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의 원칙(原則), 신의(信義), 약속(約束)이 무서워지는 이유 
      
     김대중 특유의 사기성 웃음과 박근혜의 야릇한 함박웃음의 공통점
    崔應杓(한미자유수호운동본부 상임대표)   
     
      1997년 15대 대선 때, 김대중이 김종필과 손잡은 뒤 그 특유의 사기성 웃음을 띠며 내 뱉은 제1聲(성)이, “이제 김종필 총재와 손을 잡았으니 내 사상 검증은 끝났다”는 것이었다. 5·16 혁명의 주역이고 공산당을 때려잡는 중앙정보부 창설자와 손을 잡았으니 더 이상 공산주의자로 보지 말라는 협박성과 자신감의 일갈이었다.
     
      2002년 5월14일,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김정일과 ‘6·15 선언’을 계승 발전시키기로 약속하고 휴전선을 거쳐 서울로 돌아온 박근혜의 제1성은 “김정일 위원장은 대화하기 편한 사람이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김정일 찬양 일색이었다.  

      김대중 특유의 사기성 웃음과 박근혜의 야릇한 함박웃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둘 다 속내를 가늠하기 어려운 무서움이 아닐까. 그래서 둘 사이에 의기투합이 이루어졌는지 모른다.
     
      원칙, 신의, 약속은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오늘의 한국 정치의 난맥상은 이 최고 가치의 실종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근혜의 정치신념인 원칙, 신의, 약속에 누가 감히 토를 달겠는가. 문제는 이런 정치인 최고의 덕목들이 어떤 케이스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것이다.
     
      ‘영남판 김대중’을 꿈꾸며 龍(용)의 길을 닦아 온 박근혜는 과연 어떤 여인인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을 어물쩍 넘겨 오늘의 국가안보를 자초한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녀의 정체성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겉으로는 어머니의 우아함을 그대로 들어내 보이면서 속으로는 어떤 권력자도 따를 수 없는 독선과 아집, 그리고 김대중 뺨칠 만큼 술수와 계략이 뛰어난 여인이기도 하다. 수렴청정의 왕대비처럼 깊숙이 들어 앉은 그 문턱에서 숨이라도 크게 쉬었다가는 파리 목숨이다. 한편으론 무섭고, 한편으론 가엾은 여인이다.
     
      2002년 5월, 김정일과의 약속대로 ‘6·15 선언’ 지지를 선언한 박근혜는 2004년 8월호 月刊朝鮮 인터뷰에서 6·15 공동선언이 역사적으로 큰 의의가 있고 기여한 바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분명히 인정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며 6·15 선언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어서 박근혜는 2006년 10월18일 ‘해남발언’에서 ‘햇볕정책’ 지지를 선언했다. 이로서 박근혜는 김대중의 대북정책 지지자가 되었고 김대중, 김정일, 박근혜의 삼각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보수적 가치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며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자유통일을 이루어내는 것이 아닐까. 김대중 노선을 따르는 것이 결코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아닌 것처럼, 6·15 공동선언과 햇볕정책 지지가 대한민국 미래를 담보하는 정치노선이 될 수 없다.
     
      2004년 6월 15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6·15 공동선언을 잘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하자, 당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박 대표가 전향적으로 협조할 수 있어 희망이 있다”며 “박 대표가 김대중 前 대통령 곁에 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했다.

      지난 7월8일, 대통령학 전문가인 김충남 박사는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리더십 중 가장 중요한 것이 ‘安保精神(안보정신)’이라며 대통령이 안보정신이 없으면 사람 쓰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게 막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안보 위에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박근혜가 김정일과 계승 발전시키기로 약속한 ‘6·15 공동선언’과 김정일의 영생을 위해 김대중이 쏟아 부은 ‘햇볕정책’ 지지 세력은 김정일 추종세력인 從北主義者(속칭 빨갱이)들 뿐이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박근혜는 6·15 선언과 햇볕정책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고, 신기남의 말처럼 김대중의 측근이 됐다.
     
      이제 박근혜의 원칙, 신의, 약속이 무서워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만하지 않는가.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박근혜는 원칙, 신의, 약속을 정치신념으로 주장하기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여인이다.
     
      대통령 병에 걸려 몸담고 있던 당과 동료를 버리고 딴 살림을 차리는 행위가 결코 정치인의 원칙이 될 수 없고, 주적(主敵) 알현을 위한 평양나들이와 김대중 노선에 춤을 추며 조국을 배신하는 행위가 대함민국 정치인의 신의가 될 수 없다. 약속이란 원칙과 신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에서 온다.

      더욱이 적화통일을 근간으로 하는 6·15 공동선언을 김정일과 계승 발전시키기로 다짐하는 약속은 조국 배신행위일 뿐, 대한민국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의 행태는 아니다. 그래서 박근혜의 속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충남 박사의 말처럼,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종북 세력들의 대한민국 헌법 파괴행위와 국익 훼손 행위는 결국 오늘의 국가위기의 동력이 됐고 김정일주의자들의 천국을 만들어 놓았다.
     
      이주천 교수는 “박근혜의 발언과 행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60년 동안의 치열한 이념전쟁과 사상대립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다. 앞으로 박근혜가 보다 성숙한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는 더 치열한 이념 학습의 훈련에 몰두해야 할 것이고, 스스로 좌우익 이념전선에서의 확고한 위상정립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박근혜는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한 정책이나 행사엔 반기를 들거나 침묵하면서 김정일을 위한 반국가 난동이나 행사엔 언제나 저들 편에 섰다. 이주천 교수의 지적처럼 이념전쟁과 사상대립에 대한 인식부족의 결과인지 아니면 김정일과의 약속 때문인지는 그녀만이 알 일이다.
     
      ‘세종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세종시로 가는 길은 누가 봐도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세계에서 수도를 둘로 쪼개서 성공한 국가가 있다든가. 그런데 박근혜는 왜 ‘세종시 원안=국가백년대계’라는 망국등식을 고집 했을까.
      “세종시 문제는 미래의 문제로,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의 세종시 원안 고수의 변이었다. 박근혜의 약속, 신의, 원칙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2년 5월10일, 김정일의 특별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간 박근혜는 5월13일 김정일과 아주 중대한 약속을 했다. 박근혜가 묶고 있는 평양의 초특급 호텔인 백화원초대소로 찾아 간 김정일과 박근혜는 ‘6·15 공동선언 이행’을 약속했다. 그 약속은 바꾸어 말하면 적화통일 약속이다.
     
      박근혜는 이제 김정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떤 미래로 갈 것인가를 국민 앞에 솔직히 밝혀야 한다. 김정일에 대한 신의와 약속 이전에 국민과의 신의를 위해 숨겨놓은 속내를 털어 놓으란 말이다. 침묵을 미덕처럼 위장하는 것은 하나의 사기행위다. 사기는 정치인의 원칙이 될 수 없다.
     
      지금 한국은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을 시작으로 한 무상복지 포퓰리즘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사용어사전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대해 ‘자기의 정치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발전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목표와 상관없이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면분으로 국민을 속이고 선동해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경향’이라고 풀이하며, ‘대중의 인기를 이용해 선심성 정책을 표방해 정략적인 행동을 한다’ 는 부정적 의미가 있다고 일러 준다.
     
      박근혜 일파는 이런 포퓰리즘을 적극 찬성하며 그것이 미래로 가는 성공의 길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경제학)는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앞으로 수십 년간 사회주의 길로 갈 것이 뻔하다며 그 결정적 기폭제는 아마도 2012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일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모든 여야 정치인들은 2012년을 앞두고 대한민국을 지상천국으로 만들겠다며 복지국가 건설을 외쳐댈 것이라고 했다.
     
      지상천국을 자랑하던 북한은 거지국가로 추락했고, 유럽에서 복지국가를 국가목표로 치켜세우던 국가들 거의가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공짜 근성은 노예근성으로 이어지고 노예근성은 망국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월 무상급식과 관련한 포럼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공무원 노조, 전교조,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묘하게 좌경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어느 날 학교의 직영급식 조리종사원 등이 전교조 등과 결탁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으로 애들 밥 안 먹이고 굶겨 보십시오. 직영 다음에는 무상급식이고, 무상급식 다음에는 국영급식이고, 국영급식 다음에는 사회주의 국가가 오는 것입니다.”
     
      손 의원의 분석은 현재의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미래 권력의 화신 박근혜의 좌장 유승민 의원에 의해 묵살되고 말았다.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의 생각에 거슬리는 일을 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근혜의 최측근 유승민 의원은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무상급식을 전면 수용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단순한 포퓰리즘을 넘어 좌파의 사회주의 공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무상복지는 한 마디로 김정일 세력의 정권탈환 전략이다. 이 전략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박근혜 파의 속셈은 무엇인가. 박동운 교수는, 지금 한국정치는 5류에도 못 미치는데, 그 5류도 안 되는 정치가 ‘복지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한국을 사회주의 길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말하며 ‘5류 정치의 복지연극’을 그냥 보고 있을 수 는 없다고 했다.
     
      정치가의 조건은 나카소네 前 일본 총리의 말처럼, ‘다음 세대를 위해 큰 세계를 여는 것’인데, 지금 한국 정치판의 복지정책은 다음 세대를 위해 열려 있는 큰 세계를 자기들의 틀에 맞게 닫아 버리려는 것이다. 버지니아 포스트렐이 “미래를 가능성의 세계로 열어두지 않고 자기들의 틀 속에 묶어 두려 한다면 그들의 세계에는 미래가 없다”고 한 것은 복지 포퓰리즘에 빠진 한국 정치판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2012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완전히 박근혜의 치마폭에 쌓여있다. 7.4 전당 대회에서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데 목숨을 걸겠다는 당 대표후보는 하나도 없고, 경쟁하듯 박근혜를 위한 ‘朴飛御天歌’(박비어천가)만 요란했다. 박근혜의 치맛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느냐에 따라 역사의 추는 좌측으로도 기울 수 있고, 우측으로도 기울 수 있다.

      그래서 박근혜의 원칙, 신의, 약속이 무서워진다는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세종시 원안 고수를 고집한 박근혜가 김정일과의 약속(6·15선언), 국민과의 약속(복지 포퓰리즘)을 지켜야 한다며 다시 망국적 고집을 부릴 때 그 고집을 꺾을 정치세력이 없다.
     
      지금도 그녀의 정치노선은 한국 야당이 가는 길과 평행선을 가는 느낌이다. 진정 박근혜가 미래 권력을 꿈꾸는 정치 지도자라면, 복지 포퓰리즘으로 온 나라가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는 이 중대한 시점에서 책임 있는 자기 소신을 밝혀야 한다. 언제나 그녀는 국가가 중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침묵을 지키다 국가 반대편에 서 왔다.
     
      이제 박근혜는 발 뒤에 앉아 즐기던 수렴청정의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 앞에 자신의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김정일과의 약속은 나라 팔아먹는 역적 행위가 되기 때문에 파기 한다고 선언하고, 복지 포퓰리즘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고 폐기처분하는 용단을 보여야 한다.
     
      박근혜의 원칙, 신의, 약속은 그 때 더 빛나고 위대한 그녀의 정치신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박근혜가 살고 나라가 사는 길 바로 여기에 있다. 
       
      崔應杓(최응표) 한미자유수호운동본부 상임대표