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야당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53일간 국회에 등원하지 않았던 한나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2월 임시국회의 주도권을 쥐고 향후 진행될 사학법 재개정 등 굵직한 현안처리에서 유리한 국면을 이끌어가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이 내정자는 야권 뿐 아니라 여당에게서도 몰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 시작 전 부터 쉽지 않은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한나라당은 이 내정자의 '친북 반미'성향과 이 내정자 부인의 '도덕과목 폐지, 편향적 교육단체 후원' 'NSC사무차장 재직시 대북·대미접근방식' 등을 문제삼으며 자진사퇴를 요구했고 열린우리당은 NSC 내부문건 공개로 촉발된 이 내정자의 '친미문제'를 지적하며 이 내정자의 NSC 상임위원장 겸직 재고를 주장했다.

    6일 인사청문회의 한나라당 첫 질의자로 나선 홍준표 의원은 그동안 이 내정자가 쓴 논문을 지적하며 "이 내정자는 운동권 출신이다. 친북좌파 성향의 운동권 출신이 통일부 장관이 되면 나라에 극심한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이 내정자를 몰아세웠다.

    홍준표 "친북좌파 성향 운동권 출신 통일부 장관되면 큰 혼란 올 수 있다"

    홍 의원은 "지금까지도 이 내정자가 북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느낄만한게 없는 데 이런 사람이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가정체성 뿐 아니라 대북정책에도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내정자는 "한나라당 내에도 운동권 출신이 있고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사람이 직책에 따라 어떻게 책무를 느끼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에 홍 의원은 "친북좌파라 당당히 주장하고 국민들에게 검증을 왜 못 받느냐. 나는 이런 입장에서 북한을 이해한다고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검증을 받으면 되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따진 뒤 "이 내정자의 모든 저서나 논리가 친북좌파인데 친북좌파가 아니라고 하면서 접근하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고 이 내정자는 "나는 친북좌파가 아니라고 말한 적 없다"고 받아쳤다.

    장영달 "권영길에 대한 인격모독. 공개사과해라"

    홍 의원의 이 같은 공세가 이어지자 열린당 장영달 의원이 이 내정자를 거들었다. 장 의원은 "홍 의원이 운동권 출신은 통일부 장관을 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는 권영길 의원에 대한 인격모독"이라며 "대단히 유감스럽고 공개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박종철 이한열 등 수많은 사람들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고 죽었다. 그런 덕분에 민주화가 됐고 이는 국민이 동의한다"며 "남북문제도 김대중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싸움을 했기 때문이고 온 국민이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이런 것이 밑받침 돼서 평화공존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운동권은 친북좌파이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은 안된다는 인식을 홍 의원이 갖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에게도 홍 의원 자신에게도 위험하다. 정중하게 사과하고 용어를 순화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통일부 장관은 가치중립적인 인사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내정자의 논문자료를 보면 가치중립적인 인사로 보기 어렵고 친북좌파적 성격이 강하다. 이에 대해 일반 국민이 얼마나 불안해 할까하는 취지에서 주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여옥 "외국 같았으면 청문회도 마다했을 것"

    인사청문회 이전부터 각종 토론회와 인터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 내정자에 대한 총공세를 펼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작정한 듯 이 내정자를 코너로 몰았다. 전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도덕성을 검증하는 게 첫번째"라며 "이 내정자는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 내정자가 쓴 논문을 거론하며 "97년 12월과 98년 1월 단 한글자도 틀리지 않은 논문을 각기 다른 곳에 게재했다. 다 읽어봤는데 토씨하나 틀리지 않았다. 어떻게 똑같은 논문을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있느냐. 이는 학자로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또 "이 내정자는 88년 9월 '제국주의 세력을 이 땅에서 축출해야 통일이 가능하다'고 했다. 축출해야 할 제국주의 세력이 누구냐"고 따졌다. 이에 이 내정자는 "10년전에 쓴 것이다. 당시 서른한살이었고 젊은 시절 생각의 폭이 좁았다. 그때 제국주의를 뭐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생각에 동조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고 전 의원은 "31살 나이를 부정한다면 그건 이 땅의 30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 내정자는 균형감각이 부족하고 특정이념에 편향된 인사로 부적격하다"며 "95년 나이가 꽤 들었을 때 이 내정자는 유엔군의 북침으로 북한의 대부분 지역이 유린당했고 김일성이 파벌주의자가 아니라고 했다"며 "그럼 6·25전쟁 당시 적군은 누구냐"고 따졌다. 이에 이 내정자는 "굉장히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맞대응했고 전 의원은 다시 "이게 남이 쓴 논문이냐"고 몰아세웠다. 

    전 의원은 이어 "88년부터 2001년까지 초기에 쓴 모든 논문과 글을 읽어봤다. 단 한줄도 김일성이 독재자였다고 쓴 것을 못봤다"며 "상당히 많은 논문을 봤는데 모든 논문이 북한에 대한 찬양과 찬송으로 뒤덮인 것을 보고 놀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상력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말할게 아니라 자신의 논문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달라. 외국같으면 아마 청문회 자체를 마다했을 것"이라며 이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권영길 '이종석은 장관직에 매달리는 사람 같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됐는데 지켜보면서 '사즉생 생즉사'란 단어가 떠올랐다"며 "이 내정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장관이 꼭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비록 장관이 못되더라도 소신을 당당히 밝힌다면 훌륭한 장관이 될 것"이라며 이 내정자의 보다 솔직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차례 경제·사회는 총리에 맡기고 외교·안보·국방에 전념하겠다고 했는데 노 대통령의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발언 등을 보면 동료의원의 문서공개로 나타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노 대통령은 개념을 모르든지 아니면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며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에 무지하거나 혹은 국민을 속였다면 1차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이 내정자는 "내가 책임있는 자리에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이종석 "남북정상회담 올해안에 개최될 수 있다"
    "북한인권이 한반도 평화안전에 앞설 수 없어 기권하는 것"

    한편 이 내정자는 "올해안에 남북정상회담에 개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2차남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 후보자의 제1과제 아니냐'는 열린당 신기남 의원의 질문에 "노 대통령 말대로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남측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지금은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에 신 의원은 "지난해말 북한을 방문했을 때 느낀 감으로는 북측도 남북정상회담을 상당히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며 "올해 열릴 가능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고 이 내정자는 "분명히 우리 입장을 밝혔기에 연내에도 가능하다고 보지만 북한의 답변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이 지적에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상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NSC가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외교부 각서를 인지한 뒤 1년이 넘도록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3월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4월 NSC 상임위 회의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이 비판에 대해서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반도 평화안전이란 대북정책기조를 볼 때 북한에 인권개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평화안전보다 앞설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에 기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석에 ‘시험문제’ 낸 전여옥

    인사청문회 한 달 전부터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이번엔 이 내정자의 ‘지수테스트’를 위한 시험문제를 출제했다.

    이 내정자가 쓴 논문 등은 모두 읽었다는 전 의원은 6일 OX퀴즈, 5지선다형의 객관식 등 다양한 형태의 시험문제를 내고 이 내정자의 지수를 테스트하겠다고 나섰다. 총 10문항인 이 이색 질의서는 이 내정자가 쓴 글의 내용을 발췌해 그의 이념적 편향성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1~3) 다음 문장이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의 저술 인용문이면 O, 아니면 X로 답해주십시오.

    1.정부수립 이후 40년간 한국사회에서 부침한 역대 정권 중 기본적으로 대다수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 위에 수립한 정권은 하나도 없었다.
    (정답:O, 출처:이종석, ‘남한의 통일정책과 통일운동’)

    3.(김일성은) 우리 현대사에서 최초로 대외적으로 자주성을 선언하고 주체 확립의 기치를 내건 지도자였다.
    (정답:O, 출처:이종석, ‘현대북한의 이해-사항·체제·지도자’)


    5.다음은 이 내정자의 한국 현대사 인식을 드러내는 저술 인용문입니다. a-b-c를 순서대로 바르게 놓은 것을 고르십시오.
    『해방 직후 ( a )의 분장 위에 ( b )와(과) (c)의 분을 덕지덕지 바르면서 미국의 도움으로 민족자주세력의 어깨를 짓누르며 기사회생한 이들(역대정권)은 한국사회에 미국과 반공이데올로기가 빛을 잃으면 그들의 토대도 무너진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출처:이종석, 남한의 통일정책과 통일운동)
    ① 친일-친미-반공
    ② 반공-친일-친미
    ③ 친미-친일-반공
    ④ 친일-반공-친미
    ⑤ 친미-반공-친일
    (정답: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