게 소심했을까. 최근 다음·야후·네이트·파란 등 4개 포털 사이트가 일제히 ‘대통령과의 대화’ 코너를 마련했다는 사실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